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장 소스와 돼지고기가 잘어울리는, 청주 삼겹살 거리

청주에선 삼겹살에 소금을 뿌려 굽는 모습을 흔히볼수

박소영 | 기사입력 2013/02/17 [09:17]

간장 소스와 돼지고기가 잘어울리는, 청주 삼겹살 거리

청주에선 삼겹살에 소금을 뿌려 굽는 모습을 흔히볼수

박소영 | 입력 : 2013/02/17 [09:17]

청주 사람들에게는 시오야키(塩焼)에 대한 추억이 있다. 시오야키는 소금구이를 가리키는 일본어로, 청주 사람들은 두툼하게 썬 돼지고기에 소금을 뿌려 굽는 것을 이렇게 불렀다. 그 시작이 언제인지는 알 수 없지만, 1960~1970년대만 해도 청주에선 삼겹살에 소금을 뿌려 굽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

▲ 청주 삼겹살 거리   


삼삼오오 개울가에 모일 때도, 집에서 가족끼리 삼겹살을 구울 때도 소금은 으레 따라다녔다. 지글지글 익어가는 삼겹살에 소금을 툭툭 뿌려 먹는 맛은 그 어떤 산해진미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소금구이에 간장 소스가 더해진 건 돼지고기 누린내 때문이었다. 요즘과 달리 당시에는 거세하지 않은 수퇘지도 식육으로 사용했던 터라 고기에서 누린내가 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 간장소스와 생삼겹살  


소스라고 해봐야 간장에 생강과 대파를 넣고 달인 게 전부지만, 삼겹살을 간장 소스에 적셔 구우니 누린내가 안 나고 육질도 부드러웠다. 삼겹살 하면 소금이라는 공식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청주 삼겹살 하면 떠오르는 간장 소스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 가위로 지방층을 잘라놓은 모습    


청주 시내에 시오야키라는 간판을 건 삼겹살집이 생긴 것도 그즈음이다. 소금 대신 간장 소스를 사용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이를 시오야키라고 불렀다. 뜻도 정확치 않은 일본어 시오야키는 그렇게 한동안 청주 삼겹살을 일컫는 대명사처럼 통용됐다.

▲ 상추에 깻잎절임과 삼겹살을 올려 먹으면 제맛이다  


세월이 흐르고 삶이 풍족해지면서 먹거리에 대한 인식도 많이 바뀌었다. 보다 빠르고 편한 음식을 선호하다 보니, 전통 방식은 귀찮고 번거로운 것이 되었다. 입맛도 점점 자극적인 인스턴트식품에 길들여졌다. 청주 시내의 시오야키 식당이 하나둘 자취를 감췄다. 그 처지가 한때 청주 상권을 쥐락펴락하던 서문시장의 모습과도 많이 닮아 있다.

▲ 서문시장  


1964년 개설된 서문시장은 청주 최고의 상권을 자랑했지만, 1998년 고속버스터미널이 이전하며 쇠락하기 시작했다. 손님이 찾지 않는 시장은 더 이상 시장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 견디다 못한 상인들도 하나둘 시장을 떠났다. 빈 상점은 도매상인을 위한 창고로 근근이 그 맥을 이어올 뿐이다.

▲ 싱싱한 돼지고기   


잊혀가는 전통의 맛과 기능을 잃은 전통시장. 이 둘의 새로운 인연이 시작된 건 2012년 3월 3일, 서문시장이 위치한 서문동 일대에 삼겹살거리가 생기면서부터다. 전통이라는 이름 아래 청주를 대표하는 맛과 청주를 대표하는 시장이 하나로 뭉친 것이다. 반응은 좋았다.

▲ 서문시장 앞으로 이어지는 청주 삼겹살거리    


오래도록 잊고 있던 간장 삼겹살 맛은 입에서 입으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입소문이 번지면서 식당을 하겠다는 이들의 발걸음도 늘었다. 삼겹살거리가 조성될 때 7곳이던 식당이 지금은 13곳으로 1년이 채 안 되는 기간에 배 가까이 늘었고, 시장도 조금씩 활기를 띠고 있다.

▲ 간장에 적신 생삼겹살이 불판 위에서 익어간다   


청주 삼겹살거리의 아침은 간장 소스 달이는 냄새로 시작한다. 간장 소스는 예전처럼 생강과 계피, 대파 등을 주재료로 사용하지만, 요즘에는 15가지 한 약재도 넣는다. 세월이 흐른 만큼 맛도 업그레이드된 셈이다. 하지만 물과 간장의 비율은 예전 방식을 고집한다. 간장과 물의 황금 비율은 간장 향이 나되, 짠맛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 정도라고 한다.

▲ 청주삼겹살    


청주 삼겹살을 이야기하면서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게 파절이다. 삼겹살에 당연히 따라 나온다고 생각하는 파절이를 가장 먼저 선보인 곳이 청주라고 한다. 가늘게 썬 대파에 새콤달콤한 양념이 더해진 파절이는 느끼한 삼겹살과 찰떡궁합을 자랑하는 밑반찬이다. 청주 파절이는 양념장을 따로 만들어 사용하는데, 간장에 고춧가루와 식초 등을 넣은 양념장은 상온에서 일주일 정도 숙성시켜 그 맛이 한층 깊고 풍성하다.

▲ 청주 삼겹살에서 빠지지는 않는 것이 파절임이다   


삼겹살거리에선 다양한 맛의 삼겹살을 즐길 수 있다. 전통 방식만을 고집하지 않기 때문이다. 같은 간장 소스 삼겹살이라도 석쇠를 이용해 연탄불에 굽는 맛과 두꺼운 돌판을 가스 불로 달궈 굽는 맛이 같을 수는 없다. 최근에는 닭갈비처럼 삼겹살을 양념에 잰 양념 철판 삼겹살을 선보이는 업소도 문을 열었다. 손님들 입장에서는 골라 먹는 재미가 있어 좋다.

▲ 두툼한 생삼겹살   


이렇듯 맛에서는 선의의 경쟁을 하는 업주들도 삼겹살거리를 운영하기 위한 큰 원칙에 있어서는 의견을 함께한다. 우선 고기는 암퇘지만 사용한다. 암퇘지는 거세한 수퇘지보다 kg당 1000원이 비싸지만, 누린내가 없고 그만큼 맛이 좋다. 냉동육도 사용하지 않는다. 삼겹살거리 어느 가게에서든 두툼한 생고기를 맛볼 수 있는 이유다. 모든 점포의 삼겹살 가격도 1인분(200g)에 9000원으로 동일하다.

▲ 1시간 무료 주차권    


삼겹살거리 상인들은 매달 3일을 청주 삼겹살데이로 정해 삼겹살을 평소보다 40% 저렴하게(200g 5000원- 판매한다. 행사는 정오부터 밤 10시까지. 이날은 예약 없이 선착순으로 손님을 받는다. 식당을 찾는 모든 손님에게 한 시간 무료 주차권도 제공한다.

▲ 수암골 부탁해요 캡틴 촬영지    


청주 삼겹살로 배를 든든히 채웠으면 잠시 서문시장을 돌아보자. 빈 상점이 듬성듬성 보이지만, 전통시장의 정겨움은 여전하다. 짧은 시장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대형 마트와 다른 소소한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 정겨운 모습의 수암골 벽화   


수암골은 청주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우암산 자락에 자리한 수암골은 한국전쟁 직후 피난민들이 모여 형성된 마을. 아담한 이 산골 마을이 세상에 알려진 건 2007년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통해 벽화마을로 알려지면서부터다.

▲ 드라마 영광의 재인 촬영지     


이후 카인과 아벨 제빵왕 김탁구 영광의 재인 부탁해요 캡틴 등 많은 드라마가 촬영되면서 청주의 대표 여행지로 자리매김했다. 수암골 끝자락에는 수암골과 청주 시내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전망대도 마련되었다.

▲ 수암골 전망대에서 본 청주시내의 모습   


직지심체요절의 고장 청주에 와서 고인쇄박물관을 놓칠 수 없다. 청주고인쇄박물관은 직지심체요절이 제작된 흥덕사지에 옆에 있다. 1377년 제작된 직지심체요절은 현존하는 금속 활자본 중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책으로, 독일의 금속 인쇄본 구텐베르크 성서 보다 78년 앞서 제작되었다.

▲ 금속활자제작 과정   


2001년에는 그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기도 했다. 청주고인쇄박물관에서는 직지심체요절 제작 과정을 디오라마로 살펴보고, 전 세계의 인쇄 관련 자료를 관람할 수 있다. 1층 체험관에는 아이들을 위한 인쇄 체험장도 마련되었다.  

▲ 체험실  


○ 당일 여행 코스 : 서문시장→청주 삼겹살거리→수암골→청주고인쇄박물관→흥덕사지

○ 1박 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 서문시장→청주 삼겹살거리→수암골→청주고인쇄박물관→흥덕사지
둘째 날 : 상당산성→제빵왕 김탁구 드라마 전시관→성안길→육거리전통시장

○ 관련 웹사이트
 - 청주시 문화관광
http://tour.cjcity.net
 - 청주시모범음식점 www.cjcityfood.co.kr
 - 청주고인쇄박물관 http://jikjiworld.cjcity.net/main/jikjiworld

○ 문의
 - 청주시청 문화관광과 043-200-2233
 - 청주 삼겹살거리 상인회 010-5461-3658(김상돈 회장)
 - 청주고인쇄박물관 043-200-4515

○ 잠자리
 - 호텔린 : 흥덕구 풍년로142번길, 043-231-0207 (굿스테이)
 - 호텔힐 : 상당구 명암로293번길, 043-257-7451,
www.hotelhill.co.kr
 - 라마다플라자청주호텔 : 상당구 충청대로, 043-290-1000,
www.ramadakorea.co.kr
 - 백제관광호텔 : 흥덕구 풍년로205번길, 043-236-7979,
www.bjtourhotel.co.kr

○ 먹거리
 - 삼겹살잔치 : 삼겹살, 청주 삼겹살거리, 043-284-9292
 - 함지락 : 삼겹살, 청주 삼겹살거리, 043-223-2379
 - 금순이은순이 : 삼겹살, 청주 삼겹살거리, 043-255-1141
 - 금순이은순이 시즌2 : 삼겹살, 청주 삼겹살거리, 043-255-1141
 - 삼남매생삼겹살 : 삼겹살, 청주 삼겹살거리, 043-223-3992
 - 서문돼지꿈생삼겹살 : 삼겹살, 청주 삼겹살거리, 043-256-1533
 - 서문창고 : 철판 주물럭 삼겹살, 청주 삼겹살거리, 043-292-1000
 - 서문축산물생삼겹살 : 삼겹살, 청주 삼겹살거리, 043-253-9938
 - 야간비행 : 삼겹살․목살, 청주 삼겹살거리, 043-257-8222
 - 우리집삼겹살 : 삼겹살, 청주 삼겹살거리, 043-250-9177
 - 진미삼겹살 : 삼겹살, 청주 삼겹살거리, 043-256-9145
 - 충주생삼겹돌구이 : 삼겹살, 청주 삼겹살거리, 043-253-0531

○ 주변 볼거리 : 상수허브랜드, 청주랜드, 보살사, 청주 용두사지 철당간, 청주백제유물전시관 / 한국관광공사_사진제공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국내여행
[테마기행] 만해 ‘한용운’을 찾아
1/3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