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을 지켜온 추억의 맛, 인천 신포닭강정

신포시장 자리한 신포동의 옛 지명은 '터진개' 이다

강성현 | 기사입력 2010/06/01 [15:05]

27년을 지켜온 추억의 맛, 인천 신포닭강정

신포시장 자리한 신포동의 옛 지명은 '터진개' 이다

강성현 | 입력 : 2010/06/01 [15:05]
유명한 신포닭강정을 먹기 위해서는 신포시장으로 가야 한다. 신포시장은 인천광역시 중구 신포동에 위치해 있는 재래시장이다. 70여년의 역사를 지닌 이곳 시장은 지하철 1호선 동인천역에서 걸어도 15분이면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위치해 있어 찾아가기도 어렵지 않다.

동인천역 2번 출구에서 우현로를 따라 답동사거리 방향으로 계속 내려가면 도로변으로 시장 입구가 보인다. 신포시장과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 있는 로마네스크 양식의 멋스러운 건물은 인천에 세워진 최초의 카톨릭 성당인 답동성당이다.

▲ 신포시장 입구 _ 한국관광공사 사진제공 

신포시장이 자리한 신포동의 옛 지명은 '터진개'이다. 마을이 바다 쪽으로 열려 있다는 뜻이다. 그러고 보니 신포시장에서 인천항까지는 한달음에 다녀올 정도로 가깝다. 신포시장이 구한말 개항기부터 해방 직후까지 서울 못지않게 번성할 수 있었던 것도, 또 서울에 화신백화점이 있다면 인천에는 신포시장이 있다는 말이 생겨날 수 있었던 것도 다 이런 지리적 여건에 힘입은 바 크다.

신포시장은 옛 명성에 비해 소박한 모습이다. 신포시장을 알리는 커다란 아치형 간판을 지나 입구로 들어서면 이내 고소한 닭튀김 냄새가 진동을 한다. 신포시장에서 닭강정을 파는 곳이 대부분 시장 입구에 몰려 있는 탓이다. 그런데 의외로 닭강정의 유명세에 비해 점포의 수가 그리 많지 않다.

▲ 닭강정 만드는 모습 _ 한국관광공사 사진제공 

보통 맛 골목이라고 하면 같은 메뉴를 취급하는 식당이 한 블록정도 길게 이어지는 게 일반적인데, 이곳은 닭강정 골목이라 부르기에 민망할 정도로 그 수가 적다. 얼핏 둘러본 바로는 너댓 곳이나 될까. 하지만 맛에 있어서는 양보다는 질이라는 마음으로 일단 찬찬히 둘러보기로 한다.

사실 닭강정은 양념치킨과 많이 닮았다. 아니 겉모습만으로는 구분이 힘들 정도로 똑같다는 게 솔직한 얘기다. 만들어지는 과정에서도 특이한 점은 발견하기 어렵다. 튀김옷 곱게 입힌 닭고기를 각기 다른 온도에서 두 번 튀겨낸 뒤 빛깔 좋은 소스를 듬뿍 얹으면 그것으로 끝. 아무리 눈을 씻고 들여 다 봐도 닭강정만의 특징이라고 할 만한 것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 푸짐하게 담아낸 신포닭강정 _ 한국관광공사 사진제공  

닭강정과 양념치킨의 차이는 바로 맛에 있다. 무엇보다 식감이 확연히 다르다. 닭강정은 양념소스에 버무렸음에도 후라이드치킨만큼 입 안에서 바삭거린다. 사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 보이는 이것이 양념치킨과 닭강정을 구분 짓는 가장 큰 특징이다.

이유는 닭강정이 세상에 선보일 수 있었던 이유이기 때문이다. 지금에야 대부분의 양념치킨들도 바삭거리는 식감을 자랑하지만 닭강정이 처음 선보이던 20여 년 전으로 시간을 거스르면 얘기는 180도 달라진다. 그럼 여기서 잠시 신포닭강정의 출생의 비밀을 짚고 넘어가 보자.

우리나라에 양념치킨이라는 말이 처음 등장한 건 1980년대 중반이다. 당시 통닭구이와 후라이드치킨이 양분하고 있던 닭고기 시장에 말 그대로 혜성같이 등장한 양념치킨은 아빠들에게는 최고의 안주로, 아이들에게는 최고의 간식으로 사랑을 받으며 단박에 시장을 장악해 버렸다. 우후죽순처럼 양념치킨 가게가 생겨난 것도 그즈음이다. 하지만 양념치킨은 태생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하나 안고 있었다.

▲ 신포닭강정 _ 한국관광공사 사진제공  

바로 시간이 지날수록 소스가 튀김에 스며들어 눅눅해진다는 것. 닭강정은 이를 줄이기 위해 물엿을 이용해 소스를 만들었고, 1년여의 연구와 시행착오 끝에 매콤한 소스와 바삭한 식감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닭강정을 선보이게 된 것이다. 닭강정이라는 이름도 찹쌀반죽을 기름에 튀긴 뒤 꿀과 튀밥을 입혀 만드는 한과에서 빌어온 것이다.

바삭거리는 식감과 함께 신포닭강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매운 맛이다. 신포닭강정의 매운 맛은 소스에 들어가는 청양고추 때문이다. 하지만 매운 맛이 입안에 오래 남지 않고, 뒷맛이 개운해 손부채질을 하면서도, 혀를 내두르면서도 자꾸 손이 가게 된다. 매운 맛에 중독된다는 게 바로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싶다. 고추장 대신 고추기름을 사용해 텁텁함을 없애고, 땅콩가루를 넣어 고소함을 더한 것도 신포닭강정의 맛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 닭을 튀겨내는 시간이 가장 중요하다 _ 한국관광공사 사진제공 

다음은 넘치도록 담아주는 양이다. 신포닭강정을 지금처럼 유명하게 만든 게 바로 푸짐한 양이다. 대자가 됐든 중자가 됐든, 주문을 하면 큰 접시 위에 탑을 쌓듯 닭강정을 차곡차곡 올려 내온다. 쌓아 올린 모습도 모습이지만 하나하나 조각들이 무척이나 큼직큼직하다. 재료로 사용하는 닭 자체가 실하다는 얘기다. 이곳에선 대(大)자 하나면 장정 넷이 넉넉히 먹을 만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20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한결같은 맛을 지켜오고 있다는 것이다. 신포닭강정을 찾는 사람 중 많은 이들은 학창시절 맛 본 닭강정의 맛을 잊지 못해 찾는 경우가 많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시작된 발걸음이 두 번, 세 번 계속해서 이어질 수 있는 건 변하지 않은 맛 때문이다. 대학시절 처음 닭강정을 접해본 중년의 고객들은 이제 자신의 자식들과 함께 닭강정 집을 찾는다.

전화 한 통이면 어디든 배달해주는 편리함을 마다하고 또 길게 줄을 서야하는 번거로움도 참아가면서 굳이 이곳 시장을 찾는 것은 단순히 닭강정 한 접시 먹기 위해서만이 아닐 터다. 어쩌면, 가슴에 담아두었던 추억의 한 자락을 자신의 아들, 딸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클지도 모른다. 맛은 그렇게 세대에서 세대로 전해지고 기억된다. 신포닭강정의 맛을 추억의 맛이라 부를 수 있는 이유다.

신포닭강정을 맛보기 위해서는 두 가지 정도는 미리 알아두고 찾아가는 게 좋다. 하나는 사람이 몰리는 시간에는 최소30분 이상은 기다릴 각오를 해야 한다는 것과 줄을 잘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급한 마음에 아무 줄에나 냉큼 섰다간 자칫 낭패를 볼 수도 있다는 얘기. 포장해 가기위한 줄과 홀에서 먹고 가기위한 줄이 각각 따로 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줄을 잘 못 서면 기다린만큼의 시간을 들여 다시 줄을 서야하는 번거로운 일이 생길 수도 있다. 그래도 다행인 건 가게 입구에 각각 '포장 대기 줄'과 '홀에서 드시는 줄'이라는 푯말이 친절하게 걸려있다는 점이다. 여기서 한 가지 힌트를 준다면 시장 입구를 기준으로 왼쪽은 포장을 위한 줄이고 오른쪽은 홀에서 먹고 가는 줄이라는 것.

▲ 월미공원 전망대에서 바라본 인천내항 _ 한국관광공사 사진제공

신포시장에서 차로 15분 정도만 가면 인천의 대표 관광지인 월미도 문화의 거리와 월미도 공원이 나온다. 닭강정이 채 식기도 전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다. 이곳에서 탁 트인 바다를 보며 닭강정 맛을 즐겨보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듯싶다. 여유가 된다면 월미도 문화의 거리 끄트머리에 있는 한국이민사박물관(관람시간 09:00~18:00, 입장료 무료)과, 월미도 공원 정상에 있는 전망대에 올라 인천항과 인천대교를 한눈에 담아보는 것도 좋겠다.

○ 관련 웹사이트
 - 인천광역시청 :
http://www.incheon.go.kr
 - 인천중구청 : http://www.icjg.go.kr
 - 인천광역시 서부공원사업소 : http://wolmi.incheon.go.kr
 - 한국이민사박물관 : http://mkeh.incheon.go.kr

○ 문의
 - 인천시청 관광행정팀 : 032)440-4042
 - 인천중구청 관광진흥과 관광진흥팀 : 032)760-7820
 - 신포닭강정 : 032)762-5800
 - 인천광역시 서부공원사업소 : 032)765-4131~3
 - 한국이민사박물관 : 032)440-4710

○ 잠자리
 - 하버파크 : 중구 항동3가, 032)770-9500
 - 인천공항호텔 : 중구 운서동, 032)752-2066
 - 호텔퀸인천에어포트 : 중구 운서동, 032)747-0070
 - 호텔sky : 중구 운서동, 032)752-1101
 - 아이리스 : 중구 항동7가, 032)889-0214
 - 굿모닝모텔 : 중구 인현동, 032)766-3412

○ 먹거리
 - 공화춘 : 중구 북성동3가, 중식 032)765-5600
 - 동화원 : 중구 북성동2가, 중식 032)766-0572
 - 본토 : 중구 선린동, 중식 032)777-4888
 - 길손삼치집 : 중구 전동, 삼치구이 032)766-2341
 - 동그라미 : 중구 전동, 삼치구이 032)762-3147
 - 도란도란 : 중구 인현동, 삼치구이 032)772-9306

○축제 및 볼거리 : 자유공원축제 (매년 4월), 중국의날문화축제(매년 10월), 신포문화의거리축제(매년 10월), 신포시장한마음축제 (매년 9월), 주변 볼거리로 답동성당, 내리교회, 수도국산달동네박물관, 차이나타운,  인천개항장근대건축전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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