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오 여행자들의 로망, 포사다 데 산티아고 호텔

400년전 포르투칼 요새가 마카오 호텔로서 다른 삶을 살아가

김관수 | 기사입력 2012/05/14 [09:17]

마카오 여행자들의 로망, 포사다 데 산티아고 호텔

400년전 포르투칼 요새가 마카오 호텔로서 다른 삶을 살아가

김관수 | 입력 : 2012/05/14 [09:17]

중국의 항쩌우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이었다. 평소에는 잘 꺼내보지 않는 기내 잡지를 무성의하게 넘기다 깨알같이 써진 기사를 읽기 시작했다. 마카오라는 텍스트와 목욕탕 타일이 아닐까 싶은 사진이 함께 실린 지면에는 뜻밖에도 어느 호텔에 대한 내용이 몇 줄 쓰여져 있었다.


‘포사다 데 산티아고’
마카오라는 어색함과 마카오 속 그 이름의 어색함을 넘어 그저 생경하다고 밖에 할 수 없는 모습으로 담겨져 있었다. 한달 후 쯤의 홍콩 여행을 어렴풋이 꿈꾸던 나에게 눈길을 주고 있었다.‘나를 잊지 말아줘’마카오행 페리를 타는 곳도 모르면서 무작정 하버시티로 가고있다.

▲ 마카오 페리터미널 앞에서 탈 수 있는 28B 버스     ©김관수


안개 자욱한 센트럴의 빌딩 숲을 바라보며 ‘끄응’ 한숨 소리를 토해낸다. 내가 가는 곳, ‘포사다 데 산티아고’ 는 마카오에 자리한 오성(Five star) 호텔이지만 비와 안개가 반가울 것 같은 그 흔한 카지노나 관광객을 유혹하기 위한 별천지가 아닌 특별한 것들을 가졌기 때문이다.

‘17세기 요새’
‘이끼 낀 성벽, 마르지 않는 신비한 샘’
‘포르투갈의 감성’

▲ 포사다 데 산티아고 호텔 입구     ©김관수


마카오 페리터미널을 빠져나와 이정표의 반가운 한글을 따라 한적한 public bus 정거장으로 간다. 포사다 데 산티아고로 가는 버스는 28B. 그러고보니 난 사람들이 찍는 버스카드도 마카오 동전도 가지고 있지 않다. 은근슬쩍 홍콩의 옥토퍼스 카드가 든 지갑을 인식기에 가져가 보지만 묵묵부답이다.

▲ 호텔 입구 성벽의 호텔 이름이 적힌 아줄레쥬     ©김관수


마치 패잔병이 된 듯한 씁쓸한 기분으로 떠나가는 버스를 바라본다. ‘환전을 해야하는건가?’ 얼른 옆에 선 아저씨에게 홍콩 달러를 쓸 수 있는지 물어보니 아주 자랑스러운 표정으로‘Yes’라고 대답해준다.

▲ 동굴이나 고대 무덤의 석실과 같은 호텔로 들어가는 통로     ©김관수


버스는 몇 개 나라가 공존하는 듯한 골목골목을 헤치고 드디어 호텔이 위치한 R.S.TIAGO BARRA 에 도착하지만 주위에는 호텔로 보이는 것이 없다.

▲ 지금껏 단 한번도 마르지 않았다는 신비한 샘     ©김관수


잠시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다 한쪽 구석에서 짙은 녹색 풀로 가리워진 성벽을 찾아냈다. ‘POUSADA DE SAO TIAGO’ 가 쓰여진 아줄레르와 오래된 대포 하나가 이 곳이 내가 찾던 호텔임을 암시한다. 하지만 여전히 한 구석에 숨어 마치 ‘난 호텔 아냐’ 라고 애기하는 것 같다.

▲ 옛 포르투칼의 양식이 그대로 남아있는 건물의 모습     ©김관수


입구의 도어맨이 없다면 여전히 약 400년전의 요새로 착각하는게 지극히 당연해 보인다. 호텔 입구는 전쟁터의 지하 벙커에라도 들어가는 듯한 은밀함으로 나를 맞이한다.

▲ 요새 안의 예배장, Chapel of St. James     ©김관수


조심스럽게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면 마치 백제시대 무녕왕릉의 석실에 온 듯한 고대의 위엄이 펼쳐진다. 계단을 조심스럽게 하나하나 올라 선 곳은 마치 시대와 세상 사이의 분기점 같다.

▲ 요새 안의 예배당 Chapel of St. James 내부 모습     ©김관수


불과 1분이 채 안되는 시간의 모습들은 시대를 논하기 보다는 현세와 사후 세계의 경계에 선 듯한 착각으로 나를 빠뜨린다. 지상 세계에서 비춰오는 한줄기 빛은 드디어 오성(Five star) 호텔이 목전에 있음을 알리는 환영의 전주곡이다.

▲ 로비 입구에서 볼 수 있는 서양인의 얼굴     ©김관수


Stairway to heaven의 기타 선율이 흐르는 것 같다. 지상 세계로 나가는 길에 작은 샘이 고여있고 그 위에 1629 라는 숫자가 보인다. ‘아! 이게 마르지 않는 신비한 샘이구나~’책에서 만났던 텍스트의 무덤덤한 신비함이 눈을 통해 머리와 가슴으로 흘러든다.

▲ 고급 카페들이 내부에 자리잡고 있다.     ©김관수


사실 별 것 아닌 것 같이 보이지만 돌아가서 자료를 찾아보고는 탄성을 지를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런게 바로 진정한 현장학습이 아닐까? 여지껏 내가 본 가장 작은 호텔 로비를 지나 야외로 나간다.

▲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내부 장식     ©김관수


침입하는 자들을 살피던 곳, 요새의 최전선! 지금은 카페의 야외 테라스로 멋진 테이블들이 펼쳐져 있지만 여전히 이끼가 피어난 빛바랜 성벽은 과거를 품고 있다. 마카오의 과거이자 포르투갈의 과거가 좁다란 성곽 길을 따라 하나씩, 하나씩 모습을 드러낸다.

▲ 호텔의 뒷편 언덕길로 올라가면 거대한 마카오 타워가 한가운데 나타난다.  


곳곳을 장식하고 있는 다채로운 문양의 아줄레주들, 유럽이 저절로 떠올려지는 아담한 교회와 십자가, 파스텔톤의 실내, 하얀 벽을 타고 오르면 나타나는 빛바랜 주황색 지붕, 전혀 낯설지 않은 서양인의 얼굴들과 조각들이 마카오의 호텔에서 아무렇지않게 살아 숨쉬고 있다.

▲ 세월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출입문     ©김관수


어느 일류 호텔에 견주어도 손색 없을 호화로운 장식과 가구들의 틈에서 400년 전의 소박함으로, 낡았지만 여전히 건재한 명품의 위엄으로 호텔의 아름다움을 더하고 있다.

▲ 이끼 낀 성벽     ©김관수


모든 것이 17세기와 21세기의 절묘한 조화가 만들어 낸 마법 때문이 아닐까. 사람도 세상의 풍경도 서로 조화로울 때 늘 아름다움이 지켜질 수 있다고 말해주고 있다. 밖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던 호텔의 모습이 보인다. 포사다 데 산티아고가 지금 마카오를 살아가는 모습 말이다. 애초에 포르투갈과 요새로서의 감성이 궁금했던 터라 무리하게 호텔 내부 숙소까지 들어가지는 않기로 했다.

▲ 아담한 호텔의 모습     ©김관수


오성(Five star) 호텔로 살아가는 지금 생의 아름다움은 앞으로 더 영롱하게 피어날거라 믿어 의심치 않으니 다음을 기약하기로 한다. 언젠가 혼자가 아닌 누군가와 함께 온다면 그 때 더 커다란 감격으로 행복하지 않을까. 산티아고는 마카오 사람들에게 조금은 독특한 곳으로 사랑받을 것 같다.

▲ 도심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스위밍풀     ©김관수


거대하고 화려한 호텔들에 갇혀 사는 그들이기에 산티아고가 간직한 아름다움은 곧 삶의 여유나 다름 없을 테니까. 호텔을 빠져 나와 나도 모르게 왔던 길을 따라 다시 걷고 있다. 보이지 않던 많은 모습들 마카오의 진실이 눈 앞에 펼쳐진다. 비록 발걸음은 다시 홍콩으로 돌아가지만 내 마음은 더 많은 마카오를 보기 위해 걸어간다.
위치 : Avenida da Republica, Fortaleza de Sao Tiago da Barra
URL :
http://www.saotiago.com.mo 
교통편 : 마카오 페리터미널 버스 정거장에서 28B 버스를 타고 R.S.TIAGO BARRA 하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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