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학교라서 더 낭만적인, 평창무이예술관

강원 평창군 봉평면 사리평길폐교로 방치되었다면 아까울 뻔했는데

이성훈 | 기사입력 2024/09/06 [03:45]

산골 학교라서 더 낭만적인, 평창무이예술관

강원 평창군 봉평면 사리평길폐교로 방치되었다면 아까울 뻔했는데

이성훈 | 입력 : 2024/09/06 [03:45]

[이트레블뉴스=이성훈 기자] “훌륭한 인재가 많이 배출되라고 마을에서 좋은 터를 골라 학교를 지었다고 합니다.” 평창무이예술관(이하 무이예술관) 김권종 대표가 마을 어르신들의 말을 빌려 들려준 이야기다. 겹겹의 산이 빙 둘러싼 온화한 평지에 들어선 학교 풍경은 누가 봐도 그림 같다. 폐교로 방치되었다면 아까울 뻔했는데 다행히 무이예술관이라는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았다.

 

▲ 옛 시골 학교 정취가 고스란히 살아 있는 평창무이예술관 _ 관광공사

 

1999년 폐교한 무이초등학교는 조각가 오상욱, 서양화가 정연서, 서예가 이천섭 등의 예술가를 만나 2001년 무이예술관으로 변신했다. 기존 학교 틀을 그대로 살린 채 학교 운동장은 조각공원으로, 교실은 전시실로 꾸몄다. 그 덕에 예술관에 머무는 내내 옛 시골 학교 정취를 고스란히 만끽할 수 있다.

 

▲ 1999년 폐교한 무이초등학교

 

예술관 정문으로 변신한 교문을 지나면 조각공원이 먼저 반긴다. 오상욱 작가의 작품들로 채워진 조각공원은 쉬는 시간이나 방과 후 학교 운동장 풍경처럼 자유로운 분위기다. 공식에 얽매이지 않고 작품을 전시했고 방문객은 각자 원하는 방식대로 자유롭게 관람한다. 관람객들은 작품에 저마다의 상상을 덧붙이는가 하면 작품 속 인물의 자세를 따라 하며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 

 

▲ 평창무이예술관-페교와 예술이 어우러져 색다른 감동을 선사하는 무이예술관   

 

조각공원을 한 바퀴 돌아본 후에는 내부 전시관으로 향하자. 갤러리 카페를 통해 입장하면 된다. 전시관 입구에 서면 반질반질한 나무 복도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복도 바닥은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지만, 관리 상태가 아주 양호하다. 무이예술관 대표가 때마다 손수 콩기름으로 바닥칠을 한 결과다. 복도를 걸을 때 들려오는 삐걱삐걱 소리마저 정겹다.

 

▲ 옛날 학교 칠판이 이제는 하나의 작품이 됐다

 

복도 초입에는 무이초등학교 시절 사용하던 커다란 칠판이 놓여 있다. 누구나 낙서할 수 있는 칠판에는 이미 관람객들이 남겨 놓은 흔적이 빼곡하다. 김 대표는 이 칠판 역시 하나의 작품이라고 설명한다. 매일매일 변하는 특별한 작품으로 작품명은 ‘흔적’이라고. 

 

▲ 삐걱삐걱 소리마저 정겨운 옛날 학교 복도    

 

내부 전시관 관람 동선은 단순하다. 복도를 따라 이동하면 자연스레 전체를 돌아보게 된다. 무이예술관을 꾸린 작가별 전시 공간과 기획 전시실로 이뤄지는데 작가들의 분야가 서양화, 서예, 조각으로 각각 달라 다양한 장르의 예술품을 감상할 수 있다.

 

▲ 다채로운 작품으로 채운 조각공원    

 

수십 년간 메밀꽃을 화폭에 담아 온 정연서 화백의 작품이 전시된 공간은 지역적 특색을 잘 담아낸다. 예술관이 자리한 봉평은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주 무대이자 지금도 메밀꽃밭으로 유명하다. 메밀꽃 그림이 사방을 둘러싼 전시실에 서면 마치 실제 메밀꽃밭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그림이 워낙 정교하고 세밀해 메밀꽃이 살아 숨 쉬는 느낌이다. 때를 놓쳐 봉평에서 메밀꽃을 구경하지 못했다면 이곳에서 아쉬움을 달랠 수 있다. 

 

▲ 무이초등학교 시절 사용하던 풍금

 

전시 공간 사이에는 아담한 아트숍이 있다. 작가들이 만든 아트 상품을 비롯해 소소한 굿즈를 판매하며 어린이를 위한 체험 키트도 준비했다. 창가에는 무이초등학교에서 쓰던 낡은 풍금이 놓여 있다. 학생들과 함께 신나게 노래 불렀을 풍금의 찬란했던 한때를 자연스레 상상하게 된다.

 

▲ 조각공원을 감상하며 쉬어가기 좋은 갤러리 카페 테라스    

 

무이예술관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공간은 바로 갤러리 카페다. 카페는 2층으로 이뤄지며 각 층에 야외 테라스를 두고 있다. 1층에서는 조각공원을 바로 눈앞에 두고 쉬어갈 수 있고 2층에서는 주변 산세와 무이예술관의 조화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내부에는 작품, 포토존, 풍금 같은 볼거리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 무이예술관의 명물, 봉평 감자 피자

 

갤러리 카페의 인기 메뉴는 봉평 감자 피자. 이미 입소문이 자자해 피자를 먹으러 예술관을 찾는 이들도 많다. 이름처럼 봉평 지역에서 생산한 감자를 넣어 만드는데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원적외선이 나오는 화덕에서 구운 피자에는 수제 피클과 소스가 곁들여 나온다.

 

▲ 기념품으로 가져 가기 좋은 아트 상품

 

봉평 감자 피자 탄생에는 남다른 사연이 있다. 김 대표는 2020년 무렵 감자 농사를 지은 지역 농민들이 제대로 값을 받지 못해 밭을 갈아엎고 빚더미에 오르는 모습을 지켜봤다. 지역에 뿌리내린 공간으로서 어떤 역할이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봉평 감자를 알리기 위한 피자를 개발했다. 여러 시도 끝에 지금의 감자 피자를 완성했고 호평을 얻고 있다. 

 

▲ 단아한 분위기의 이효석문학관

 

화덕 피자 만들기를 비롯한 다양한 문화예술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사전 문의는 필수다. 무이예술관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이며 실내 전시관은 오후 6시까지만 이용할 수 있다. 수요일은 휴관이나 공휴일, 성수기, 평창효석문화제 기간은 예외다. 입장료는 5세 이상부터 64세까지 5,000원, 65세 이상 4,000원이고 야간 입장(오후 6시 이후)은 무료다. 

 

▲ 뵹평장터를 재현한 모형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믓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알 법한 이효석 소설 《메밀꽃 필 무렵》에 나오는 문장이다. 작가의 고향이자 소설의 무대인 봉평에는 이효석의 생애와 문학세계를 소개하는 문학관이 자리한다. 실내 전시실에는 작가의 창작실을 재현한 코너나 옛 봉평장터 모형 등이, 야외에는 기념사진 찍기 좋은 이효석 좌상이 있다. 

 

▲ 생생함이 가득한 메밀꽃 그림

 

바로 이웃한 효석달빛언덕에는 복원한 이효석 생가, 근대문학체험관, 작가의 평양 집을 재현한 평양푸른집이 있어 함께 관람하면 알차다. 9월 초에 방문하면 메밀꽃이 흐드러진 풍경과 평창효석문화제(2024년 9월 6~15일)까지 함께 즐길 수 있다.

 

▲ 여행에서 시장 구경하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소설 《메밀꽃 필 무렵》에 등장하는 봉평장도 들러보자. 봉평전통시장은 상설시장으로도 운영되지만, 오일장(매달 2, 7일로 끝나는 날)이 열리는 날에 방문해야 살 거리와 먹거리가 풍성하다. 막국수, 메밀전, 메밀전병, 메밀 닭강정 등 메밀로 만든 음식이 인기 품목이다. 시장 입구의 봉시크몰도 들러봄 직하다. 봉시크(‘봉평 시니어 크리에이터’의 줄임말)몰은 중장년층 신규 창업자가 주축이 되어 운영하는 전국 최초의 시니어몰로 분식집, 빵집, 카페 등이 입점해 있다.

 

▲ 누구나 편하게 걷기 좋은 발왕산 천년주목숲길   

 

‘2023 한국관광의 별’에 선정된 발왕산 천년주목숲길도 놓치면 아쉽다. 해발 1,458m 발왕산 정상에 신비의 주목군락을 따라 완만한 덱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산 정상까지는 관광케이블카를 타고 이동할 수 있고 산책로는 유모차나 휠체어를 타고도 이용 가능해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관광지라는 점이 큰 매력이다. 

 

▲ 발왕산 천년주목숲길에서 바라보는 산세

 

산책로를 따라 거닐며 왕발주목, 8자주목, 어머니주목, 고해주목 등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은 나무를 만나고 저 멀리 대관령 산세까지 조망하는 재미가 있다. 숲길을 걸은 후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세워진 스카이워크에서 탁 트인 전망을 감상하며 상쾌하게 여행을 마무리하자.

 

▲ 발왕산 천년주목숲길 옆 스카이워크

 

○ 당일여행 : 평창무이예술관→이효석문학관→봉평전통시장

 

○ 1박 2일 여행 : 첫날_평창무이예술관→이효석문학관→봉평전통시장 / 둘째날_월정사→발왕산 천년주목숲길

 

○ 관련 웹 사이트

 - 평창문화관광 https://tour.pc.go.kr/

 - 이효석문학관 www.hyoseok.net

 - 모나용평 발왕산 천년주목숲길 https://www.yongpyong.co.kr/kor/guide/ypWellnessSummit.do

 

○ 운영정보

[평창무이예술관]

- 운영시간 : 10:00~21:00 (실내 전시관은 18:00까지)

- 휴무 : 매주 수요일 (단, 공휴일, 성수기, 평창효석문화제 기간 제외)

- 요금 : 5세~64세 5,000원 / 65세 이상 4,000원 (오후 6시 이후 야간 입장 무료)

 

○ 문의

 - 평창무이예술관 033-335-4118

 - 이효석문학관 033-330-2700

 - 모나용평 033-335-5757

 - 평창군종합관광안내소 033-330-2771

 

○ 축제_행사 : 평창효석문화제 2024년 9월 6~15일, 효석문화마을 일원, www.hyoseok.com 

 

○ 주변 볼거리 : 흥정계곡, 허브나라농원, 광천선굴 등 / 관광공사_사진제공 

강원특별자치도 평창군 봉평면 사리평길 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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