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 이황이 꿈꾼 유교적 이상향, 안동 도산서원

다른 곳에 터를 잡자니 스승이 도산십이곡을 지어 부를 만큼 아낀 곳을

이성훈 | 기사입력 2019/09/30 [05:23]

퇴계 이황이 꿈꾼 유교적 이상향, 안동 도산서원

다른 곳에 터를 잡자니 스승이 도산십이곡을 지어 부를 만큼 아낀 곳을

이성훈 | 입력 : 2019/09/30 [05:23]

[이트레블뉴스=이성훈 기자] 퇴계 이황의 제자들은 스승이 돌아가시고 딜레마에 빠졌다. 스승을 모실 사당과 서원을 지어야 하는데 스승이 세운 도산서당을 허물 수도 없고, 다른 곳에 터를 잡자니 스승이 도산십이곡을 지어 부를 만큼 아낀 곳을 외면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 퇴계가 지은 도산서당을 기초로 건물이 더해져 도산서원을 이룬다.  


고심 끝에 도산서당 뒤쪽에 서원 건물을 지어 서당과 서원이 어우러지게 했다. 도산서당과 농운정사, 역락서재 등 앞쪽 건물은 퇴계의 작품이요, 전교당과 동·서광명실, 장판각, 상덕사 등은 제자들이 지었다. 퇴계가 꿈꾼 유교적인 이상향인 안동 도산서원(사적 170호)은 이렇듯 스승과 제자가 시대를 달리하며 완성한 의미 있는 공간이다.

 

▲ 퇴계가 설계한 도산서당은 3칸 규모로 아담하다  


도산서원은 조선 중기의 대학자 퇴계 이황을 흠모하는 제자들이 세웠으나, 그 출발은 퇴계의 도산서당이다. 퇴계는 1501년 도산면 온혜리에서 태어나 중종, 인종, 명종, 선조 등 네 임금을 섬겼다. 34세에 과거에 급제하고 단양군수와 풍기군수, 공조판서, 예조판서, 우찬성, 대제학을 지냈으며, 사후에 영의정으로 추증됐다. 관직에 140회 이상 임명됐으나 절반은 고사했는데, 스스로 지은 호 퇴계(退溪) 역시 물러남이라는 뜻이 있다.

 

▲ 퇴계의 당당한 필체가 인상적인 도산서당 현판    


이황은 1557년 도산서당을 열기로 마음먹고, 도산에 안식처를 마련하게 되었으니 만년에 가장 기쁜 일 이라며 친구에게 편지를 쓸 정도로 좋아했다. 뒤로 야트막한 산을 두르고, 앞으로 낙동강이 흐르는 전형적인 배산임수 지형이다. 명종의 부름으로 한양에 머무르느라 서당을 짓는 데 4년 가까이 걸렸으나, 도산서당에는 퇴계의 꼼꼼한 설계와 철학이 담겼다.

▲ 퇴계의 제자들이 머물던 농운정사  


도산서당은 방과 마루, 부엌이 모두 단칸이다. 선생의 소박함이 그대로 드러난 대목이다. 최소한의 공간에서 독서하고 수양하며, 저술하고 교육했다. 마루와 방 사이 기둥에 아담하게 걸린 도산서당 현판은 퇴계가 썼다. 농운정사는 도산서당을 세운 이듬해에 지은 건물로, 유생이 머무르던 기숙사다. 공부에 열중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공(工) 자형으로 지었고, 하루 종일 어느 한 곳은 반드시 해가 들도록 설계했다.

 

▲ 유생 기숙사인 박약재와 홍의재 앞에서 문화관광해설사의 설명을 듣는 사람들. 길을 중심으로 좌우 건물이 대칭을 이룬다    


도산서당, 농운정사를 지나 계단 위쪽은 도산서원 영역에 해당한다. 길을 중심으로 좌우 건물이 대칭을 이룬다. 도서관인 동광명실과 서광명실이 마주 보고, 유생 기숙사인 박약재와 홍의재가 마주한 형태다. 도산서원의 핵심 건물인 전교당(보물 210호)은 유생이 모여 공부하던 강당이다.

 

▲ 강 건너편 시사단은 조선 시대 유일하게 지방에서 과거를 본 흔적이다  


선조가 하사한 도산서원 사액 현판이 이곳에 걸렸다. 명필 한석봉의 글씨인데, 당시 선조가 마지막 글자부터 쓰게 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지금 전교당은 올 연말 완공 예정으로 공사 중이다. 도산서원 도산서당 농운정사 현판 원본은 한국국학진흥원 내 유교문화박물관에 있다.

 

▲ 옥진각에 전시된 퇴계 유품  


도산서당을 완공한 때는 1561년, 이황이 타계한 해는 1570년, 도산서원을 지은 것은 1574년이다. 정조는 평소 흠모하던 퇴계의 학덕을 기리고 지방 선비들의 사기를 높이고자 1792년, 어명으로 도산별과를 실시했다. 한양이 아닌 곳에서 과거를 치른 유일한 경우다. 팔도에서 7228명이 응시했고, 서원 내에 수용할 수 없어 낙동강 변 솔숲에서 과거를 치러 11명을 선발했다. 그때 과거를 본 시사단(경북유형문화재 33호)이 강 건너편에 봉긋 솟은 언덕이다.

 

▲ 시인이자 혁명가 이육사를 기념하는 이육사문학관


안동댐 건설로 시사단이 잠길 것을 우려해 높이 10m 단을 쌓았다. 서원 앞 너른 공터에 고목이 늘어서, 나무 그늘에 앉아 시사단과 낙동강 경치를 감상하기 좋다. 퇴계 유물 전시관인 옥진각에서는 매화연(벼루)과 연적, 별자리를 관측하는 혼천의 등 선생의 유품과 일대기, 펴낸 책 등을 볼 수 있다.

 

▲ 이육사가 시를 발표한 문예지, 시집과 관련 서적을 모은 이육사서재


도산서원에서 5분 거리에 이육사문학관이 있다. 내 고장 칠월은 /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로 시작하는 청포도는 이육사가 1939년에 발표한 시다. 본명은 이원록인데 수인 번호 264를 필명으로 썼다. 퇴계 이황의 14대손으로 어릴 때는 한학을 배웠고, 일본 유학 후 독립운동에 뜻을 두고 무장 독립운동 단체인 의열단에 가입하는 등 혁명가의 길을 걷다가, 1944년 1월 베이징에서 옥사했다.

 

▲ 낡은 마을에 예술을 더해 예끼마을로 거듭난 서부리    


이육사문학관에서는 시인 이육사와 인간 이원록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특히 그가 쓴 시가 발표된 문예지, 시집, 이육사 관련 서적 등으로 빼곡히 채운 이육사서재가 인상적이다. 이육사문학관은 2017년 증축과 더불어 전시물을 교체하고 다시 개관했으며, 야외에 이육사 생가를 재현했다. 문학관 뒷산 언덕에는 베이징, 미아리공동묘지를 거쳐 온 이육사 묘소가 있다.

 

▲ 선성수상길 쉼터에 마련된 예안국민학교 관련 조형물  


서부리는 1970년대 중반 안동댐 건설로 수몰될 예안면 서부리를 옮겨 온 마을이다. 몇 년 전부터 옛 건물을 갤러리, 한옥 카페, 인포메이션센터로 꾸미고 마을 곳곳에 예술적인 손길을 더해 예(藝)끼마을로 부른다. 예끼마을에서 안동호반자연휴양림까지 이어진 선성수상길은 안동호에 놓은 부교다. 주변 풍광이 그림 같아 1km 남짓한 선성수상길이 짧게 느껴진다. 중간에 마련된 쉼터에 수몰된 예안국민학교 관련 조형물이 인상적이다.

 

▲ 임청각은 대한민국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을 지낸 석주 이상룡의 생가다  


2019년은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해다. 안동 임청각(보물 182호)은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을 지낸 석주 이상룡의 생가다. 석주는 가산을 모두 처분해 독립운동 자금을 마련하고, 식솔 50여 명을 이끌고 만주로 건너가 신흥무관학교를 세우고, 초대 국무령을 지내는 등 독립운동사에 큰 획을 그은 인물이다. 임청각은 석주를 포함해 독립운동가 9명이 태어난 고성 이씨 종택이다. 임청각 군자정에는 퇴계를 포함해 선비들의 글씨가 가득하다.

 

▲ 우리나라 전탑 가운데 가장 크고 오래된 안동 법흥사지 칠층전탑    


임청각에서 철길을 따라 100m 정도 가면 난데없이 높은 탑이 나타난다. 통일신라 때 조성된 안동 법흥사지 칠층전탑(국보 16호)이 있다. 절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높이 17m 전탑만 남았는데, 우리나라 전탑 가운데 가장 크고 오래됐다. 안동의 밤은 월영교가 책임진다. 해가 지면 다리와 주변 산책로에 조명이 들어와 운치 있다. 선선한 강바람을 느끼며 가볍게 산책하기 좋다. 조금 높은 곳에서 감상하고 싶다면 월영교 입구에 자리한 안동물문화관 전망대로 향하자. 월영교 야경 사진을 찍는 포인트다.

 

▲ 야경이 더욱 근사한 월영교  


○ 당일여행 : 유교문화 코스_도산서원→예끼마을→선성수상길→임청각→월영교 야경 / 독립운동 코스_도산서원→이육사문학관→임청각→경상북도독립운동기념관→월영교 야경


○ 1박 2일 여행 : 첫날_도산서원→이육사문학관→예끼마을→선성수상길→월영교 야경 / 둘째날_임청각→병산서원→하회마을


○ 관련 웹 사이트

 - 안동관광정보센터(안동시 문화관광 홈페이지) www.tourandong.com

 - 도산서원 www.dosanseowon.com

 - 이육사문학관 www.264.or.kr

 - 예끼마을 www.yeggistory.com

 - 임청각 www.imcheonggak.com

 

○ 축제 및 주변 볼거리 : 2019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_2019년 9월 27일~10월 6일, 탈춤공원·시내 일원 / 주변볼거리_농암종택, 퇴계종택, 퇴계태실, 고산정, 안동군자마을, 유교문화박물관, 유교랜드, 안동시립민속박물관 등 / 관광공사_사진제공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광고
국내여행
한국 문학의 정취가 묻어나는 감성 여행지
1/3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