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수도기념관 전시관 19일 개관

전쟁과 분단의 상처를 극복하는 부산사람들의 역동적

이형찬 | 기사입력 2012/09/17 [13:05]

임시수도기념관 전시관 19일 개관

전쟁과 분단의 상처를 극복하는 부산사람들의 역동적

이형찬 | 입력 : 2012/09/17 [13:05]
한국전쟁 당시 임시수도였던 부산의 역사성을 부각하고, 전쟁과 분단의 상처를 극복하는 부산사람들의 역동적 생활상을 담아낼 임시수도기념관 전시관이 9월 19일 개관한다. 임시수도기념관은 1984년 개관하여 올해 28주년을 맞이한 부산박물관 산하 박물관 중 하나로, 한국전쟁 당시 부산 경무대로 사용되었던 대통령관저(서구 부민동, 512㎡) 내부를 전시공간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임시수도 부산을 담아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할 뿐 아니라, 부산시 기념물 53호로 지정되어 공간 확장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이에 부산시는 지난 2002년 검찰청사의 이전으로 매입했던 고등검사장 관사를 올해 전면수리해 지하 1층, 지상 1층 규모의 임시수도기념관 전시관(연면적 413㎡)을 개관하게 되었다. 전시관은 상설전시실, 수장고, 사무실 등의 시설로 이루어져 있으며 2,000여 점의 유물을 갖췄다.

▲ 임시수도전시관    

이로써 임시수도기념관은 대통령관저, 전시관의 두 개 전시동을 갖추게 되었다. 대통령관저에서는 한국전쟁을 진두지휘하고, 국정을 운영한 이승만대통령의 행적과 이와 관련된 전시물들을 전시하는 한편, 새로 문을 여는 전시관에서는 임시수도로서 부산의 역사성을 담아내게 된다.

이번에 개관하는 전시관은 임시수도 부산의 정치·경제·교육·문화상을 생동감 있게 재현하고, 전쟁의 상처를 극복하며 국가재건의 원동력이 된 부산사람의 저력을 보여주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에 기존의 전통적인 박물관에서는 보기 어려울 정도로 과감하게 모형을 설치하고, 그 사이에 유물을 전시함으로써 당시의 시대상을 생생하게 보여주고자 했다.

전시구성은 크게 전쟁과 삶, 임시수도부산 1000일로 나뉜다. 전쟁과 삶에서는 남과 북을 넘어 국제전쟁으로 확대된 한국전쟁 과정을 조망하고, 국군 뿐 아니라 북한군, 중공군, 유엔군이 사용했던 물품들을 전시했다. 전쟁터로 아들을 보낸 아버지의 위문편지, 군번, 북한군 물통 등을 비롯 중공군과 유엔군의 다양한 참전 기념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 임시수도전시관   

부산에 자리 잡게 된 피란민의 일상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당시 부산 도처에서 볼 수 있었던 판자집을 실제 크기로 만들어 가난한 그들의 일상을 전시하고 있으며, 특히 이북5도민회 부산지부 이기활 회장이 고향에 있는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고이 간직했던 피란의복을 이번 전시관 개관을 기념으로 기증해 그 뜻을 더하고 있다.

좁아서 터져나갈 듯한 도시에 피란민들을 끌어안고 함께 한 부산시민들의 삶도 번거롭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피란민들에 대한 애틋함과 정이 있어 생기를 잃지 않았다. 이번 전시를 통해 시끌벅적한 국제시장, 부산의 대표음식으로 자리 잡은 밀면, 지역의 대표적 기업이자 피란화가들의 생계를 도운 대한도기와 전쟁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교육열로 이어간 피란학교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그리고 한국전쟁 당시 기장학교 교사로 재직했던 신경복 선생의 일기장을 통해 당시 교과내용 등 학교생활을 엿볼 수 있다.

또한 임시수도에서 꽃 피운 다양한 문화예술활동은 다방 밀다원을 연출 재현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밀다원은 김동리 소설 밀다원시대에서 그려지듯 전쟁 당시 문학인들의 아지트였다. 전봉래 자살사건으로도 유명하며 이호철의 소설 소시민에서는 전쟁 와중에 앙드레지드 1주기 행사를 가졌던 곳으로 묘사되고 있다. 다방에는 피난살이 노래를 들을 수 있는 뮤직박스도 설치되어 있다.

임시수도부산 1000일에서는 당시 부산에서 일어난 정치적 사건, 임시수도 시기 정부 부처의 위치와 모습, 전시(戰時) 행정 등을 실제 유물들을 통해서 살펴볼 수 있다. 단기 4284년(1951년) 정부 예산서와 추가경정예산서를 한눈에 볼 수 있고, 상공업지도, 지금의 전화번호부와 같은 직업별명부 등을 전시한다.

▲ 임시수도전시관    

또한, 휴전협정문, 대통령의 국군통수권 이양각서, 거창군신원면사건조사서 등 현대사에 있어서 중요문서들을 국가기록원으로부터 이미지를 제공받아 복제하여 전시함으로써 당시 수도 부산에서 이루어진 중요정책 결정, 사건 등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하였다.

이 밖에 임시수도 부산의 주요 산업체들의 생산품들을 전시했다. 부산시민의 애환이 서린 대선주조의 소주병, 여인의 맘을 설레게 한 락희화학(현 LG화학)의 투명크림과 빗, 후일 부산경제성장에 견인차 역할을 했던 동양고무의 상표 등이 지나간 추억을 되새기게 한다.

임시수도기념관 전시관의 가장 큰 매력은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춘 체험형 한국현대사 뿐 아니라, 그 시대를 관통해온 세대의 기억을 전시로 재현함으로써 새로운 현대사를 만들어나가는 힘을 준다는 점이다. 이와 함께 이번 전시관 개관을 통해 그 규모를 확장한 임시수도기념관이 박물관 및 미술관진흥법에 의거한 제1종 전문박물관으로서의 요건을 갖추게 되어 새로운 도약을 맞게 되었다. 이는 도시 규모에 비해 비교적 적은 수의 등록박물관(8개)을 가지고 있던 부산으로서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편, 개관식은 이날(9월19일) 오후 4시 임시수도기념관 후원에서 김종해 부산시 행정부시장, 박극제 서구청장을 비롯 문화계인사, 관련 시민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된다. 이날 행사는 국민의례, 경과보고, 축사 등에 이어 테이프컷팅, 전시관 시설 관람의 순서로 진행될 예정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이번 임시수도기념관 전시관의 개관은 한국전쟁 당시 임시수도라는, 대한민국의 어느 도시도 가질 수 없는 부산만의 문화콘텐츠를 적극 알리는 한편, 부산시민의 자긍심을 고취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임시수도라는 문화콘텐츠가 지나간 역사의 발자취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최근 부산시가 활력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산복도로 르네상스, 마을만들기 등의 창의적 아이템을 제공하고, 나아가 침체된 원도심권에 활기를 불어넣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국내여행
5월에 가볼 만한 낙동강을 끼고 드넓게 펼쳐진 청보리밭과 함안 강나루 생태공원
1/3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