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추억을 안주삼아 맛보는 제주 오메기술

남쪽 어딘가 정감 넘치는 시골마을에라도 들어가 아랫목에

김민강 | 기사입력 2008/11/29 [11:31]

지난 추억을 안주삼아 맛보는 제주 오메기술

남쪽 어딘가 정감 넘치는 시골마을에라도 들어가 아랫목에

김민강 | 입력 : 2008/11/29 [11:31]
서늘하던 바람이 점차 매섭게 변해 몸을 잔뜩 움츠리게 되는 요즘이다. 이럴 땐 따뜻한 남쪽 어딘가 정감 넘치는 시골마을에라도 들어가 아랫목에 몸을 누이고 싶어진다. 그 마을에 명주(銘酒)라도 있으면 지인과 더불어 마시고 온몸에 도는 훈기를 즐기는 것도 겨울 여행의 맛이리라. 겨울의 초입에서 한번쯤 해보았을 이런 상상에 꼭 들어맞는 곳이 있으니 바로 제주 서귀포시 성읍민속마을이다. 


성읍민속마을은 제주 일주도로에서 8~9킬로 정도 떨어져있는 중산간지대에 자리하고 있어 도로확장, 도시계획, 택지개발 등 각종 개발바람이 빗겨간 소외된 지역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낙후성도 새옹지마라고, 지금은 그 어느 곳보다 제주 옛 초가집과 살림살이 등 민속 원형이 가장 잘 보존된 지역으로 그 보존가치를 인정받게 되었다. 덕분에 1980년 제주도문화재로 지정, 1984년엔 국가지정문화재인 중요민속자료로 승격, 관리되고 있다. 


이 마을은 제주의 여느 관광지와 달리 실제 주민이 거주하는 삶의 터전이어서 별도의 출입구나 지정된 관람로가 없다. 때문에 개인적으로 방문한 관람객들에겐 어디서부터 무엇을 봐야할지 다소 당황스러울 수 있다. 이땐 문 입구에 ‘구경하는 집’이라 크게 써 붙인 집에 무작정 들어서보자. 대부분 해설사가 대기하고 있어 제주 초가집과 옛 생활상에 대해 친절히 설명해준다. 제주 민속학에 대한 보다 심도 있는 해설을 원한다면 마을 관리사무소를 방문, 전문 문화관광해설사의 동행을 요청하는 것이 좋다. 30분이든 하루 종일이든 원하는 시간만큼 가능하다. 


성읍민속마을에선 관람만 할 것이 아니라, 식당에 들러 ‘오메기술’을 반주삼아 흑돼지, 꿩고기나 빈대떡 등으로 여정의 출출함을 채울 것을 권한다. 제주에서만 먹을 수 있는 정통 ‘오메기술’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 성읍민속마을이기 때문이다. 제주 전통술 기능보유자 김을정(85) 할머니 댁도 서문 근처에 있다. 


제주는 일부 해안선을 제외하고는 토질 때문에 벼농사가 안돼 주로 조, 콩, 팥 등 밭작물을 경작했다. 그래서 설과 같은 명절 제사상에 올릴 술을 빚기 위한 원료로 좁쌀을 사용하였다. 좁쌀로 만든 떡을 ‘오메기’라 부르는데, 이 떡에 누룩과 물을 넣고 봉해놓은 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부글부글 끓어오르면서 알코올이 생성된다.

위에 말갛게 뜨는 부분을 ‘청주’ 또는 설 때 올리는 술이라 해서 ‘세주’라고도 부르며, 설과 같은 명절에 사용하고 밑에 가라앉은 탁한 부분이 바로 막걸리로 이웃 간에 한 사발씩 떠서 나눠먹었다고 한다. 요새는 청주를 따로 떠내지 않고 섞어서 판다.


오메기술은 14~17도 정도로 여느 막걸리와 도수가 비슷하나, 맛은 일반 막걸리보다 새콤달콤하여 여성들이 즐기기에도 무난하다. 색도 갈옷(갈물을 들인 옷) 같은 검붉은 빛깔이 돌아 술 또한 제주를 닮아있다는 생각이 든다. 더운 여름에는 닷새에서 일주일정도, 겨울에는 열흘에서 보름정도로 유통기한이 짧아 제주 밖으로 반출되지 않는다. 제주도 무형문화재 제3호로 지정된 술인 만큼 굳건한 명맥을 지녔다.  

‘고소리’라는 옹기를 통해 오메기술을 증류한 것을 ‘고소리술’이라 부르는데, 이 술은 40도가 넘어 1년 이상 장기보관이 가능하며 육지로도 판매되고 있다. 도수는 높지만 향과 맛이 순하고 부드러워 독한 술 같은 느낌이 들지 않으며, 술이 깬 다음에도 머리가 아프지 않고 숙취가 적다.

제주에만 있는 독특한 전통주로 오메기술과 같은 재료로 만드는 ‘강한 술’이라는 뜻의 ‘강술’이라는 것도 있다. 제주도는 목축이 성행했던 곳이라 소나 말과 같은 가축을 많이 키우는데, 말을 모는 말태우리들이 액체 막걸리를 가지고 다닐 수가 없기 때문에 마른 술을 만들었다고 한다. 즉, 술 만드는 과정에서 물을 넣지 않고, 누룩을 더 많이 넣으면 마른 고체술이 되는데 유통기한이 매우 길다. 들에 나갈 때 조금씩 가져갔다가 물을 넣어 저어서 마시는데, 오늘날로 치면 휴대성이 좋은 일종의 인스턴트 커피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지금은 목축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 만들어 먹는 이가 없으나 축제나 특별한 행사 때 이곳 성읍민속마을에 요청하면 재현 가능하다. 성읍민속마을로 접근하는 방법은 매우 다양한데, 제주시내에서 간다면 1131번 도로에 있는 마방목지(마방터)에서의 드넓은 초지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 제주말을 구경하고 삼나무길(비자림로, 1112번 도로)을 거쳐 산굼부리에 들르는 코스를 추천한다. 


한 예술가의 치열함과 고집스러움으로 폐교에서 예술공간으로 재탄생된 두모악 김영갑갤러리 또한 성읍민속마을에서 가깝다. 20대 우연히 들른 제주에 매료되어 가족과 인연도 끊고 결혼도 하지 않은 채, 사시사철 제주의 자연을 필름에 담는 일에만 몰두하다 2005년 48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뜬 사진작가 김영갑. 그의 뜨거운 생애의 무게가 여전히 많은 이들의 마음을 움직여 이곳을 찾게 한다. 도저히 폐교였다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갤러리 앞마당 조경도 훌륭하다.

관람보다 활동적인 스포츠를 원한다면 멍에atv, 멍에승마장도 가까이에 있으니 이용해볼 수 있다. 성읍민속마을 부근에 가볼만한 오름으로는 물찾오름이라고도 부르는 거문오름이 유명한데, 사전예약에 의해 전문안내인과 동행하여야만 입산이 가능하다. 주말엔 신청자가 많아 예약이 어려우니 서두르는 것이 좋다.

○ 관련 웹사이트
- 성읍민속마을 :
www.seongeup.net
- 두모악김영갑갤러리 : www.dumoak.co.kr
- 제주특별자치도 관광정보 : http://cyber.jeju.go.kr
- 제주특별자치도 관광협회 : www.hijeju.or.kr

○ 문의
- 성읍민속마을보존회 : 064)787-1179
- 성읍민속마을관리사무소 : 064)787-5560
- 서귀포시 관광진흥과 : 064-760-2664
- 제주특별자치도 관광협회 : 064)742-8861~4
- 거문오름등반 예약전화 : 064)750-2514

○ 대중교통
- (주)대한항공 : 1588-2001
- 아시아나항공(주) : 1588-8000
- (주)제주항공 : 064)746-7003[

○ 숙박
- 늘푸른 레져타운 : 서귀포시 표선면, 064)787-2363
- 해비치호텔 : 서귀포시 표선면, 064)780-8221
- 제주통나무휴양펜션 : 서귀포시 표선면, 064)787-8800
- 제주스카이 휴양펜션 : 서귀포시 표선면, 064)787-0067
- 성읍민속마을체험의집 : 서귀포시 표선면, 010-4133-1708
- 성산포스카이호텔(굿스테이) : 서귀포시 성산읍 064)784-7000,
www.jeju-sky.com
- 에쿠스모텔(굿스테이) : 서귀포시 안덕면 064)792-2341, www.alljeju.co.kr

○ 식당
- 정의골식당 :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 868-1, 토종 돼지불고기, 064)787-2240
- 옛정의골식당 :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 532-5, 제주향토한정식, 064)787-0934
- 굼부리식당 :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 530-1, 제주산청정돼지고기, 064)787-4861
- 이어도식당 :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 987-15, 향토음식, 064)787-4333
- 괸당네향토음식점 :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 987-1, 야생꿩고기, 토종흑돼지, 064)787-4465
- 성읍칠십리식당 :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 580, 토종흑돼지, 꿩감자국수064)787-0911

○ 주변 볼거리
- 일춘랜드, 섭지코지, 혼인지, 서귀포감귤박물관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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