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머신 타고 중세 시대로 떠나는 스위스 취리히 젝세래우텐

노인부터 꼬마 아이까지 중세 의상 차려입고 구시가지에 다 모여

이성훈 | 기사입력 2020/03/12 [07:20]

타임머신 타고 중세 시대로 떠나는 스위스 취리히 젝세래우텐

노인부터 꼬마 아이까지 중세 의상 차려입고 구시가지에 다 모여

이성훈 | 입력 : 2020/03/12 [07:20]

[이트레블뉴스=이성훈 기자] 취리히 길드와 시민들은 매년 봄, 전통 축제, 젝세래우텐(Sechseläuten)을 통해 취리히 전체를 중세 시기로 되돌린다. 젝세래우텐은 배고프고 추웠던 겨울이 가고 봄이 옴을 축하하기 위한 축제로, 일요일 저녁부터 아이들의 퍼레이드가 시작된다. 약 3천 명의 어린이들과 청소년 밴드들이 아기자기한 어린이 가장행렬에 동참한다.

 

▲ Zurich_event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쭈그 데르 쮠프트(Zug der Zünfte)라 불리는 월요일 길드 행렬로, 중세 의상으로 치장한 약 7천 명의 군중과 500필의 말, 30개의 음악대, 50여 개의 이동 무대가 시내 곳곳을 행진한다. 취리히 시민들 대다수가 중세 때의 옷으로 변장을 하고 길거리를 메우는 흥미진진한 볼거리로, 유럽 최대 규모의 행진에 속한다.

 
행렬은 젝세래우텐 광장(Sechseläuten Platz) 오페라하우스 앞에서 마치게 된다. 광장 한가운데에는 겨울의 상징인 눈사람 뵈외그(Böögg)가 설치되어 있는데, 저녁 6시가 되면 장작더미에 불이 붙여지고, 말을 탄 길드 남성이 불길에 휩싸인 거대 눈사람 주변을 전속력으로 달리는 젝세래우텐 행진(Sechseläuten March)이 펼쳐진다.

 

▲ Zurich_astm1167 


솜과 폭죽으로 채워져 있는 뵈외그는 겨울의 상징으로, 뵈외그의 머리에 불이 빨리 붙어 폭발할수록 맑고 더운 여름이 온다고 전해진다. 2016 년에는 뵈외그가 폭발하는데 43분 34초나 걸려 최장 기록을 세웠다. 2017년에는 9분 56초 만에 폭발했다.

 

취리히의 봄 축제, 4월이 오고 기온이 오르며 해가 점점 길어져 첫 꽃망울이 터질 무렵이면 취리히 사람들은 전통적인 봄 축제를 벌인다. 현지 방언으로 잭실뤼테(Sächsilüüte)라고 불리는 젝세래우텐(Sechseläuten) 축제다. 16세기로 거슬러 올라가는 축제로, 당시는 취리히의 다양한 길드 회원들이 시의회를 구성하고 있을 때였다. 동절기에는 빛의 부족으로 오후 5시까지만 노동이 가능했던 터라, 시의회는 하절기에는 한 시간 더 연장 근무를 하도록 결정을 내린다.

 

▲ Zurich_event    

 

하지만 여름에는 해가 무척이나 긴지라, 6시 정각에 노동 종료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가 필요했다. 따라서 춘분 후 첫 월요일을 하절기의 시작으로 결정하고, 그로스뮌스터(Grossmünster)에 있는 취리히에서 두 번째로 큰 종을 오후 6시 정각에 울림으로 봄의 시작을 알리고 새로운 노동 시간을 적용하기로 하였다. 취리히의 모든 주민들에게 봄의 시작을 알리는 이 날은 오늘날까지 중요한 기념일로 자리 잡았고, 이것이 바로 취리히의 봄 축제, 젝세래우텐의 기원이 되었다.

 

실제로, 잭실뤼테는 종을 울리는 6시라는 뜻으로, 16세기부터 변하지 않고 내려오는 이름이다. 어쩌다 보니, 젝세래우텐은 더 이상 춘분 후 첫 월요일이 아니라, 1952년부터 4월의 세 번째 월요일에 치러지고 있다. 연도에 따라 이 날이 부활절 월요일과 겹치게 되면 한 주 먼저 젝세래우텐 축제를 치르고 있다.

 

▲ Zurich_zt_event 

 

젝세래우텐 축제의 주인공은 단연코 뵈외그다. 눈길을 사로잡는 이 눈사람 형상에는 흥미로운 사실이 많다. ‘뵈외그’란 단어 자체는 ‘부기맨(bogeyman)’과 연관된 외국어에서 기인한 것으로 추측된다. 무서운 상상 속의 형상으로, 취리히에서 뵈외그는 겨울을 상징하는 눈사람 형상을 띄고 있다. 뵈외그를 불태움으로써 겨울을 물리치고 새봄을 맞이하게 된다.

 
역사적으로 보았을 때, 현재 취리히의 프라우뮌스터(Fraumünster)와 뷔르클리플라츠(Bürkliplatz) 광장 사이의 취리히 크라츠(Kratz) 구역에서는 매년 춘분날이면 어린 소년들이 뵈외그 모양의 형상을 불태우곤 했었는데, 마침 길드 조합에서 젝세래우텐 봄 축제를 시작하던 참이기도 했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하나의 뵈외그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여럿이 있었는데, 장난꾸러기 아이들에 의해 수레에 묶여 골목골목을 끌려다니다가 크라츠 구역 곳곳에서 불태워지곤 했다.

 
젝세래우텐과 뵈외그를 태우는 풍습이 하나로 통합된 것은 19세기 말이나 돼서다. 꼬마 아이들의 행렬이 지금의 어린이 퍼레이드가 되었다. 젝세래우텐 전날 일요일에 펼쳐지는 행렬이다. 뵈외그는 축제의 주인공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현재 뵈외그의 역할은 바로 돌아오는 여름 날씨를 점치는 것이다. 젝세래우텐 행사 동안 거대 뵈외그를 세운 장작더미가 세워지는데, 정각 6시에 점화가 시작된다. 불길이 뵈외그 형상과 머리에 더 빨리 닿을수록 여름 날씨가 더 좋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뵈외그 안에는 폭죽이 가득 들어있어, 여름을 알리는 소리도 요란하다. 실제로 뵈외그는 2003년 무척이나 더웠던 여름 날씨를 제대로 맞췄는데, 머리가 5분 42초 만에 폭발하는 기록을 세웠던 적이 있다. 대체로, 머리가 0-6분 사이에  폭발하면 날씨가 매우 좋음, 6-10분 사이는 구름, 10-15분이면 비, 15분 이상이면 추울 지경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www.sechselaeuten.ch / 스위스 정부관광청_자료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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