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불교문화 체험하는 보성 대원사와 티벳박물관

벚꽃이 만개해 장관을 이루기 때문. 흩날리는 꽃비를 맞으며 취한 듯

이성훈 | 기사입력 2019/04/01 [08:11]

두 개의 불교문화 체험하는 보성 대원사와 티벳박물관

벚꽃이 만개해 장관을 이루기 때문. 흩날리는 꽃비를 맞으며 취한 듯

이성훈 | 입력 : 2019/04/01 [08:11]

[이트레블뉴스=이성훈 기자] 봄 향기 가득한 4월, 전남 보성의 고찰 대원사를 찾아가는 길은 눈이 호강하는 길이다. 진입로 5.5km에 벚꽃이 만개해 장관을 이루기 때문. 흩날리는 꽃비를 맞으며 취한 듯 걷다 보면 어느새 사찰 입구에 도착한다. 그런데 일주문이 맞아주는 여느 절과 달리 이국적인 불탑이 눈에 들어온다.

▲ 티베트 불탑인 수미광명탑과 대원사티벳박물관  


초르텐 이라는 티베트 불탑이다. 파란 하늘과 어우러진 높이 15m의 희고 웅장한 수미광명탑과 바람에 나부끼는 오색 깃발이 이채롭다. 맞은편에는 티베트 사원 양식으로 지은 대원사티벳박물관이 우뚝 섰다. 해외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보던 풍경을 눈앞에 맞닥뜨린 듯 낯설고 비현실적이다.

▲ 티베트 사원 양식으로 지은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의 티베트박물관 전경    


대원사티벳박물관과 수미광명탑은 대원사 주지 현장스님이 세웠다. 인도 여행 중 티베트 불교 지도자 달라이 라마를 만난 것이 인연이 됐다. 티베트 불교문화는 인류가 이룩한 영적인 문명 중 하나로 꼽힌다. 이런 티베트의 정신문화와 예술 세계를 소개하고, 한국 불교와 교류를 촉진하고자 2001년 박물관을 열었다.

▲ 박물관 지하1층 기획전시실의 '신과 함께 저승여행' 특별전  


또 박물관 개관을 축하하는 달라이 라마의 메시지, 티베트와 네팔에서 보내온 부처 사리를 봉안하기 위해 수미광명탑을 만들었다. 탑 내부에 티베트 왕궁 화가가 그린 벽화와 만다라를 봉안하고, 외부에는 네팔에서 제작한 마니보륜 108개를 모셨다. 불교 경전이 들어 있는 마니보륜을 돌리면서 탑을 한 바퀴 돌면 소망이 이뤄진다니 한번쯤 체험해도 좋겠다. |

▲ 저승으로 떠나는 자의 마지막 보시, 티베트 장례의식인 '천장'을 사진과 함께 순서대로 설명했다  


이때 티베트 불교의 육자진언 ‘옴마니밧메훔’을 암송한다. 온 세상에 부처의 자비가 널리 퍼지기 바란다는 의미다. 바람에 날리는 오색 깃발은 ‘타르초’다. 우주의 5원소(하늘, 땅, 불, 구름, 바다)를 상징하는 파랑·노랑·빨강·하양·초록 깃발에 불경 구절을 깨알같이 적어 끈으로 이었다.

▲ 떠도는 어린 넋을 위로하는 아기동자상과 태안령지장보살입상    


부처의 가르침이 온 세상에 퍼지라는 염원이 담겼다.박물관에서는 달라이라마실, 티베트 불교회화인 탕카, 티베트 사람들의 생필품인 티포트, 석가모니 직계 후손인 석가족 장인이 만든 불상, 티베트 불교의 정수로 꼽히는 만다라를 볼 수 있다. 신과 함께 저승 여행 특별전도 흥미진진하다.

▲ 신라 왕족 출신 지장 스님을 기리는 기념관  


불교의 사후 세계를 극적으로 표현한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에 나오는 7대 지옥과 불교의 10대 지옥을 비교·전시한다. 망자의 시신을 독수리 먹이로 내주는 티베트 장례 문화를 담은 사진, 영정 사진을 찍고 유언장을 작성한 뒤 관에 들어가 죽음을 체험하는 죽음체험실은 오싹하면서도 성찰할 기회를 준다.

▲ 대원사 경내 죽음 체험관인 수관정. 전각 안에 관이 있어 원한다면 체험해볼 수 있다  


영혼이 떠난 시신은 썩는 고깃덩어리에 불과하다 고 생각해 떠나는 자도, 보내는 자도 아무 갈등 없이 새들이 먹기 좋도록 살과 뼈를 곱게 빻아 내놓는 천장(조장)의 현장은 다소 충격적이다. 티베트 불교에 이어 한국 불교를 만날 차례다. 백제 때 창건한 대원사는 화재로 소실되고 다시 세우기를 거듭하며 오늘에 이른다.

▲ 대원사 경내 7개 연못 중 가장 아름답다는 구품연지    


주불전은 불교의 이상향인 서방 극락정토를 상징하는 극락전(전라남도유형문화재 87호)이다. 일주문과 사천왕루를 지나고 구품교를 건너 계단을 오르면 연지문 너머 극락전이 모습을 드러낸다. 연지문에는 머리로 치는 커다란 목탁이 걸렸다. 두 손으로 목탁을 잡고 이마로 세 번 치며 “나쁜 기억 사라져라, 나의 지혜 밝아져라, 나의 원수 잘되거라”를 외고 들어간다.

▲ 극락전 동쪽 벽 달마대사 벽화    


구품교 아래 연못은 대원사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꼽힌다. 대원사 경내에는 연못이 7개 있는데, 여름이면 활짝 핀 연꽃과 각종 수생식물로 생태 공원을 방불케 한다. 극락전은 꼭 내부까지 볼 것을 권한다. 특히 좌우 벽을 장식한 벽화에 주목하자. 서쪽 벽에 흰옷 입은 관음보살과 선재동자가 함께 있는 관음보살 벽화를, 동쪽 벽에 달마대사와 혜가단비의 고사를 표현한 달마대사 벽화를 그렸다.

▲ 대원사 경내에는 태어나지 못하고 죽은 어린 영령을 천도하기 위해 세운 아기동자상이 많다    


보성 대원사 극락전 관음보살 달마대사 벽화(보물 1861호)로, 영조 때인 1766~1767년 작품이라 추정된다. 대원사는 세상 빛을 보지 못한 어린 영령(태아령)을 위로하는 지장 기도 도량이라, 곳곳에 빨간 모자를 쓴 동자상이 많다. 극락전 옆에 어린 영혼들을 천도하고자 봉안한 태안지장보살상이 있고, 천도를 위한 백일기도가 열린다.

▲ 대원사 진입로 초입에 자리한 보성군립백민미술관  


그밖에 주요 전각으로 중국에서 존경 받는 신라 출신 지장스님을 기리는 김지장전, 황희정승영각, 아도영각, 죽음체험관(수관정), 템플스테이를 위한 선방 등이 있다. 올해 대원사는 티베트 현지인과 함께하는 티베트 음악과 예술 세계 체험을 비롯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할 계획이다. 자세한 일정과 참가 방법은 홈페이지를 참고한다.

▲ 4월이면 대원사 진입로를 따라 벚꽃이 터널을 이룬다_ 보성군청


대원사 방문 전후에 보성군립백민미술관이나 서재필기념공원에 들러도 좋다. 보성군립백민미술관은 1993년에 국내 최초로 개관한 군립 미술관이다. 보성 출신 백민 조규일 화백과 국내 원로·중견 작가, 외국 작가의 작품을 두루 전시한다.

▲ 대원사 경내에 피어난 매화  


서재필기념공원은 독립협회를 조직하고 독립신문을 창간하는 등 조국 광복을 위해 열정을 다한 서재필 선생을 기리는 곳으로, 서울의 독립문을 재현한 모형도 있다. 단 유물과 각종 자료를 전시한 서재필기념관은 내부 공사가 끝나는 4월 이후에 관람이 가능하다.

▲ 서재필기념공원에는 서울의 독립문을 재현한 모형이 있다    


소설 《태백산맥》의 무대인 벌교도 보성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다. 조정래 작가의 문학 세계와 《태백산맥》 관련 자료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태백산맥문학관, 소화의집, 현부자네집, 김범우의집, 벌교 홍교, 구 벌교금융조합, 구 보성여관, 중도방죽으로 이어지는 소설 속 명소를 따라 걷는 태백산맥문학기행길이 인기다.

▲ 벌교읍내 구 금융조합 건물  


벌교 포구를 가로지르는 다리 가운데 가장 오래된 벌교 홍교는 국내에 남은 홍교 중 가장 크고 아름다워 보물 304호로 지정됐다. 구 벌교금융조합(등록문화재 226호)은 일본 건축양식이 반영된 근대건축물이며, 현재 한국 화폐사 전시 공간으로 활용된다.

▲ 소설 태백산맥에 등장하는 벌교의 상징, 벌교 홍교    


소설에서 남도여관으로 나오는 구 보성여관(등록문화재 132호)은 복원을 거쳐 카페와 자료실, 전시실, 소극장, 숙박동을 갖춘 복합 공간으로 태어났다. 근대건축물에서 보내는 하룻밤은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 보성여관 3층 다다미방  


○ 당일여행 : 대원사티벳박물관과 수미광명탑→대원사→보성군립백민미술관→서재필기념공원

 

○ 1박 2일 여행 : 첫날_대원사티벳박물관과 수미광명탑→대원사→보성군립백민미술관→서재필기념공원 / 둘째날_태백산맥기념관→태백산맥문학기행길

 

○ 축제와 행사 주변 볼거리 : 보성벚꽃축제 2019년 4월 6일, 대원사 진입로 일원,  061-850-8281~4(문덕면사무소) / 주암호, 율포해수녹차센터, 득량역 추억의거리, 한국차박물관 / 관광공사_사진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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