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트레블뉴스=한미숙 기자] 정해진 궤도를 이탈할 때 비로소 시작되는 여행, 대구의 여름은 뜨거운 아스팔트 대신 청년들의 유쾌한 방황으로 채워진다. 콧장을 스치는 알싸한 흙내음, 무대 조명 아래 흩날리는 땀방울, 그리고 코끝을 간지럽히는 나만의 향수. 대구 중심가의 오래된 골목을 걷다 보면, 취업 준비서적의 바스락거리는 소리 대신 전혀 다른 주파수의 활기가 아침 공기를 깨운다. 이 도시는 지금, 토익 점수와 자기소개서라는 정형화된 트랙 위에서 잠시 발을 뺀 청년들의 은밀하고도 당찬 모의로 들썩이고 있다.
대구광역시와 대구시청년센터가 운영하는 ‘청년학교 딴길’은 이름 그대로 익숙한 대로(大路)를 벗어나 좁지만 매력적인 ‘딴길’을 걸어보는 탐험가들의 플랫폼이다. 2016년부터 시작된 이 여정은 단순히 칠판을 바라보는 교육이 아니다. 청년들이 주축이 된 단체들이 직접 메가폰을 잡고, 참가자들과 함께 부딪히며 인생의 부캐릭터(Secondary Identity)를 발굴하는 철저한 현장형 프로젝트다.
올여름, 대구의 청년들은 여덟 갈래의 매혹적인 딴길을 마주한다. 무대 위의 카타르시스를 맛볼 ‘나도 뮤지컬배우다’, ‘나도 연극배우다’, ‘나도 싱어송라이터다’ 학과는 침묵하던 청년들의 내면 속 끼를 무대 위로 길어 올린다. 렌즈를 통해 도시의 숨은 표정을 포착하는 ‘사진으로 놀아볼과’와 ‘이야기를 영상으로 남겨볼과’는 평범한 일상을 한 편의 예술로 박제하는 법을 배운다.
감각을 자극하는 실험실도 열린다. 직접 도안을 밀어내며 아날로그 감성을 찍어내는 ‘실크와 스크린과’, 자신만의 시그니처 향을 조향하는 ‘향기 콘텐츠 기획할과’는 손끝의 감각을 깨운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열무농학과 열심히 농사짓자’이다. 청년들은 도심을 벗어나 흙을 밟고 열무의 파종부터 수확, 그리고 시장 판매까지의 전 과정을 온몸으로 겪어낸다. 뜨거운 뙤약볕 아래서 땀 흘려 수확한 열무 한 단은, 모니터 속 픽셀로만 세상을 보던 이들에게 살아있는 노동의 정직한 미학을 선물한다.
박윤희 대구시 청년여성교육국장은 이 살아있는 실험실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다채로운 경험 속에서 스스로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미래를 설계해 보는 기회입니다. 많은 청년들이 참여해 진로와 적성을 찾는 소중한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삶의 방향타를 잃었다고 느낄 때, 가장 좋은 방법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에 발을 디뎌보는 것이다. 이번 여름 대구의 '딴길'은 청년들에게 단순한 취미를 넘어, '나도 몰랐던 나'를 마주하는 가장 뜨겁고 생생한 여행지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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