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문학의 숲, 전남 장흥

어디선가 주인공이 나타날 것만 같은 착각에

강성현 | 기사입력 2010/11/28 [10:11]

살아있는 문학의 숲, 전남 장흥

어디선가 주인공이 나타날 것만 같은 착각에

강성현 | 입력 : 2010/11/28 [10:11]
전라남도 장흥은 살아 숨 쉬는 문학의 숲이다. 가사문학의 효시인 관서별곡을 지은 기봉 백광홍 선생부터 한국 문학의 거목 이청준, 바닷가의 삶을 신화화한 한승원, 민중의 삶을 절절하게 그려낸 송기숙까지 수십여 명의 문인들이 장흥에서 태어나 역사에 획을 그을 만한 작품들을 세상에 내놓았다.

수많은 작가들을 잉태한 장흥은 그들의 고향으로써 뿐만 아니라, 작품 속으로 적극적으로 들어가기도 했다. 천관산과 득량만을 비롯한 장흥의 산과 바다는 이청준의 눈길과 축제, 한승원의 불의 딸, 그 바다 끓며 넘치며, 이승우의 일식에 대하여 등 여러 소설의 생생한 배경으로 활약했다. 그래서인지 장흥을 여행하다보면 소설의 한 장면이 펼쳐질 것만 같고, 어디선가 주인공이 나타날 것만 같은 착각에 빠진다.

▲ 용문제에서 바라본 아른다운 장흥의 모습_한국관광공사 사진제공    

곽재구 시인은 문학의 기운이 구석구석 숨어있는 장흥을 보고 열애처럼 쏟아지는 끈적한 소설의 비가 내리는 땅이라고 표현했다. 이 같은 토양 덕분에 장흥에는 이청준 생가와 한승원 문학 산책로, 천관산 문학공원 등 문학에 젖어들게 하는 여행지들이 많다. 2008년 지식경제부에서는 장흥을 전국에서 최초로 문학관광기행특구로 지정하기도 했다.

장흥 문학여행에서 발길이 가장 먼저 닫는 곳은 회진면 진목리 갯나들 마을에 있는 이청준 문학자리다. 존재를 건 글쓰기를 해온 미백 이청준의 문학정신을 영원히 기리기 위해 고인 2주기를 맞아 마련된 곳으로, 가로 세로 7m 크기의 돌판 위에 넓은 너럭바위와 글 기둥이 사이좋게 서 있다. 커다란 돌판 위에는 이청준 선생이 직접 그린 문학지도가 그려져 있어, 눈길을 사로잡는다. 고개를 들어 문학 자리 앞을 내다보면, 눈길, 선학동 나그네의 무대가 되었던 드넓은 득량만이 펼쳐져 있어, 멀리 서 달려온 여행자들 포근하게 안아 준다.   

▲ 아름다운 작품이 새겨져 있는 천관산 문학공원_한국관광공사 사진제공   

이청준 선생의 향기를 좀더 느끼고 싶다면 진목마을 안에 있는 생가에 가보자. 진목마을 입구에서 표시판을 따라 골목으로 들어가면 소담한 집이 나타난다. 방에는 그의 사진과 유물들이 다소곳하게 놓여 있고 마당에는 장독대가 마치 지금도 선생이 살고 있는 집인 양 다소곳하게 앉아 있다.

이청준 선생의 생가를 둘러본 후에는 영화 축제의 배경이 되었던 용산면 남포마을로 향한다. 남포는 고즈넉한 해변마을로, 마을 앞에는 소나무 몇 그루가 서 있는 소등섬이 자리하고 있다. 썰물 때가 되면 뭍과 연결이 되는 소등섬은 정월 대보름날 당 제사를 모시는 곳으로, 달이 뜰 때 묘한 아름다운 자태를 내뿜는다. 소등섬은 석화구이로도 유명하다.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되면 소등섬에는 석화구이를 판매하는 비닐하우스 촌이 들어서고, 전국의 식도락가들이 싱싱한 석화를 맛보기 위해 모여든다.

▲ 한승원 문학 산책로_한국관광공사 사진제공  

이제까지 이청준의 향기를 쫓아갔다면 이번에는 한승원의 길을 따라가 볼 차례. 아제아제 바라아제를 비롯해 생명력 넘치는 문학세계를 보여주고 있는 소설가 한승원은 안양면의 율산마을에 해산토굴이라는 집필실을 마련하고 현재도 왕성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승원의 발자취를 좀 더 가까이 찾아보고 싶다면 여닫이해변 앞에 있는 한승원 문학 산책로로 발길을 돌려보자. 그에게 마르지 않는 문학의 샘이자 창작의 고향인 장흥의 바다를 따라 바다를 주제로 한 그의 글들이 비석에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그가 바다에서 건져 올린 비릿하고 살아있는 언어들을 더듬어 가다보면, 600m에 이르는 산책로가 그리 길지 않게 느껴질 것이다.

▲ 한승원 문학 산책로 앞에 펼쳐져있는 여닫이 해변_한국관광공사 사진제공   

장흥이 고향인 작가들은 장흥의 바다와 산에서 작품의 영감을 얻었다고들 고백한다. 장흥에는 천관산과 제암산, 사자산, 억불산까지 네 개의 명산이 있지만 이중에서도 작가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곳은 천관산이다. 문인들에게 큰 산이라고 불리는 천관산은 여러 작품의 배경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힘들 때마다 어깨를 두드려주는 넉넉한 품을 가진 어머니 역할을 해왔다.

천관은 하느님의 면류관이라는 뜻으로, 산줄기의 기암괴석이 왕관 같다고 해서 붙은 이름. 천관산을 오르다보면 일부러 바윗돌을 쌓아놓은 것 같은 아육왕탑을 비롯해 아홉 마리의 용이 모여 있는 모양의 구룡봉 등 기이하고 웅장한 바위들의 향연을 볼 수 있다. 또 정상인 연대봉에서는 다도해가 한 눈에 보일 뿐만 아니라, 날씨가 좋은 날에는 제주도 한라산까지 굽어볼 수 있다. 특히 가을에는 굽이굽이 능선을 따라 은빛 찬란한 억새가 흩날려 그 어느 곳에서도 보기 힘든 풍광을 만날 수 있다.  

▲ 장흥 출신 문인들을 한자리에서 볼수 있는 천관 문학관_한국관광공사 사진제공    

천관산은 풍광도 좋지만, 산에 왔다면 잊지 말고 들러야할 곳이 있다. 천관산 문학공원과 천관문학관이 그곳이다. 천관산 중턱 탑산사 아래에 위치한 문학공원에는 이청준을 비롯해 박범신, 양귀자 등 유명 작가들의 주옥같은 글들을 바위에 새겨놓은 비석이 층층이 세워져 있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꽃과 푸르른 나무 아래에서 문인들이 각자의 연금술로 만들어놓은 글들을 따라 읽다 보면 절로 가슴이 뭉클해진다. 문학공원에는 작가들의 육필 원고와 메시지를 넣은 15m의 문탑이 서 있어, 비석에 새겨진 글들을 돌아보게 만든다. 또 문학공원 아래에는 장흥 출신 문인들을 소개하고 그들의 작품을 전시해 놓은 천관문학관이 자리하고 있다.

▲ 천관 문학관 내부_한국관광공사 사진제공    

이처럼 장흥이 문학여행지로 각광을 받고 있지만, 문학과 관련된 곳 외에도 둘러볼 곳들이 많다. 그중에서는 장흥 토요시장은 저렴하게 한우를 먹을 수 있는 한우거리와 할머니 장터, 신나는 공연으로 높은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까만색 교복을 입은 mc의 구성진 진행에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연신 어깨춤을 덩실거리고, 인근 식당에서 흘러나오는 한우의 고소한 향에 잠자던 식욕이 마구 올라온다.

▲ 편백향이 진하게 풍기는 편백숲    

산책을 원한다면 우드랜드라고 불리는 편백 숲에 가보자. 편백나무 숲 사이로 톱밥을 깐 산책로가 마련되어 있어, 특별한 산책을 즐길 수 있다. 또한 매생이 마을에 가면 철분과 비타민이 풍부한 건강식품 매생이를 채취하기 위해 바다에 깔아놓은 수많은 대나무 말뚝과 발들을 만날 수 있다. 11월~3월 사이에만 볼 수 있는 독특한 광경으로, 12월부터 3월초에 가면 매생이를 직접 채취하고 다듬는 모습까지 엿볼 수 있다.

이 외에도 아시아 최초 슬로시티로 지정된 4개 지역 중 하나인 장흥에는 반월 장수 풍뎅이 마을, 우산 지렁이 정보화마을이 있고, 탐진강의 생태계를 볼 수 있는 물문화관, 천년고찰인 보림사 등 역사와 삶이 묻어있는 여행지들이 다양하게 자리하고 있어, 장흥은 문학과 함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여행을 만들기에 더 없이 좋은 여행지다.  

▲ 한우간판이 즐비한 장흥_한국관광공사 사진제공

○ 관련 웹사이트 주소
- 장흥군청 :
http://www.jangheung.go.kr
- 우드랜드 :
http://www.jhwoodland.co.kr
- 우산 지렁이 마을 : http://slowly.invil.org
- 장흥, 우리마을 이야기 :
http://blog.jangheung.go.kr
 
○ 문의
- 장흥군청 문화관광과 : 061) 860-0224, 0380
- 천관문학관 : 061)860-0457
- 천관산 : 061)867-7075
- 토요시장 : 061)804-7002
- 우드랜드 : 061)864-0063
- 보림사 : 061)864-2055


○ 잠자리
- 옥섬워터파크 :  안양면 수문리, 061)862-2100,
http://www.oksum.co.kr (굿스테이)
- 우드랜드 : 장흥읍 우산리, 061)864-0063,
http://www.jhwoodland.co.kr
- 유치자연휴양림 : 유치면 유양림길, 061)863-6350, http://www.yuchi.or.kr
- 천관산 자연 휴양림 : 관산읍 농안리, 061-867-6974
- 진송관광호텔 : 장흥읍 건산리, 061)864-7775,
http://www.jinsonghotel.com
- 해오름펜션 : 안양면 모령리, 061)862-7343, http://www.heorm.co.kr
- 스위스모텔 : 장흥읍 건산리, 061)864-3111


○ 먹거리
- 바다하우스 : 안양면, 키조개와 바지락 회무침, 061)862-1021
- 신녹원관 : 장흥읍, 한정식, 061)863-6622
- 귀보아구찜 : 장흥읍, 아구찜, 061)863-5974
- 취락식당 : 장흥읍, 키조개등심구이, 061)863-2584
- 천관마루 : 장흥읍, 표고전골요리, 061)867-2366


○ 축제 및 행사정보
- 정남진 장흥 해맞이 축제 : 2011년 1월 1일, 정남진 우산도 전망대
- 키조개 큰잔치 : 매년 5월, 수문항, 해양수산과 061)860-0412
- 제암철쭉제 : 매년 5월, 제암산 일원
- 정남진 물축제 : 매년 7월, 탐진강 일원,
http://www.jhwater.kr
- 선학동 메밀꽃 축제 : 매년 9월, 회진 선학동 일원
- 천관산 억새제 : 매년 10월, 천관산 일원


○ 이색체험 정보
- 장평면 우산리(010-2788-7074)에서는 지렁이 생태 체험을 할 수 있으며, 유치면 반월리 장수 풍뎅이 마을(010-3110-6145)에서는 장수풍뎅이 체험을 할 수 있다.
- 우드랜드에서는 나무를 가지고 여러 공예품을 만들어볼 수 있는 목공예 체험을 즐길 수 있다.


○ 주변 볼거리
 - 제암산, 방촌문화마을, 장천재 계곡, 동학농민혁명기념탑, 천문과학관, 정남진해양낚시공원, 유치자연휴양림, 천관산자연휴양림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추천여행지 관련기사목록
더보기
국내여행
5월에 가볼 만한 낙동강을 끼고 드넓게 펼쳐진 청보리밭과 함안 강나루 생태공원
1/3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