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슬픈 정선 아리랑과 아우라지에 얽힌 사랑 이야기

정선 아가씨의 눈물, 올챙이 국수의 기막힌 사연

김민강 | 기사입력 2010/08/02 [13:15]

구슬픈 정선 아리랑과 아우라지에 얽힌 사랑 이야기

정선 아가씨의 눈물, 올챙이 국수의 기막힌 사연

김민강 | 입력 : 2010/08/02 [13:15]
하늘은 한 없이 푸르고 발밑으로 펼쳐지는 풍경에는 어지럼증이 이는 비행기재 넘어 한반도의 등뼈로 일컬어지는 태백산맥의 천 미터가 넘는 산이 병풍처럼 둘러쳐져있는 정선, 그 곳으로 들어가려면 이처럼 험준한 고개를 넘어야한다.

그나마 지세가 수월한 서쪽 성마령(星摩嶺) 쪽 비행기재는 긴 세월 동안 정선 사람들이 오갔던 고개로 비행기를 타고 가는 듯 공중에 둥둥 뜬 것처럼 아슬아슬 어질어질 하여 비행기재라는 이름이 붙었다. 재를 넘으면 ‘아리랑의 고장 정선입니다’는 이정표가 반긴다. 더불어 구슬픈 정선아리랑 한가락과 아우라지에 얽힌 청춘남여의 사랑, 그들의 삶이 담긴 곤드레나물밥과 올챙이국수가 서리서리 펼쳐진다.

골 깊은 정선 땅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가장 먼저 발길 닿는 곳은 아우라지다. 뱃전에 부딪치는 물살처럼 끝없이 구수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아우라지 뱃사공이 전해주는 사랑 이야기가 여기 있다. 옛날 옛날 여량리에 아리따운 아가씨가 살고 있었다. 그리고 아우라지 강 건너 유천리에는 믿음직한 총각이 살았다. 아우라지는 물살이 빠르고 힘차 남성성을 지닌 송천과 물살이 느리고 젖빛이라 여성성을 띤 골지천이 어우러지는 곳으로 폭은 얼마 안 되지만 나룻배를 타야 건널 수 있었다.

▲ 아우라지 강변의 전경 _ 한국관광공사 사진제공    

두 사람은 몰래몰래 사랑을 키워갔는데 어느 날 싸리골로 동박꽃 구경을 가기로 약속했다. 헌데 갑작스런 홍수로 아우라지에 배가 뜨지 못하게 되니 두 연인은 애타는 마음으로 발만 동동 굴렀다한다.

정선장터에서 만난 아주머니는 더불어 올챙이국수 이야기도 곁들여준다. 정선은 강원도 산골 중에서도 두메산골로 들판이라 부를 만한 평지가 없이 그저 손바닥만 한 땅뙈기가 있을 뿐이다. 하여 눈만 뜨면 산비탈에 매달려 옥수수 심고 감자 키워 먹을 것을 해결하는 것이 가장 큰 일이었으니 여량리 처녀 또한 마찬가지, 식구는 많고 먹을 것은 항상 부족했다.

올챙이 국수 만드는 것은 바쁜 부모와 많은 동생들을 둔 여량리 처녀의 몫이었다. 불린 옥수수를 맷돌에 넣고 물을 한 수저씩 넣어 주며 곱게 간 다음 체에 걸러 건더기를 걸러낸 후 가마솥에 붓고 눌러 붙지 않도록 저어주면서 뭉근히 끓인다. 그러면 묵을 쑤듯 걸쭉해지는데 박을 쪼개 만든 바가지에 구멍을 숭숭 뚫고 이것을 부은 후 숟가락으로 비비면 구멍을 지나 걸쭉한 덩어리가 뚝뚝 떨어진다.

▲ 올책이 국수 _ 한국관광공사 사진제공    

힘이 많이 들어간 첫 부분은 굵고 통통하지만 끝부분은 가늘고 힘없는 모양으로 떨어지니 마치 올챙이 형상이다. 양념간장을 얹어 한 그릇 후루룩 먹으면 씹을 것도 없이 목구멍으로 술술 넘어가며 올챙이마냥 금새 배가 불뚝해진다. 하지만 맷돌질을 하고 가마솥에 끓이고 바가지에 비비고 하는 일련의 작업들은 팔이 떨어져 나갈 정도로 힘든 노동이니 올챙이국수 한 그릇에 담긴 삶의 무게는 올챙이국수 맛만큼 밍밍하고 매끄럽진 않다. 척박하고 고단한 맛이며 먹을 땐 배부르지만 돌아서면 배가 고픈 슬픈 음식이다.

곤드레 나물은 고산에서 자라는 야생나물인데 봄이 무르익는 오월쯤 곤드레 나물을 따다가 쌈 싸먹고 무쳐 먹고 말려서 저장해 두었다가 겨울이면 밥을 해 먹었다. 물에 불린 곤드레 나물을 얹어 지은 밥에 양념간장을 얹어 쓱쓱 비벼먹으면 반찬이 없어도 한 그릇 뚝딱이다.

▲ 곤드레 나물밥 _ 한국관광공사 사진제공    

지금이야 단백질, 칼슘, 비타민 a등 영양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당뇨와 고혈압, 혈액순환을 개선해 성인병에 좋은 웰빙식품이라며 인기지만 그 때는 주린 배를 늘리기 위해 밥에 넣었던 눈물겨운 나물일 뿐이었다. 이리 저러 얽긴 모습 때문에 곤드레라 이름을 얻었지만 지금은 취할 정도로 맛이 좋다하여 곤드레만드레의 앞부분을 언급하니 격세지감이 따로 없다.

또한 아우라지는 강을 건너는 나루이기도 했지만 송천과 골지천이 만나 조양강(朝陽江)이 되니 ‘아침 햇빛’이라는 예쁜 이름을 가진 이 강은 한민족의 젖줄인 한강의 대표 원류 중 하나이자 뗏목의 출발지점이기도 했다.

▲ 아우라지를 건너주는 뱃사공 _ 한국관광공사 사진제공     ©

골 깊은 정선 땅에 질좋은 나무가 많으니 대원군 또한 경복궁 중건 시 필요한 목재를 육로보다 빠른 남한강 물길을 이용해 조달했다. 소나무를 새끼줄로 이어 뗏목을 만들고 여기에 뗏군이라 불리는 뗏사공이 타고 1천리 남한강 물길을 내려가면 한양의 광나루나 마포나루에 도착했다.

하지만 물살이 험하기로 유명한 동강의 동서여울이나 황새여울 등에서 뗏목이 뒤집혀 목숨을 잃는 경우가 많았으니 생명을 담보로 하는 위험한 일이었다. 그러나 한양에 도착하면 뗏목을 팔아 한 밑천 챙길 수 있었으니 이 떼돈을 벌기위에 각지에서 뗏군들이 모여들었다. 뗏군이 머물던 주막은 밤만 되면 아라리가 울려 퍼졌고 적막감을 달래고 무사한 운행을 속으로 빌며 뗏군들은 또다른 아라리를 불러댔다.

▲ 여량리 처녀동상이 서 있는 아우라지 _ 한국관광공사 사진제공    

유천리 총각도 그렇게 떠났다. 하지만 하루 이틀.. 열흘 보름.. 해가 바뀌어도 돌아오지 않았으니 아우라지 강가에는 유천리 총각을 기다리는 여량리 처녀의 동상이 서 있고 바로 옆 여송정(餘松亭)에는 그들의 애타는 이야기가 그림으로 그려져 있다.

아우라지로 가는 반점재에 올라 굽어보면 유천리 총각이 뗏목을 타고 굽이를 돌았을 문곡과 송오리 사이의 굽은 월천 물길이 보이고 병방치에 오르면 그 물줄기는 더욱 심하게 구부러져 아라리 가락처럼 휘어져있다. 그렇게 정선 아리랑은 유천리 총각이 힘겹게 따오던 곤드레 나물처럼 칭칭 사연이 엉켜있으며, 여량리 처녀가 만들던 올챙이국수처럼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비행기재 고갯길처럼 어질어질 애잔한 가락이다. 
 
○ 관련 웹사이트 주소
- 정선군청 www.jeongseon.go.kr
- 레일바이크 www.railbike.co.kr
- 정선관광문화포털 www.ariaritour.com 

○ 문의전화
- 정선군청 관광문화과 033)560-2361~3
- 정선문화예술회관 033)560-2566
- 정선역 033)563-7788
- 정선 터미널 033)563-9265
 
○ 잠자리
- 가리왕산 자연휴양림 : 033)562-5833/  www.huyang.go.kr
- 해피스테이션 기차펜션 : 033)563-8787/ www.railbike.co.kr
- 정선 캡슐하우스 : 033)563-8787/ www.railbike.co.kr
- 머물고 싶은 곳 펜션 :  033)563-9097/ www.hopestay.com
- 구절민박 : 033)563-7985
- 수정헌 : 033)563-8860/ www.sujunghun.com 

 
○ 먹거리
- 동박골식당 :  곤드레나물밥 033)563-2211
- 싸리골식당 :  곤드레나물밥 033)562-4554
- 대흥식당 :  곤드레나물밥 033)563-1319
- 여량식당 :  올챙이국수 033)563-0503
- 신흥집 : 메밀전병, 올챙이 국수 033)-563-8240
- 석곡집 : 감자 옹심이, 올챙이 국수, 메밀묵 033)562-8322
 
○ 축제 및 행사정보
- 아리랑고개너머 : 정선아리랑과 한국적 뮤지컬을 조합한 정선아리랑극으로 2010년 4월 12일~11월 27일까지 매월 2, 7, 12, 17, 22, 27일(정선오일장날) 정선문화예술회관에서 4시 30분에 공연된다. 문의 전화 정선문화예술회관 033-560-2566

○ 주변 볼거리 : 가리왕산자연휴양림, 화암국민관광지, 정선소금강, 아라리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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