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 나이트드림, 한여름 밤에 떠나는 소풍

밤의 꿈에서 옛사랑을 되찾은 드미트리우스가 한 말이다

이성훈 | 기사입력 2020/06/27 [06:56]

강진 나이트드림, 한여름 밤에 떠나는 소풍

밤의 꿈에서 옛사랑을 되찾은 드미트리우스가 한 말이다

이성훈 | 입력 : 2020/06/27 [06:56]

[이트레블뉴스=이성훈 기자]  “우리가 깨어 있긴 한 거야? 난 아직도 잠자고, 꿈꾸고 있는 것만 같아.” 셰익스피어의 낭만적인 희극 한여름 밤의 꿈에서 옛사랑을 되찾은 드미트리우스가 한 말이다. 현실과 꿈의 경계, 그 몽롱하지만 달콤한 기분을 표현할 때 한여름 밤의 꿈 이란 말을 곧잘 사용한다. 강진에 가면 한여름 밤의 꿈처럼 로맨틱한 여행, ‘나이트드림’이 있다.

 

▲ 강진에서 즐기는 한여름 밤의 피크닉    


나이트드림은 강진을 대표하는 야간 관광 프로그램이다. 낮과 다른 매력을 뽐내는 강진의 인기 여행지를 둘러보고, 지역민이 참여하는 공연도 즐길 수 있다. 나이트드림은 뜨거운 여름밤이 시작되는 6월부터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오는 10월까지 운영한다. 올해는 매달 마지막 토요일에 총 5회 진행할 예정이다. 워낙 인기가 좋아 지난해까지 45인승 버스 3~4대를 가득 채웠지만, 올해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확산 방지를 위해 버스마다 최대 탑승 인원을 22명으로 제한한다.

 

▲ 가우도_걸음을 쉬어가기 좋은 영랑나루쉼터


강진오감통에서 출발한 버스는 첫 번째 목적지로 가우도를 찾는다. 30명 남짓한 주민이 살아가는 소박하고 아름다운 섬 가우도는 트레킹 코스도 유명하다. 출렁다리를 건너 섬 둘레를 도는 데 한 시간이면 충분하다. 함께해(海)길이란 이름처럼 걷는 내내 푸른 바다가 곁을 지킨다. 산책로 대부분 경사가 완만하고 나무 데크가 잘 갖춰져 누구나 걷기 편하다. 김영랑 시인 동상이 자리한 영랑나루쉼터를 비롯해 쉴 만한 공간도 곳곳에 있다.

 

▲ 가우도_트레킹을 즐기는 나이트 드림 참가자들 _ 강진군청 


나이트드림 참가자는 오후 4시 35분부터 한 시간 동안 가우도 트레킹을 즐긴다. 한낮의 무더위를 피해 걷기 좋은 시간이다. 여름에 해가 늦게 져서 나이트드림 참가자는 보기 어렵지만, 가우도 일몰이 무척 아름답다. 분홍빛 하늘을 배경으로 섬의 윤곽이 온전히 드러나기 때문. 우연히 배가 지나가면 한 폭의 그림이 따로 없다. 섬을 잇는 출렁다리도 밤이 되면 현란한 조명으로 치장한다. 낮에는 상상할 수 없는 가우도의 반전이라고 할까.

 

▲ 가우도_분홍빛 하늘에 물든 가우도 - 강진군청 


걷고 나서는 배를 든든히 채워야 한다. 강진 읍내로 나와 추억의 테마 거리 청춘 생각대로 극장통 에서 각자 식사한다. 산과 들, 바다가 있는 강진에는 예부터 먹을거리가 풍성했다. 입맛에 따라 어느 식당을 선택하든 푸짐한 상차림과 따뜻한 인심이 반겨준다. 구도심의 정겨운 풍경은 덤이다. 영자의 전성시대 용가리 등 오래된 영화 포스터, 시대상을 반영한 표어를 구경하며 잠시 시간 여행을 즐겨도 좋다.

 

▲ 가우도_아이들도 걷기 좋은 가우도 둘레길 


오후 7시 10분부터 사의재를 배경으로 마당극이 펼쳐진다. 정약용이 강진에 유배 와서 처음 묵었다는 사의재는 생각과 용모, 언어, 행동을 바르게 하는 이가 거처하는 집 이란 뜻이다. 절망스러운 상황에도 몸과 마음을 다잡은 다산의 면모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 사의재_지역민들이 배우로 참여하는 사의재 마당극 - 강진군청    

 

공연도 흥미롭다. 귀양 온 선비를 살갑게 챙긴 주모와 딸 등 다양한 등장인물이 모두 지역민이다. 생업에 종사하는 틈틈이 연습한 터라, 연기가 조금 부족하고 실수가 있어도 친근하고 흥겹다. 배우와 관객이 자연스레 어우러지며 신명 나는 춤판을 벌인다.

 

▲ 세계모란공원_세계모란공원의 다채로운 조명 _ 강진군청


이제 버스는 마지막 목적지 세계모란공원에 도착한다. 강진 영랑 생가(국가민속문화재 252호) 뒤쪽에 조성된 공원은 시인의 대표작 모란이 피기까지는을 모티프로 꾸몄다. 거대한 유리온실에는 세계 각국의 화려한 모란이 가득하고, 산책로에도 계절마다 갖가지 꽃이 피고 진다. 요즘은 모란 못지않게 탐스러운 자태를 뽐내는 작약이 한창이다.

 

▲ 세계모란공원_야외공연을 감상하는 나이트 드림 참가자들 _ 강진군청 


공원을 걷다 보면 어느새 어둠이 내려앉는다. 마침내 오색 조명이 켜지면 삼삼오오 돗자리에 모여 앉아 본격적인 한여름 밤의 피크닉이 시작된다. 읍내 통닭 골목에서 온 시골닭강정에 지역 청년들이 만든 맥주를 곁들이니 그야말로 꿀맛. 강진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이 야외 공연도 선보인다. 낭만적인 시 한 편, 노래 한 곡에 멀리 읍내의 따스한 밤 풍경이 스민다.

 

▲ 세계모란공원_피크닉과 잘 어울리는 닭강정과 수제맥주    


나이트드림이 시작되기 전, 초록빛 싱그러운 강진의 여름 풍경을 챙겨보자. 지난봄 동백꽃이 흐드러지게 핀 강진 정약용 유적(사적 107호)에는 짙푸른 녹음이 내려앉았다. 유적 내 다산초당은 선생이 가장 오래 유배 생활을 한 곳으로, 《목민심서》 《경세유표》 등 대표작을 여기서 저술했다. 유배 생활의 외로움을 학문 연구와 집필로 달랜 다산의 처지가 초당에 오르는 험난한 돌길에서 고스란히 느껴진다.

 

▲ 다산초당_여름날의 다산초당    


초당 뒤쪽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걸으면 백련사가 보인다. 통일신라 말기에 창건해 오랜 역사와 명성을 자랑하는 백련사는 다산과도 깊은 인연을 맺었다. 다산이 향기로운 차 한 잔에 언제든 마음을 터놓고 학문을 논한 벗이 백련사 혜장선사다. 다산은 혜장선사와 자주 어울리며 그의 소탈하고 진실한 인품을 칭찬하는 글도 다수 남겼다.

 

▲ 다산초당_다산의 처지를 떠올리게 하는 험난한 돌길  

 

정다운 벗을 만날 수 없을 때 아쉬움 또한 시로 지었다. 사찰 내 자리한 찻집에서 이들이 나눈 따스한 위로와 우정의 맛을 짐작해보자. 햇살이 뜨거운 한낮에는 하늘이 보이지 않을 만큼 울창한 강진 백련사 동백나무 숲(천연기념물 151호)을 걸어도 좋다.

 

▲ 백련사_다산과 특별한 인연을 맺었던 백련사  


여름날 초록빛이 눈부신 여행지로 강진만생태공원이 있다. 강진만과 탐진강이 만나는 지역에 조성된 공원은 생태탐방로만 4km가 넘는다. 끝없이 펼쳐진 갈대밭에 눈도, 마음도 시원스럽다. 바람 따라 일렁이는 갈대 물결은 조정래 작가가 소설 《한강》에 묘사했을 만큼 아름답다. 갈대 외에 다양한 수생식물과 염생식물, 멸종 위기 야생 생물, 토종 어류 등이 생명력 넘치는 풍경을 선사한다.

 

▲ 강진만생태공원_강진만생태공원의 드넓은 갈대군락 _ 강진군청 

 

○ 당일여행 : 강진 정약용 유적→백련사→강진만생태공원→나이트드림

 

○ 1박 2일 여행 : 첫날_강진 정약용 유적→백련사→강진만생태공원→나이트드림 / 둘째날_강진 영랑 생가→고려청자박물관→한국민화뮤지엄→마량항

 

○ 문의

 - (재)강진군문화관광재단 061-434-7999

 - 강진 정약용 유적 061-430-3911

 - 백련사 061-432-0837

 - 강진만생태공원 061-430-3222

 

○ 주변 볼거리 : 전라병영성하멜기념관, 림스가든, 고바우상록공원전망대 / 관광공사_사진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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