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굽이 봄을 깨워 달리는 보은 말티재

충북 보은군 장안면 장재리 국도25호선을 타고 장재삼거리 에서 우회전하면

이성훈 | 기사입력 2023/04/10 [03:45]

열두 굽이 봄을 깨워 달리는 보은 말티재

충북 보은군 장안면 장재리 국도25호선을 타고 장재삼거리 에서 우회전하면

이성훈 | 입력 : 2023/04/10 [03:45]

[이트레블뉴스=이성훈 기자] 어디든 내달리고 싶은 봄이다. 봄이 마음을, 길이 바퀴를 움직인다. 당진영덕고속도로 속리산 IC에서 국도25호선을 타고 장재삼거리에서 우회전하면 열두 굽이 말티재가 나온다. 이름부터 지붕이나 산의 꼭대기를 의미하는 마루의 준말인 ‘말’과 고개를 뜻하는 ‘재’를 합쳤다.

 

▲ 말티재 전망대와 말티재

 

속도를 즐기는 운전자도 말티재에서는 절로 브레이크를 밟게 된다. 그래서인지 창문을 내리고 계절을 만끽하는 드라이브 여행에 제격이다. 길이 험해 버스 시동이 꺼지던 일은 추억이다. 도로가 지금 모습으로 정비된 후 승용차부터 픽업트럭, 버스, 자전거까지 바퀴가 있다면 누구에게나 열린 드라이브 코스다.

 

▲ 12굽이 말티재 전경

 

나무가 새잎을 틔운 봄엔 굽잇길이 더욱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장재저수지에서 해발 430m 정상까지 약 1.5km 거리로, 속리산말티재자연휴양림 표지판 옆에 세운 세조의 조형물이 말티재의 시작을 알린다. 지금은 황매화 1만 8000주가 이제나저제나 꽃망울을 터뜨릴 준비 중이다. 노란 매화 향에 취해 굽이마다 설치된 반사경을 놓치지 말자. 핸들을 좌우로 돌릴 때, 반대편 차량을 확인하며 안전 운행할 것.

 

▲ 3층 규모의 목탁봉 카페와 전망대

 

돌고 도는 굽잇길에 역사가 켜켜이 쌓였다. 말티재는 장안면 장재리와 속리산면 갈목리를 연결하던 고개인데, 인근 터널이 뚫리기까지 속리산과 법주사로 향하려면 이 길에 발자국을 남겨야 했다. 신라가 삼년산성을 쌓을 때부터 주요 교통로로 이 길을 사용했다고 전하고, 고려 태조 왕건이 속리산에 행차할 때 임금이 다니는 길을 닦기 위해 3~4리에 걸쳐 얇은 돌을 깔았다는 내용이 조선 관찬 지리지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있다. 태조 이성계는 왕이 되기 전, 법주사 말사인 상환암에서 백일기도를 올리려고 험준한 고개를 넘었다고 한다.

 

▲ 말티재자연휴양림 인근의 장재저수지    

 

특히 말티재는 조선 7대 임금 세조와 인연이 깊다. 세조는 한양에서 청주를 거쳐 속리산으로 향할 때 말티재를 넘었다. 수양대군 시절부터 스승이던 신미대사를 만나러 온 길이었다. 세조가 고개에 이르러 연에서 내려 말로 갈아탔다고 전해지는데, 가마가 오르지 못할 정도로 가팔랐기 때문이다.

 

▲ 79m의 터널로 만들어진 백두대간속리산관문   

 

왕도 힘겹게 오른 말티재에 자동차 길이 개설된 건 1924년. 도로 폭을 확장해 지금 모습의 원형을 갖춘 것이 1960년대니, 그 옛날 걸어서 고개를 넘던 사람들에게는 내뱉은 숨만큼 각자 사연이 있었겠다. 스릴이 넘치는 S자 코스를 완주하면 백두대간속리산관문이 맞이한다.

 

▲ 백두대간속리산관문과 보은 탄생 600주년 기념물  

 

관문은 3층 터널로 조성했는데, 아치형 생태 통로를 만들고 양쪽에 자비성과 보은성 현판을 걸었다. 1층은 차량 통행 터널이고, 2층에는 생태 문화 교육장과 상설 전시관, 꼬부랑길카페를 마련했으며, 3층은 야생동물이 오가는 생태 숲으로 복원했다.

 

▲ 한눈에 말티재 조망이 가능한 나뭇잎 모양의 전망대

 

말티재전망대는 2층 꼬부랑길카페를 지나 전시관을 통과하면 나온다. 초록 나뭇잎 모양 나선형 전망대가 눈에 띈다. 전망대 운영 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 동시 수용 인원 70명이다. 높이 20m 전망대에 오르면 열두 굽이 말티재가 한눈에 잡힌다. 툭 튀어나온 전망대 끝을 향해 조심스레 발을 내디딘다. 나무 덱이 바람에 흔들려 아찔한데, 고갯마루에 이르러 굽어보는 장쾌한 전망이 긴장하고 올라온 고갯길 드라이브와 맞바꿀 선물이다.

 

▲ 목탁봉 전망대에서 바라본 속리산 풍경

 

말티재 드라이브 여행은 정해진 코스가 없다. 온 가족이 만족할 선택지가 다양하다는 의미. 봄 숲을 만끽하려거든 전망대에서 시작하는 순환형 말티재꼬부랑길(10.4km)을 자박자박 걸어보자. 천연림이 좌우로 우거져 상쾌하다. 스카이바이크와 스카이트레일, 집라인, 모노레일을 갖춘 속리산테마파크는 꼭 한번 들러봄 직하다.

 

▲ 20분 간격으로 운행하는 속리산 테마파크 모노레일

 

현재 모습으로 완성되는 데 10년이 걸렸다. 2012년 말티재권역산림휴양기본계획을 수립하고 2022년 속리산건강수목원에 이르기까지 약 559억 원을 들인 ‘신상’ 여행지다. 솔향공원과 속리산자생식물원, 키즈레포츠체험장도 놓칠 수 없는 볼거리다.

 

▲ 스릴만점 1683m의 산악 집라인

 

상춘객의 설렘 가득한 모노레일을 타고 목탁봉 정상에 오른다. 모노레일은 당일 현장에서 선착순 접수하며, 2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전망대에서 하행 시각을 예약하고 카페와 공원을 둘러보면 된다. 3층 전망대에서 속리산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 분수와 쉼터, 물레방아 연못이 어우러진 속리산 자생식물원

 

관음봉, 문장대, 문수봉, 비로봉에 언젠가 오를 다짐을 전하며 카메라 줌을 당기면 보은 속리 정이품송(천연기념물)까지 보인다. 목탁봉전망대 준공 기념으로 정이품송의 아들 나무를 심었다. 100년 된 살구나무 목탁도 눈에 띈다. 목탁을 세 번을 치면 소원이 이뤄진다니 재미 삼아 두드려도 좋겠다.

 

▲ 소원을 들어주는 100년된 살구나무 목탁     

 

말티재전망대에서 자동차로 10분이면 천년 고찰 법주사(사적)에 닿는다. 법주사로 향하는 길목에서 장대한 소나무와 마주한다. 보은 속리 정이품송은 세조와 연을 맺은 지체 높은 소나무다. 세조가 법주사로 행차할 때 가마가 걸리지 않도록 나무가 스스로 가지를 들어 올렸고, 돌아갈 때는 소낙비를 피할 우산이 되어주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 천연기념물 보은 속리 정이품송

 

폭풍과 폭설, 강풍으로 잘린 가지가 600년 장구한 세월을 대변한다. 약 7km 떨어진 곳에 보은 서원리 소나무(천연기념물)가 우아한 자태를 뽐낸다. 서원리 소나무는 정이품송의 정부인 소나무로 불린다.

 

▲ 우아한 자태의 보은 서원리소나무(천년기념물)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산사, 한국의 산지 승원’으로 등재된 법주사는 90개가 넘는 말사를 거느린 대형 사찰이다. 호서 지방 최고 사찰을 뜻하는 일주문을 지나 산책로를 걸으면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다. 금동미륵대불과 호위 무사처럼 나란히 선 전나무 두 그루가 시선을 압도한다.

 

▲ 호위무사처럼 나란히 선 전나무 두 그루

 

국보로 지정된 쌍사자석등과 팔상전, 석련지를 비롯해 보물 13점, 충북유형문화재 등 문화유산을 찾아보기만 해도 반나절이 훌쩍 지나간다. 법주사를 가장 알차게 보는 법은 문화해설사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이다. 법주사에 상주하니 문화관광 홈페이지에서 예약하거나 현장에서 문의하자.

 

▲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유일한 목탑, 팔상전

 

드라이브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는 보은 삼년산성(사적)이다. 보은군은 삼국시대 전략적 요충지로, 470년(자비왕 13)에 삼년산성을 축조했다. 둘레 1.8km에 너비 5~8m, 높이 13~22m로, 현존하는 약 2000개 산성 가운데 유일하게 축조 연대가 정확히 알려졌다. 오정산 정상을 둘러싼 성벽을 보면 산성의 위용이 얼마나 대단한지 짐작할 수 있다. 출입구는 서문으로 약 340m가 복원됐다. 한반도 고대 산성의 진수를 보고 싶다면 삼년산성으로 갈 일이다.

 

▲ 복원된 서문의 삼년산성

 

○ 당일여행 : 말티재→말티재전망대→장재저수지→속리산말티재자연휴양림→속리산자생식물원→속리산테마파크모노레일→목탁봉전망대→보은 속리 정이품송→법주사

 

○ 1박 2일 여행 : 첫날_말티재→말티재전망대→장재저수지→속리산말티재자연휴양림→속리산자생식물원→속리산테마파크모노레일→목탁봉전망대→보은 속리 정이품송→법주사 / 둘째날_보은 서원리 소나무→보은 우당고택→보은군농경문화관→보은 삼년산성

 

○ 관련 웹 사이트

 - 보은군청 문화관광 홈페이지 www.tourboeun.go.kr/tour.do

 - 속리산말티재자연휴양림 www.foresttrip.go.kr

 - 법주사 www.beopjusa.org

 

○ 문의

 - 보은군청 문화관광과 043-540-3493

 - 속리산관광안내소 043-542-3006

 - 속리산말티재자연휴양림 043-543-6282

 - 말티재전망대 043-540-3220

 - 속리산테마파크모노레일 043-542-7998

 - 법주사 043-543-3615

 - 삼년산성 043-542-3384

 

○ 주변 볼거리 : 오장환문학관, 펀파크 등 / 관광공사_사진제공 

충북 보은군 속리산면 속리산로 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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