갈대밭 드라이브와 고소한 삼치회로 즐기는 남도의 가을

쓸쓸한 가을의 정취를 온전히 느끼게 해주는 것은 갈대 아닐까

이성훈 | 기사입력 2016/10/02 [07:41]

갈대밭 드라이브와 고소한 삼치회로 즐기는 남도의 가을

쓸쓸한 가을의 정취를 온전히 느끼게 해주는 것은 갈대 아닐까

이성훈 | 입력 : 2016/10/02 [07:41]

가을 여행의 주인공은 단풍이라지만, 쓸쓸한 가을의 정취를 온전히 느끼게 해주는 것은 갈대 아닐까. 바람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는 갈대를 하염없이 바라보노라면 가을이 왔음을 온몸으로 실감한다. 갈대 하면 떠오르는 전남 순천만과 충남 서천 신성리는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찾아가는 곳이다.

▲ 황금빛으로 물든 고천암호 갈대밭 _ 한국관광공사    



올해는 전남 해남으로 발길을 돌려보자. 해남 서쪽에 자리한 고천암호는 국내에서 가장 광활한 갈대밭을 보여준다. 여느 갈대밭과 달리 차를 타고 다니며 풍경을 즐길 수 있다. 해남은 맛 여행지로도 국내 어느 고장에 뒤지지 않는다. 이 무렵이면 고소한 기름기를 잔뜩 머금은 삼치회가 미식가들의 젓가락을 분주하게 만든다. 가을 분위기 가득한 갈대밭 드라이브와 푸짐한 삼치회 한 상은 최고의 가을 여행을 위한 소품이 된다.

 

▲ 끝이 보이지 않는 고천암호 길    



해남 하면 떠오르는 여행지는 땅끝마을이지만, 이맘때 해남 여행의 첫머리에 두어야 할 곳은 고천암호다. 해남군 화산면을 중심으로 해남읍과 황산면 일대에 자리한 고천암호는 1988년 고천암방조제가 축조되면서 생겼다. 호수와 간척지 등을 합쳐 넓이 2400만여 ㎡(726만여 평), 둘레 14km에 달한다. 특히 해남읍 부호리에서 화산면 연곡리까지 펼쳐진 갈대밭은 국내 최대 규모로 꼽힌다. 가을바람의 지휘에 따라 넘실거리는 갈대의 군무는 멀미가 날 정도로 아름답다.

 

▲ 고천암 철새탐조대    



탐방로가 잘 갖춰졌고 정원처럼 정비된 순천만이나 서천 갈대밭과 달리, 고천암호는 이국적인 풍경으로 여행객을 불러들인다. 둑 위에서 바라보는 갈대밭은 그 끝을 가늠할 수 없다. 자동차를 이용하지 않으면 돌아보기 힘들 정도로 광활한 갈대밭에 전봇대가 거의 없다는 것이 매력. 가도 가도 탁 트인 지평선이 이어진다.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없어 인라인스케이트나 자전거 동호인도 즐겨 찾는다.

 

▲ 고천암 라이딩을 즐기는 자전거족     



고천암호는 많은 드라마와 영화의 촬영 무대가 되었다. 드라마 추노에서 대길(장혁 분)과 태하(오지호 분)가 목숨 건 대결을 펼치기도 했고, 영화 서편제 살인의 추억 청풍명월 등도 이곳에서 촬영했다. 드넓은 갈대밭은 철새를 불러 모았다. 고천암호는 한반도에서 제일가는 철새의 낙원이다. 바다와 갯벌이 간척 사업으로 드넓은 농토가 되면서 겨울 철새가 날아들기 시작했다.

▲ 고천암호 방조제에서 바라본 풍경     



호수 주변의 무성한 갈대밭은 철새를 위한 은신처가 되었고, 추수가 끝난 농경지는 그들의 먹이 창고 역할을 했다. 고천암호에는 가창오리를 비롯해 10여 종 20만여 마리가 겨울을 난다고 알려졌다. 철새 탐조에 좋은 시기는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하이라이트는 해 질 무렵 가창오리의 군무로, 고천후조(庫千候鳥)라 하여 해남8경에 속한다.

 

▲ 고천암호 갈대밭 



해남은 남도 맛의 본고장이다. 어느 식당에 들어가도 상다리 부러질 듯한 밥상을 받을 수 있다. 떡갈비, 낙지, 짱뚱어, 한정식 등 하고많은 음식 가운데 가을 해남의 최고 별미를 꼽으라면 단연 삼치회다. 고등엇과의 등 푸른 생선인 삼치는 도시에서 구이나 조림을 해 먹지만, 남해안 사람들은 회로 즐긴다.

▲ 밥과 함께 김에 싸서 먹는 삼치회   



성질 급한 삼치는 잡자마자 죽기 때문에 싱싱한 삼치를 가까이 접할 수 있는 곳에서나 회로 맛본다. 해남은 고흥, 여수 등과 함께 맛있는 삼치회를 먹을 수 있는 곳이다. 삼치가 가장 맛있을 때는 등과 배에 기름이 오르기 시작하는 9월 말부터 이듬해 2월까지. 삼치는 활어회로 먹지 않는다.

▲ 해남의 가을 별미 삼치회    



당일 바리 라고 부르는 갓 잡은 삼치는 질기고, 별다른 맛이 없다. 삼치를 맛있게 먹으려면 적어도 하루는 기다려야 한다. 아이스박스나 냉장고에서 하루 동안 숙성시키면 살이 연해지고, 감칠맛도 한결 더하다. 은백색을 띠는 뱃살은 지방 함량이 많아 고소하고, 등 쪽은 담백한 맛이 난다.

 

▲ 삼치회를 찍어 먹는 양념장   



해남 사람들은 삼치회를 초장에 찍어 먹지 않는다. 이곳에서 삼치회를 먹는 방법은 독특하다. 먼저 두툼한 해남 햇김에 고슬고슬한 밥 한 숟가락 담는다. 밥에 커다란 삼치회 한 점을 얹고, 다진 파와 마늘 등으로 만든 양념장을 올린다. 여기에 해남 배추로 담근 묵은 김치 한 점을 더하면 삼치삼합이 완성된다. 삼치회를 한 점 맛보면 ‘입에서 살살 녹는다’는 표현을 이해할 수 있다. 씹지 않고 혀로 즐길 만큼 부드럽다.

 

▲ 대흥사까지 이어지는 장춘숲길    



가을 해남의 정취를 즐길 수 있는 또 다른 곳으로 대흥사가 있다. 두륜산 자락에 깃든 대흥사는 오랜 역사와 그윽한 정취를 자랑하는 남도의 대표 절집 가운데 한 곳이다. 신라 진흥왕 때 창건한 사찰로 임진왜란 당시 승병장이던 서산대사가 입적한 뒤 봉안되었고, 우리나라 다도를 정립한 초의선사도 오랫동안 머물렀다.

 

▲ 대흥사    



대흥사는 조선 후기 명필의 글씨가 이곳저곳에 현판으로 걸려 서예 박물관 으로 불린다. 대웅보전 현판은 18세기 명필인 원교 이광사의 글씨고, 무량수각과 일로향실, 동국선원의 편액은 추사 김정희가 썼다. 해탈문에 사천왕상이 없는 것도 특징이다. 동서남북을 둘러싼 천관산, 선은산, 달마산, 월출산이 사천왕 역할을 대신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 대흥사 부도밭    



대흥사 앞까지 차를 타고 갈 수 있지만 걸어볼 것을 권한다. 매표소부터 일주문까지 4km에 이르는 장춘숲길은 삼나무와 편백이 빽빽하다. 예부터 구곡장춘(九曲長春)이라고 했다. 아홉 굽이 숲길이라 구곡, 이 긴 길이 봄에 좋아 장춘 이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가을 운치도 봄 못지않다.

 

▲ 대흥사 유선관     



숲길은 매표소 오른쪽으로 난 작은 산책로에서 시작한다. 측백나무와 편백이 가득한 숲길은 가을의 청량함을 그대로 전해준다. 천천히 걸음을 옮기다 보면 어지럽던 머릿속이 시원해지는 느낌이다. 삼나무와 너도밤나무, 동백나무가 늘어선 숲길 옆으로 시원한 계곡물이 흐른다. 흙길이 끝나면 나무 데크 길이 나오고, 30분 남짓 걸으면 주차장에 도착한다. 주차장에서 매점 앞쪽은 대흥사로 가는 길이고, 뒤쪽은 땅끝천년숲옛길로 이어지는 길이다.

 

▲ 기분좋은 장춘숲길    



대흥사 가는 쪽으로 길을 잡으면 한옥 한 채가 보인다. 대흥사를 찾는 손님을 위한 숙소 유선관 이다. 한때 남도의 예인들이 들락거리던 명소로,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이 쓴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에는 진돗개 누렁이가 등산객의 길 안내까지 한다고 나왔다. 영화 서편제 장군의 아들 등을 이곳에서 촬영했고, 예능 프로그램 해피 선데이―1박 2일에 소개된 이후 더 유명해졌다.

 

▲ 땅끝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    



해남에 온 이들은 모두 땅끝으로 향한다. 솔숲이 바다를 둘러싼 땅끝송호해변을 지나면 땅끝마을이다. 북위 34도 17분 38초. 섬을 제외한 한반도 땅덩어리의 가장 남쪽에 위치한 곳이다. 땅끝마을에는 횃불 모양 땅끝전망대가 있다. 이곳에 서면 한 폭의 풍경화가 펼쳐진다. 오목하게 자리한 땅끝마을 앞쪽으로 유람선이 정박하고, 넓은 전복 양식장은 바다에 펼쳐놓은 바둑판같다.

▲ 땅끝전망대   



망망대해에는 작은 섬이 징검다리처럼 띄엄띄엄하다. 진도가 손에 잡힐 듯 가깝고, 흑일도와 노화도, 보길도 등 크고 작은 섬이 점점이 떠 있다. 전망대 아래 토말비까지 벼랑을 따라 걷기 좋은 산책로도 조성되었다. 땅끝은 일출과 일몰을 모두 볼 수 있는 곳이다. 연말이면 이 땅의 끝에서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기 위해 여행객이 몰려든다.

▲ 땅끝마을 일몰   



○ 1박 2일 여행
첫날 : 땅끝마을→고천암호 갈대밭
둘째날 : 장춘숲길→대흥사


○ 관련 웹사이트

 - 해남군 문화관광 http://tour.haenam.go.kr
 - 대흥사 www.daeheungsa.co.kr


○ 문의

 - 해남군청 문화관광과 061-530-5918
 - 해남군 관광안내소 061-532-1330
 - 대흥사 061-534-5502


○ 잠자리

 - 토말하우스 : 북평면 땅끝해안로, 061-535-5959, www.tomalhouse.co.kr
 - 해남땅끝호텔 : 송지면 땅끝해안로, 061-530-8000, 

 - 땅끝바다의향기 : 북평면 신홍길, 010-3393-7820, www.sapension.co.kr
 - 바닷가모텔 : 송지면 땅끝해안로, 061-535-5757, www.badagamotel.com
 - 함박골큰기와집 : 북평면 차경길, 061-533-0960, www.hambakgol.co.kr


○ 먹거리

 - 이학식당 : 삼치회, 해남읍 북부순환로, 061-532-0203
 - 땅끝바다횟집 : 활어회, 송지면 땅끝마을길, 061-534-6422, www.endland.co.kr
 - 천일식당 : 떡갈비, 해남읍 읍내길, 061-535-1001, www.해남천일식당.kr
 - 전라도한정식 : 한정식·게장백반, 송지면 땅끝마을길, 061-535-3814
 - 진일관 : 한정식, 해남읍 명량로, 061-535-5500
 - 본동기사식당 : 백반, 송지면 땅끝해안로, 061-535-2437


○ 주변 볼거리 : 미황사, 고산 윤선도 유적지, 우항리 공룡 화석지 / 관광공사_사진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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