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양과 눈 맞추며 산책하는 화순 무등산양떼목장

여행객을 향해 바람 따라 흔들리며 환대의 손짓을 할 길 안양산로

이성훈 | 기사입력 2023/05/08 [01:39]

어린 양과 눈 맞추며 산책하는 화순 무등산양떼목장

여행객을 향해 바람 따라 흔들리며 환대의 손짓을 할 길 안양산로

이성훈 | 입력 : 2023/05/08 [01:39]

[이트레블뉴스=이성훈 기자] 무등산양떼목장으로 오르는 안양산로에는 이미 초여름이 시작했다. 곧 다가올 뜨거운 여름엔 초록빛 나뭇잎이 여행객을 향해 바람 따라 흔들리며 환대의 손짓을 할 길이다. 도로 양옆으로 봄에는 철쭉이, 가을엔 단풍이 눈부실 만큼 들어찬다니 어느 계절에 이 길에 오른들 금세 황홀해질 게 분명하다.

 

▲ 무등산양떼목장 풍경

 

방금 지나온 화순군 중심 거리가 어느새 먼발치로 보일 때쯤 무등산양떼목장에 닿았다. 목장은 안양산이 화순 땅을 향해 벌린 너른 품의 시작점에 자리한다. 호남을 듬직하게 보호하고 선 무등산이 남쪽으로 줄기를 뻗어 이룬 산이 안양산이다. 

 

▲ 무등산양떼목장 입구에서 만나는 미니 당나귀

 

차에서 내려 잠시 주변 경관을 눈에 담았다. 지역 이름 화순(和順)에 담긴 조화로움과 유순함을 증명이라도 하듯, 억세지 않고 부드러워 보이는 지형이다. 수려한 산세와 양 떼의 모습이 어우러지니 유럽의 절경이 부럽지 않다.

 

▲ 무등산양떼목장 산책 길

 

주차장에서 짧은 오르막길을 오르니 입구가 나왔다. 입장권은 잘 보관해야 한다. 건초먹이주기체험장에서 건초를 교환하는 쿠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기다랗게 출력된 입장권에 주의 사항과 관람 코스까지 있어 팸플릿 역할도 한다. 무등산양떼목장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6시(월요일 휴장), 입장료는 대인 7000원, 소인 6000원이다.

 

▲ 건초먹이주기체험장

 

양 떼를 만나기 전, 초식동물 몇 종류가 사는 울타리와 축사를 볼 수 있다. ‘마테’와 ‘호른’이라고 불리는 미니당나귀, 무플론, 유산양, 돌산양, 토끼 등이다. 나른한 시간을 보내던 동물들이 여행객의 출현에 잠시 관심을 보이는가 싶더니, 이내 제자리로 돌아간다. 울타리 너머로 몇 번 불러보다 녀석들의 느긋한 휴식을 방해할까 싶어 발걸음을 옮긴다.

 

▲ 체험장에서 뛰어노는 1년 남짓한 어린 양떼

 

축사를 지나면 무등산양떼목장의 본격 관람 코스다. 드넓은 초원을 따라 길 양옆으로 울타리가 있다. 언덕 저편에 유럽풍 집 한 채가 보이고, 그 뒤로 산이 둘러싼 풍경이다. 뾰족한 지붕과 부드러운 능선이 대조를 이룬다. 어릴 때 본 목장을 배경으로 한 애니메이션의 실사 버전이 펼쳐진 순간이다. 유럽풍 집은 관리사로 쓰기 위해 지었는데 현재는 비워뒀다. 방문객이 목장 길을 따라 걷다 잠시 들러 주변을 조망하기 좋다.

 

▲ 울타리 사이로 목을 내민 양들에게 먹이를 주는 체험을 할 수 있다

 

관리사를 기점으로 길은 내리막으로 접어든다. 길 끝이 양 떼에게 먹이를 주는 체험장이다. 입장권을 꺼내 건초와 교환하면 된다는 얘기다. 무등산양떼목장에는 현재 양 150여 마리를 방목한다. 그중 태어난 지 1년 남짓한 양들이 건초먹이주기체험장에 있다. 사람으로 치면 청소년기에 해당하는데, 이를 증명하듯 건초 바구니를 들고 서 있으면 당장 울타리라도 넘을 기세로 달려온다.

 

▲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 양들에게 먹이를 줄 수도 있다

 

문을 열고 울타리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데, 양이 갑작스럽게 다가와도 겁낼 필요 없다. 순한 양이란 표현이 괜한 말이 아닌 듯, 양은 그저 바구니에 담긴 건초에 집중한다. 기운이 넘쳐도 공격성이라곤 전혀 없는 양 떼와 만남이랄까. 이때를 놓칠세라, 푹신한 털이 난 머리를 쓰다듬으면 맛나게 건초를 씹던 양이 먹이 주는 이를 쳐다본다.

 

▲ 무등산양떼목장에서 자라는 어미 양과 새끼 양

 

양의 말간 눈빛과 시선 교환을 할 수 있는 순간이다. 어린아이도 겁내지 않고 양 떼에게 먹이 주는 체험을 곧잘 해낸다. 함께 온 자녀보다 신이 나서 양 떼에게 먹이 주는 놀이에 빠진 부모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 무등산양떼목장 전경

 

체험을 마치고 나오며 무등산양떼목장의 풍광을 다시 눈으로 훑었다. 한가로이 풀을 뜯던 새끼 양이 말똥말똥한 눈빛으로 쳐다보는가 싶더니, 이내 제 어미 꽁무니를 바짝 따라 달린다. 들판 가득한 풀잎이 바람결에 흔들린다. 사람의 성정마저 순하게 만드는 장면이다.

 

▲ 영벽정 옆으로 달리는 기차 _ 화순군청    

 

목장 길 산책을 마치고 남쪽으로 향했다. 화순의 유적지를 보기 위해서다. 우선 영벽정(전남문화재자료)에 들렀다. 바로 옆에 곡선을 그리며 지석천이 유유히 흐르고, 건너편에 선 연주산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수면에 반사되어 보이는 자리가 정자의 위치다.

 

▲ 영벽정 주변

 

영벽정 위로도 올라갈 수 있는데, 오색단청으로 꾸민 실내와 기둥 사이로 보이는 경치를 번갈아 감상하는 재미가 느껴진다. 없던 여유도 영벽정 풍광이 만들어주기라도 한 듯, 잠시 옛사람이라도 된 것처럼 자리 잡고 앉아 호사를 누렸다. 연주산에 올라도 좋다. 때마침 열차가 지나가면 강물에 비친 영벽정과 화순의 넉넉한 들녘, 강물을 가로질러 달리는 기차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부지런한 여행객에게 주어지는 특혜다.

 

▲ 영벽정 2층에 올라 본 풍경

 

영벽정에서 정암조광조선생유배지가 가깝다. 조광조는 중종 때 활약한 성리학자다. 반정을 일으켜 연산군을 내쫓고 왕위에 오른 중종은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여러 인재가 필요했다. 젊고 유능한 선비 조광조가 임금의 눈에 띄었다.

 

▲ 정암조광조선생유배지 전경

 

조광조는 국왕의 든든한 지원을 받으며 뜻을 펴려 했지만, 반대파의 공격을 받아 이곳 능주면 남정리로 유배됐다. 그는 귀양에서 풀려난다는 소식을 기다리며 항상 방문을 열어두고 지냈다고 한다. 조광조는 소원과 달리 유배 한 달 만에 사약을 받았다. 현재 이곳엔 조광조의 모습을 그려 모신 영정각, 애우당, 화순정암조광조선생적려유허비(전라남도기념물) 등이 있다.

 

▲ 정암조광조선생유배지 안에 있는 영정각

 

마지막 코스는 화순고인돌유적이다. 도곡면 효산리와 춘양면 대신리 일대 3km에 고인돌 596기가 흩어져 있는 곳이다. 덮개돌 하나에 100~200t이 족히 넘는데, 처음 보는 순간 신비한 느낌마저 든다. 이 거대한 돌을 어떻게 옮겼을까 풀리지 않는 의문이 고인돌처럼 커진다.

 

▲ 화순고인돌유적 저수지 주변

 

고인돌은 선사시대 무덤으로, 땅에 시신을 묻고 큰 돌을 얹은 형태다. 주로 권력자의 시신을 묻은 것으로 추정하는데, 고인돌 주변에서 무기와 토기, 장신구 등 유물이 발견되기도 한다. 화순고인돌유적은 괴바위지구, 관청바위지구, 달바위지구, 핑매바위지구, 감태바위지구, 대신리발굴지, 고인돌채석장 등으로 나뉜다. 선사시대 사람들의 영혼이 묻힌 곳에서 잠시 산책하며 화순 여행을 마무리한다.

 

▲ 화순고인돌유적 안에 있는 관청바위고인돌지구

 

○ 당일여행 : 무등산양떼목장→화순 적벽→백아산하늘다리

 

○ 1박 2일 여행 : 첫날_백아산하늘다리→무등산양떼목장→세량지 / 둘째날_영벽정→정암조광조선생유배지→화순고인돌유적→운주사

 

○ 관련 웹 사이트

 - 무등산양떼목장 www.mudeungsan-yangtte.co.kr

 - 화순군 문화관광 www.hwasun.go.kr/culture

 - 세계유산화순고인돌유적 www.dolmen.or.kr

 

○ 문의

 - 무등산양떼목장 061-375-6269

 - 화순군청 관광진흥과 061-379-3501~7

 - 화순군청 문화예술과 세계유산팀 061-379-3515

  

○ 축제와 행사 : 화순안양산철쭉제 2023년 5월 3~7일, 수만리 큰재 일원, 061)379-5011(화순읍행정복지센터)

 

○ 주변 볼거리 : 만연산철쭉공원, 규봉암, 연둔리 숲정이 / 관광공사_사진제공

전남 화순군 화순읍 안양산로 537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추천여행지, 화순군, 무등산양떼목장, 고인돌유적지 관련기사목록
더보기
국내여행
[테마기행] 만해 ‘한용운’을 찾아
1/3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