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소리 못내는 한국외교

중국산 김치 파동에 대한

최완호 | 기사입력 2005/10/27 [07:47]

제목소리 못내는 한국외교

중국산 김치 파동에 대한

최완호 | 입력 : 2005/10/27 [07:47]
제목소리 못내는 한국외교 
한국 외교가 북핵문제, 수출중심의 경제구조 등의 덫에 걸려 제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10월 들어 터져나온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중국산 김치파동, 이란의 한국산 제품 수입승인 지연 문제 등에 대해 정부는 똑부러진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 채 임기응변식의 대처에 급급한 실정이다.

이는 최대의 당면 현안인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 주변국의 협조가 절실하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외교적 운신의 폭이 좁기 때문이다. 또 대외의존도가 높은 경제구조로 인해 주요 수출국에 대해 제목소리를 내기 힘들다는 것도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에 대한 정부 입장이 대표적인 예다. 지난 17일 참배 직후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일본 방문 취소를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가 닷새만에 입장을 바꿨다. “일본 측에 역사인식 문제에 대한 개선된 태도를 촉구하는 한편 필수불가결한 외교행위는 계속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정부가 내놓은 이유다.

그러나 ‘필수불가결한 외교행위’의 기준이 무엇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반 장관은 26일 정례브리핑에서 “앞으로 여러 상황을 봐가면서 정부 내에서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논리에 따라 필수적인 외교행위의 범주를 정하겠다는 뜻이다. 3년반 동안 정상간 상호방문을 끊고 있는 중국처럼 우리 정부가 단호한 입장을 취하지 못하는 것은 다음달 초로 예정된 제5차 북핵 6자회담과 부산 apec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 등을 위해 일본 측의 협조가 절실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란의 한국산 제품 수입승인 지연문제도 마찬가지다. 이규형 외교부 제2차관이 직접 이란을 방문해 이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했지만 지난 19일 이후 접수된 모든 한국산 제품의 수입승인이 아직 나지 않고 있다. 이란측은 “수입금지 조치를 취한 적이 없다”는 대답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이란 핵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데 대한 보복조치의 일환이라는 추측성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국은 북핵문제의 당사국으로서 모든 핵문제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취할 수 밖에 없는데, 이것이 무역보복이라는 형태로 되돌아아고 있는 형국이다.

중국산 김치 파동에 대한 정부 대처에서는 최대 무역상대국인 중국을 자극해서는 안된다는 조심스러움을 엿볼 수 있다. 반 장관은 “한ㆍ중 무역규모가 올해 1,0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중국산 수입김치 문제가 한ㆍ중관계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반 장관은 이어 “중국 측과 검사검역에 관한 고위급 협의를 개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채 중국의 눈치를 먼저 살피고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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