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트레블뉴스=이성훈 기자] 어둠이 짙게 깔릴수록 날것 그대로의 생명력을 뿜어내는 서울 중구 을지로는 원색의 네온사인과 묵직한 세월의 골목길이 맞물려 독보적인 야경을 연출하는 장소다. 인쇄 골목과 철물점, 조명 및 공구 상가가 빼곡하게 들어찬 옛 산업 전선의 낡은 철제 셔터와 바랜 간판 사이로 붉고 푸른 네온사인이 일제히 불을 밝히면, 마치 1980년대 홍콩 누아르나 빈티지 영화 세트장 한가운데로 들어선 듯한 몽환적인 감상을 자아낸다. 낮 동안 분주했던 산업 현장의 거친 질감 위에 화려한 빛의 잔상이 덧입혀지는 순간, 도시는 전혀 다른 차원의 표정을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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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온 사진과 인쇄소 간판이 어우러진 을지로 _ 서울관광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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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완전히 저문 을지로3가역 일대 노가리 골목은 밤의 열기를 만끽하려는 인파로 쉼 없이 들썩인다. 오랜 노포들 사이로 개성 강한 독립 공간들이 간판을 켜고 손님을 맞이하며, 좁은 골목길을 채운 사람들의 활기찬 웃음소리는 살아 숨 쉬는 서울 야간 문화의 단면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골목 양옆 가게 유리창과 간판에서 뿜어져 나오는 풍성한 조명은 훌륭한 자연광 반사판 역할을 해내며, 짙은 어둠이 깔린 골목의 거친 벽면과 대비를 이루는 극적인 인물 스냅을 자연스럽게 완성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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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온사인과 간판에서 스냅 사진을 남기는 여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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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깊숙한 미로 속으로 들어설수록 시간의 무게를 머금은 붉은 벽돌 벽면 위로 감각적인 현대식 네온 조형물이 걸려 있는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수십 년의 역사를 간직한 낡은 간판과 세련된 타이포그래피 네온 불빛이 한 컷 안에 공존하는 시각적 충돌은 오늘날 을지로가 힙지로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세대를 불문하고 사랑받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다. 폭이 좁은 골목 구조는 사방에서 쏟아지는 네온 조명을 골목 벽면에 여러 차례 굴절시켜 인물의 얼굴에 화려하고 감각적인 색감을 입혀주는 천연 스튜디오가 된다.
야간 스냅 촬영에서는 인위적인 플래시를 배제하고 가게 간판과 쇼윈도의 네온사인을 주 광원으로 과감하게 활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인물 뒤편으로 화려한 네온사인 불빛을 아웃포커싱으로 은은하게 흐려 번지도록 구도를 잡으면, 복잡한 보정 작업을 거치지 않고도 도회적인 고독감과 따스한 정서가 공존하는 몽환적인 사진을 건질 수 있다. 노포의 낡은 철문 앞이나 가파른 계단참에 서서 빛의 방향을 얼굴 측면으로 받는 것만으로도 거리 스냅 화보의 깊이가 한층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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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온 사인을 배경으로 스냅 사진을 찍는 을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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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을 마친 뒤에는 골목 사이사이에 자리 잡은 유서 깊은 노포를 찾아가 서울 밤거리 특유의 미식 문화를 즐기기 제격이다. 간판도 없이 낡은 건물 상층부에 숨어 있는 은밀한 엘피 바나 어두운 조명의 와인 바에 들르면, 흘러나오는 아날로그 바이닐 음악과 함께 짙은 레트로 분위기에 취해볼 수 있다.
을지로를 벗어나 청계천 물길을 따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방면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은빛 유선형 외관이 뿜어내는 미래지향적 야경이 기다리고 있어, 골목의 빈티지함과 도심의 모던함이 교차하는 다채로운 서울의 밤을 만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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