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밥한 그릇 3500원, 무한리필

할매순대국밥, 진한국물 안에 녹여낸 인심과 철학

이병욱 | 기사입력 2010/04/28 [11:59]

국밥한 그릇 3500원, 무한리필

할매순대국밥, 진한국물 안에 녹여낸 인심과 철학

이병욱 | 입력 : 2010/04/28 [11:59]
1970년대 안양중앙시장에서 고정자 할머니를 모르는 이는 없었다. 허름한 식당에 메뉴라고는 순대국밥이 전부였지만, 그 따끈한 국밥 안에는 순대만 들어 있던 게 아니라고. 배고픔에 시달린 사람도 정에 굶주린 사람도 뚝배기 한 사발 뚝딱 비우고 나면 다시 기운을 차리고 길을 나섰다고 한다. 

그 맛과 정성을 그대로 담아 2003년 대구 두류점을 오픈하면서 할머니의 30년 국밥철학은 대구의 젊은이들과 어르신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현재, 진배기 할매순대국밥은 부산과 경상도 지역에만 50여 개의 가맹점을 보유한 중견급 프랜차이즈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2010년, 드디어 서울 상륙을 나섰다. 
 
▲ 진배기 할매순대국밥     © 이병욱

진배기할매순대국밥은 순대국밥의 원조답게 맛과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여타 국밥 프랜차이즈는 본사에서 농축원액을 만들어 각 매장에서는 이를 희석하는 육수조리법인 반면, 진배기할매순대국밥은 모든 매장에서 한나절 이상 직접 육수를 끓여내는 정성을 쏟는다. 

또한 ‘어려운 때일수록 먹고 힘내라’는 현수막 내용처럼 국밥 한 그릇에 단돈 3500원만 받는데다, 국과 밥은 원하는 만큼 더 퍼준다니 그 인심에 매장을 찾은 사람들의 마음까지도 훈훈해진다. 이쯤 되면 고객들은 슬슬 걱정부터 앞선다. 혹시 재료의 질이 떨어지거나 중국산을 섞어 쓰는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기 때문. 하지만 진배기 할매순대국밥은 사골부터 반찬 등의 부식류까지 국내산을 사용한다.

본사에서 좋은 품질의 식재료를 다량으로 받아 배송하고, 조리법이 까다롭지도 않아 인력 소모를 줄이므로 박리다매의 원칙이 고스란히 적용된 셈이다. 순대와 편육, 내장 등의 음식재료 역시 각 매장에서 직접 손질하고 조리한다. 하다못해 김치와 깍두기까지 매일 손수 버무린다.

본사가 모든 메뉴를 직접 만들고 팩에 담아 배송하면 서로 편하겠지만 그건 원조국밥집의 도리가 아니었다고. 이렇게 하나하나 쌓아올린 잔손길이 지금의 명성을 만든 건 아닐까.  

한국인의 저력은 밥심에서 나온다고들 한다. 그 밥심을 제대로 느끼려면 정성껏 고아낸 사골 국물에 밥을 말아 훌훌 불어가며 먹는 것만 한 게 있을까. 진배기 할매순대국밥집의 가마솥 안에는 오늘도 뽀얀 국물이 끓고 있다. ‘푸짐하고 저렴하게’를 고수하는 한 ‘푸근하고 감동있는’ 발길도 끊이지 않을 것 같다.
문의: 02-2213-8887 /
www.happy3500.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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