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벙커에서 빛과 음악의 궁전으로, 서귀포 빛의벙커듬성듬성 농가와 밭을 경계 짓는 돌담이 거듭해 지난다. 대수산봉 서쪽에 자리한[이트레블뉴스=이성훈 기자] 대로를 벗어나자 차선도 없는 길이다. 듬성듬성 농가와 밭을 경계 짓는 돌담이 거듭해 지난다. 대수산봉 서쪽에 자리한 빛의벙커는 가는 길부터 그 의미를 짐작게 한다. 전시(戰時)도 아닌데 벙커라는 이름이 붙은 까닭은 공간의 모양 때문이다.
빛의벙커는 KT가 국가 통신망을 운용하기 위해 해저 광케이블을 관리하던 센터에 해당한다. 철근콘크리트 단층 건물로 1990년 완공했다. 가로 100m, 세로 50m, 높이 10m, 벽 두께 3m에 이른다. 지붕은 두께 1.2m 위에 높이 1m 공간을 두고, 다시 1m를 올린 이중 구조다. 이를 가로세로 1m짜리 콘크리트 기둥 27개가 떠받쳐 요새나 다름없다.
시설의 면과 선을 교차하거나 겹치도록 촬영하면 색다른 사진을 얻을 수 있다. 또 전시와 전시 사이, 미디어 아트 작품이 사라지는 막간에 콘크리트 공간이 날것 그대로 보여, 잠시나마 옛 센터의 풍경을 상상하게 된다.
빛의벙커는 남쪽 입구와 북쪽 출구의 모습이 똑같다. 입체적인 사다리꼴로, 입구 위쪽은 수목이 무성해 공간을 위장한 흔적이 엿보인다. 벙커 옆에는 제주커피박물관 바움이 있다. 카페와 박물관이 공존하고, 창이 넓어 숲을 바라보며 커피 마시기 좋다. 인근 바람의 숲이나 대수산봉 둘레길, 대수산봉 정상 등을 연계해 산책 삼아 걸을 만하다.
그 위를 걸어볼 수 있는데 성산일출봉까지 뻗어 나간 풍경이 장관이다. 광치기는 ‘광야처럼 넓다’라는 뜻이 있고, ‘관치기’라는 슬픈 이름도 있었다. 고기잡이 나간 어부들이 풍랑을 만나 죽으면 파도에 시체가 밀려와 관을 짜서 묻었다고 한다. 광치기해변의 일출이 장엄하게 느껴진다면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본태(本態)는 ‘본래 형태’를 뜻한다. 특히 한국 전통 공예품 전시가 돋보인다. 1관은 소반과 보자기 등 수공예품을 전시하고, 4관은 전통 상례와 관련된 꽃상여, 용수판, 용마루 꼭두 인형 등이 눈길을 끈다. 3관 쿠사마 야요이(草間彌生)의 ‘무한 거울방―영혼의 광채’와 5관 제임스 터렐의 초기작 ‘단일 벽 투사’ 전시실은 공간을 체험하는 즐거움이 남다르다.
○ 당일여행 : 빛의벙커→제주커피박물관 바움→광치기해변→서귀포매일올레시장
○ 1박 2일 여행 : 첫날_빛의벙커→제주커피박물관 바움→광치기해변→성산일출봉 / 둘째날_본태박물관→군산오름→서귀포매일올레시장
○ 관련 웹 사이트 - 서귀포시 관광 www.seogwipo.go.kr/field/tourist.htm - 비짓제주 www.visitjeju.net - 빛의벙커 www.bunkerdelumieres.com - 제주커피박물관 바움 www.jejubaum.com - 본태박물관 www.bontemuseum.com
○ 주변 볼거리 : 김영갑갤러리두모악, 해녀의부엌, 용머리해안, 김녕금속공예벽화마을 / 관광공사_사진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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