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고 후회할까 안하고 후회할까?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양면성을 지닌 생생한 경험담 으로

강미희 | 기사입력 2006/10/25 [13:33]

결혼하고 후회할까 안하고 후회할까?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양면성을 지닌 생생한 경험담 으로

강미희 | 입력 : 2006/10/25 [13:33]
결혼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고 한다. 결혼해서 아옹다옹 싸우며 생활에 찌든 선배들을 볼 땐"결혼 따위 안 할거야"라고 생각한다. 

대체 결혼이 뭐길래,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양면성을 지닌 걸까?
생생한 경험담으로 듣는 결혼의 흑백을 들여다 보았다. 여성포탈 사이트 젝시인러브의 자사 사무실에서는 20대에서 40대까지 4명의 여성들이 모여 한바탕 수다판이 벌여졌다. 11월에 방송될 동아tv 다큐멘터리를 위해 만들어진 이 자리에는 기혼여성 2명과 미혼여성 2명이 참여해 결혼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털어놓았다.

인연 만나면 결혼하고픈 마음은 당연!
결혼이 현실임을 깨닫고 있다는 결혼 3년차의 주부 김수진씨(40). 결혼 생각 없이 독신을 유지하던 그녀가 뒤늦게 인연을 만나고 나니 결혼은 일사천리. 만난 지 4개월 만에 지금의 남편과 결혼식을 올렸다. 긴 독신기간 탓이었는지 오히려 친정어머니가 결혼을 반대했을 정도. “잘 살다가 왜 이제 고생길을 자처하냐며 결혼식 전날까지 못마땅해 하실 정도였어요.”그러나 김씨는 잘 살 거라고 큰소리 떵떵 치며 38세의 신부가 되었다.

처음엔 둘만 있으니 마냥 좋았죠. 하지만 환상은 바로 깨지더라구요.
늦은 결혼이었기에 아이를 가지지 않기로 했던 두 사람의 약속을 깬 것은 남편 쪽이었다. 주위 친지들의 재촉과 남편의 마음변화에 적잖이 섭섭했던 김씨에게 아이가 생긴 것은 결혼한 지 1년도 채 안 되었을 때다.

노산인데다 몸까지 약해,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두고 결국 유산까지 하게 되면서 김씨의 인생에도 변화가 찾아 들었다. 그녀가 눈을 돌린 곳은 세상 밖이었다. 우연찮게 시작한 방송 출연과 주부 모델, 엑스트라 생활은 결혼을 통해 그녀가 잃었다고 생각한 자신감을 회복하기에 충분했다. 남편 역시 그녀의 든든한 지원자. 가끔은 주말까지 바쁜 아내에게 볼멘 소리를 하지만 집안 살림을 도와주는 것은 물론 응원까지 아끼지 않는다고.

남편의 아지트, 소파를 버리고파?
이와 달리 배영주씨(36)는 평범한 결혼 4년 차의 주부다. 이제 14개월이 된 아이와 3살 연하의 남편을 두고 있다. “어릴 때부터 일찍 결혼해서 안정을 느끼고 싶었어요. 하지만 살다 보니 결혼이 늦어지더라구요. 그러다가 지금의 남편을 만나게 되었어요.” 스노보드 동호회에서 만나 결혼에까지 이른 배씨 부부. 배씨는 결혼한 후 오히려 늦게 한 것이 낫다 싶다고 한다. 어릴 때는 자기 생활을 마음껏 누려보고, 뒤늦게 결혼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라고. 배씨는 결혼 초부터 시댁에서 함께 살면서 처음에는 어려움도 많았다고 한다.

낯선 공기, 낯선 사람들, 낯선 환경에 적응하기 힘들더라구요. 남편은 원래 자기 집이니 덜할 테지만요.

남성적인 자신과 달리 여성적인 남편은 집안일도 잘 도와주는 편이지만 점차 바뀌었다고 한다. 아내가 있으니 자신이 굳이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을 듯.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다른 남편들처럼 휴일이면 소파에 누워 낮잠이나 tv삼매경에 빠지기 일쑤였다고. “제 친구는 남편 누워 있는 꼴이 보기 싫어 소파를 버리고 싶을 정도래요.”

특히 명절 때면 스트레스는 더욱 심해진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듯이 음식이나 설거지 같은 육체적 스트레스는 오히려 낫다고 한다. 어른들의 잔소리와 참견, 오로지 일만 하는 여자와 담화나 나누고 있는 남자의 구분 등 명절이면 흔히 볼 수 있는 이 풍경들로 인해 정신적 스트레스가 더 괴롭다고. 이는 열혈주부 김수진씨도 마찬가지다. “명절 때마다 아이 가져야지, 아이 가져야지, 하는 말들이 얼마나 괴롭다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수진씨나 배영주씨는 결혼에 적극 찬성하는 결혼예찬론자들이다. 어차피 안 해도 후회, 해도 후회인 결혼. 후회할 때 하더라고 결혼해보고 하라는 것이 그녀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마냥 좋을 수는 없지만 인생의 동반자가 생기고 아이까지 생기면서 가족이란 울타리에서 느껴지는 안정감이 결혼에 대한 후회를 없앤다는 것이다.

결혼 전엔 저 하늘의 별도 따줄 듯 하더니 결 혼 후엔 나 몰라라, 이런 폭군도 없다 싶게 변한 남자. 결혼은 사랑조차 현실로 바꿔버리는 걸까?  조사한 바에 따르면‘결혼 후 달라지는 남자의 대표적 특징’으로 여자 응답자의 30%가‘많이 게을러진다’라고 답했다. 근소한 차로‘스킨십이 줄어든다’가 29%였으며 그 뒤를 이어‘대화가 줄어든다’'짜증이 늘어난다’‘투정이 늘어난다’등의 특징이 꼽혔다.

결혼이란?
희생하는 것! 여느 또래와 같이 남자와 연애에도 관심이 많아 젝시인러브를 자주 방문한다는 이연희씨(29세)는 미혼이다. 나이가 있는지라 주위에는 결혼한 친구들, 안한 친구들이 반반이라 미혼과 기혼의 장단점이 잘 보인다는 이씨. 그녀는‘아직까지는’프리하게 살고 싶은 독신 지향자다.“결혼한 친구들은 이런저런 고민거리를 이야기하면서도 결혼하면 좋다고 말해요. 하지만 속으로는 미혼인 저를 부러워하는 게 아닐까라고 생각돼죠.”

직장에서 유부녀인 선배나 상사를 보면 매번 퇴근 때마다 실랑이 하는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하다는 이씨. 집안살림과 육아 때문에 칼퇴근에 매달리는 것을 보면 자신은 결혼하지 말아야지, 라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얼마 전 헤어진 남자친구에게서 프로포즈까지 받았지만 확신이 들지 않아 이별을 선택한 이씨는 결혼을 환상이 아닌 현실로 인식한 케이스. 이런 생각에는 이씨의 어머니도 큰 몫을 했다.

동년배에 비해 생각이 트이신 이씨의 어머니는 딸에게 결혼하지 않아도 된다며 혼자 살아도 잘 살면 된다고 말씀하신다고.
“요즘은 어른들도 생각이 많이 달라졌어요. 결혼은 필수가 아니라고들 말씀하시죠.” 부모님을 비롯해 주위 결혼한 사람들의 사소한 싸움이나 문제들을 보며 그녀가 느낀 것은 결혼은 ‘희생’이라는 것이다. 특히 여자 입장에서 접어야 할 점들이 많다는 것. “전 아직 희생할 준비가 안 되어 있어요. 그래서 결혼은 해도 좋겠지만 안 해도 그만이란 생각이 들어요.”

“결혼요? 해보고 후회할래요”
토크 참여자 중 가장 어렸던 이지미씨(26) 역시 미혼. 아직은 하고 싶은 것도 많고 꿈도 많은 아가씨다. 최대한 빨리 결혼하고 싶다는 이씨의 꿈은 바로 ‘현모양처’. 아직 인연을 만나지는 못했지만 결혼해서 좋은 가정을 만들고 싶어한다.
“지금 혼자 살아서 그런 지 몰라도 누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좋아하는 사람이 항상 함께 있다면 많이 의지가 되겠죠. 하지만 성격이 맞는 사람을 찾기가 힘들어요.”
이씨는 자랄 때부터 가족에게 헌신적인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이상형을 그려왔다. 그래서 그녀가 생각하는 가정은 따뜻한 이미지 그 자체. 자연히 결혼에 대해서도 긍정적이며 희망적인 생각을 갖게 된 것이다.

“마음에 맞는 사람이 나타난다면 빨리 결혼하겠지만 아직 그런 사람을 만나지 못했어요. 그리고 아직 하고 싶은 일이 많기도 해서 일단은 그 일들을 해본 후에 결혼을 해도 괜찮을 것 같아요. 여유가 생기고 괜찮은 남자가 나타나면 결혼을 하겠죠?”차분하게 결혼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한 이씨의 마지막 말은 “결혼요? 해보고 후회하고 싶어요.”였다.

결혼은 사랑의 시작!
혹자는 결혼은 인생의 무덤이라고 한다. 혹자는 통과의례처럼 결혼을 선택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말한다. 결혼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고. 결혼에 대한 명언 중 이런 것이 있다. “결혼이란 단순히 만들어 놓은 행복의 요리를 먹는 것이 아니라 이제부터 노력하여 행복의 요리를 둘이서 만들어 먹는 것이어야 한다.”

결혼은 사랑의 엔딩이 아니라 시작이다. 
결혼의 참 맛을 아는 사람들은 그래도 해보고 후회하란다. 시작을 잘 이어가기 위해서는 노력과 인내를 동반한다. 불구덩이인 줄 알면서도 뛰어드는 것은 해피엔딩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과 상대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다면 선택에 대한 후회쯤은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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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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