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지역 명사가 소개하는 겨울 관광지 ②

스트레스를 날려 버리기 위한 호텔리어의 스키와 양치기

이성훈 | 기사입력 2019/12/09 [01:03]

스위스 지역 명사가 소개하는 겨울 관광지 ②

스트레스를 날려 버리기 위한 호텔리어의 스키와 양치기

이성훈 | 입력 : 2019/12/09 [01:03]

[이트레블뉴스=이성훈 기자] 스트레스를 날려 버리기 위한 스키와 양치기, 체르마트(Zermatt)에서 호텔 매니저로 일하는 파울 마크 율렌(Paul-Marc Julen)은 선대의 일을 물려받아 이어가고 있다. 가문의 전통에는 체르마트 태생의 검은 코 양을 치는 일도 포함되어 있다. 가능할 때면 언제나 이 호텔리어는 아들들을 데리고 마터호른(Matterhorn) 발치에 자리한 스키 피스트를 찾아 속도감 있는 카빙을 즐긴다.

 

▲ Zermatt 


약 360km에 달하는 피스트와 현대적인 케이블카, 산악 철도, 유럽에서 가장 높은 케이블카 역, 다채로운 음식 등. 체르마트가 선사하는 기쁨 중 일부에 불과하다. 전통을 중시하는 기업가, 파울 마크 율렌에게는 스키 레이스가 직업이 될 뻔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호텔 비즈니스 가업을 잇는 세 번째 세대다. 두 아이의 아버지이기도 한 그는 체르마트 관광에도 헌신하고 있다.

 


“피스트에 이끌릴 수밖에 없는 때가 있죠. 일에서의 휴식이 필요한 때에요.” 율렌은 말한다. 어디에 파우더 스노우가 아직도 남아 있을까? 어느 것이 가장 긴 피스트일까? 마터호른 뷰를 보면서 점심을 먹을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아침 식사를 하면서 율렌은 스키를 타며 완벽한 하루를 보낼 수 있도록 손님들에게 팁을 건넨다. 호텔 매니저로부터 직접 조언을 듣는 것은 꽤 근사한 일인 데다, 체르마트에서 자란 덕분에 스키장을 손바닥처럼 알고 있는 그이고, 그 자신 스스로가 겨울 스포츠광이기 때문에, 고객들의 반응이 뜨겁다.

 


창문을 바라본다. 마터호른이 아침 햇살에 반짝인다. 체르마트에 사는 이들에게는 익숙한 딜레마다. 바로 집 앞에 세상에서 가장 근사한 스키장이 있는데, 일을 해야 하고 손님들을 보살펴야 하는 이 상황이 말이다. 하지만 파울 마크 율렌 같은 이라면 언제나 완벽한 스노우 컨디션을 거부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저녁까지 업무를 잠시 미뤄두고 스키를 신는다.

 


특히 일요일은 패밀리 데이이자 스키 데이다. 야르노(Jarno)와 라얀(Rajan)은 스키 장비를 완전히 갖추고 아빠를 기다리고 있은 지 한참이다. 율렌의 두 아들은 율렌만큼이나 스키에 미쳐있는데, 아빠와 함께 슬로프로 향하는 것을 기다리는 게 좀처럼 쉽지 않다. 일요일은 언제나 율렌 가족들에게는 패밀리 데이다. 겨울이면 계획은 이미 다 세워져 있다. 피스트로 향하는 것이다.

 


“우리 가족이 스키를 갈 땐, 어디로 갈지 항상 설전이 오가죠.” 율렌이 말한다. 체르마트는 매혹적인 피스트로 가득하다. 심지어 율렌 가족 같은 로컬들도 완벽한 스키를 위해 계획을 세우는 것이 때로는 어렵게만 느껴진다. 라얀은 스키 레이스에 심취해 있어 가파른 슬로프를 서둘러 내려가고 싶어한다. 야르노는 점프를 좋아해서 프리스타일 파크에서 온종일 보낼 수도 있는 아이다. 엄마는 여유로운 피스트를 좋아한다. 아빠는 모두를 기쁘게 해주고 싶을 뿐이다.

 


“체르마트는 스키 자체뿐만 아니라, 스키 여정을 떠나는 여행지라고 봐야 하죠. 모두를 만족시킬만한 것이 있어요.” 율렌은 말한다. 해발고도 3,883m에 자리한 유럽에서 가장 높은 케이블카 역이 있고, 총 360km의 피스트가 다양한 난이도를 커버하고, 심지어 여름에도 21km의 스키장이 버텨준다. 파이프, 키커, 레일이 설치된 프리스타일 파크도 연중 운영된다.

 
율렌 가족이 쉽게 동의하는 것이 한 가지 있다. 바로 음식이다. 스키 타는 날 음식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모두에게 각기 다른 취향이 있다. 아침부터 스피디하게 수차례나 하강하느라 기력이 소모된 이들이다. 배고픈 아빠와 두 아이는 테이블 하나를 찾아 어서 앉고 싶은 마음이다.

 


녹아내린 라클레트 치즈의 냄새가 공기를 채운다. 발레산 건조육을 골고루 차려낸 플래터는 군침을 돌게 하고, 노곤한 근육이 새 생명을 불어넣는다. 상큼한 산 공기와 마터호른이 있는 산 세계의 파노라마가 시간을 잊게 만든다. 피스트가 다시 부른다. 이번에는 계곡까지 내려가는 진짜 마지막 긴 하강 코스다.

 
가문의 근원에 깊은 연결 고리를 형성하는 양치기도 특별하다. 계곡 아래로 향하는 하강 슬로프 마지막에 율렌 가족의 농장이 있다. 아이들은 농장에 가서 양들을 돌보기를 간절히 원한다. 호텔리어 아빠는 선뜻 허락한다. 검은 코 양을 키우는 것은 체르마트 전통의 일부다. 그의 기원을 상기 시켜 주는 일이기도 하다.

 


양들의 기쁜 울음소리가 외양간을 메우고, 호기심 가득한 양들이 울타리로 향한다. 인사라도 하고 싶은 걸까, 먹이를 좀 얻어먹어 보려는 요량일까? 어쨌든, 성공이다. 야르노와 라얀은 젖병으로 먹이를 주는 것을 좋아한다. 손님들은 양들을 쓰다듬어 주며 이 특별한 종자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다. 매주 수요일이면 이 양 목장이 일반인들에게 공개되기 때문이다.

 


“손님들이 잠드는 베개와 이불은 우리 양들의 털로 만든 겁니다.” 지속가능성도 율렌 가족에게는 중요한 사명이다. 이 농장에서 생산되는 모든 것을 호텔과 레스토랑에서 사용한다. 아빠와 아이들은 그들이 만든 건조육을 맛본다. 이제 집에 가서 숙제할 시간이다. 전통의 순환이 완성되었다. 호텔과 스키에서 농장과 가족으로. 전형적인 체르마트 스타일이다. 스위스정부관광청_사진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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