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아프다..언제쯤 나으려나..

마음속으로 간절히 빌께. 사랑한다!! 오빠가 옆에 없을 때는

최완호 | 기사입력 2005/10/28 [11:21]

넘~아프다..언제쯤 나으려나..

마음속으로 간절히 빌께. 사랑한다!! 오빠가 옆에 없을 때는

최완호 | 입력 : 2005/10/28 [11:21]
노씨는 군 생활 내내 전역 후의 희망찬 삶을 꿈꿨다. 이런 그의 꿈은 한권의 일기장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27일 노씨가 사망한 뒤, 가족들은 그가 입대 직후부터 계속 써내려간 일기장을 공개했다.

2003년 6월부터 2005년 5월까지 기록
일기장은 입대 후 육군에서 지급하는 165페이지 분량의 '수양록'으로, 노씨가 신병이었던 2003년 6월부터 병장 진급하고 제대를 한 달 앞둔 2005년 5월까지 군 생활이 기록돼 있다.일기장 곳곳에서는 "중대 생활 잘하고 솔선수범하자", "남은 군생활은 건강하게 활기차게 지내보자"라고 다짐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올해 4월에는 활짝 핀 개나리를 보면서 "내 군 생활에도 봄날이 왔다"고 기뻐하는 모습이 생생하게 적혀 있다. 또 여자친구의 이름과 "사랑한다"는 수줍은 고백도 들어있다.

부모님에 대한 효심도 가득하다. 2004년 10월 부대 주변 산들의 단풍을 바라보던 노씨는 "(제대하면) 내가 이젠 부모님을 모시고 좋은 곳을 많이 가야지"라고 다짐하고 있다. 그해 11월 9일에는 휴가 나가서 부모에게 잘하지 못했는지 "아쉽고 죄송스럽다"고 반성했다.노씨는 입대할 때부터 건강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갖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 처음 일기장을 시작하면서 쓴 '나의 장점'에는 "유머러스하다, 긍정적이다, 건강하다"고 적었다. 군 생활을 하면서도 꾸준히 운동을 해온 흔적이 여러 곳에 나타난다.

"앞으로 운동이나 죽어라 해야지 운동만이 살길이다. 100일 작전 몸짱 프로젝트 ㅎㅎ" (2005년 2월 22일)노씨의 전역일은 올해 6월 24일. 그는 전역을 두 달 남겨두고 '다이어트와 운동'이라는 목표를 세웠다.

"일단은 운동을 꾸준히 해서 훌륭한 몸도 만들고 건강해져야지." (2005년 4월 11일)"군생활도 이제 두달 남짓 남았다. 일단 다이어트에 목표를 두고 열심히 신나게 살자." (2005년 4월 22일)

5월 6일 "이놈의 복통은 언제나 나으려나"
노씨는 올해 3월부터 자신의 몸에 이상이 오고 있음을 느꼈던 것 같다. 3월 20일 일기에서 노씨는 "날씨도 많이 포근해졌다"면서 "그런데 봄이라 그런지 몸은 여전히 나른하고 만사가 귀찮아진다"라고 적었다.

9일 뒤인 3월 29일 그는 국군광주병원에서 첫 진료를 받는다. 이후 4월 28일 진료에서는 내시경 촬영과 조직 검사를 했고, 5월 27일 군에서 마지막 진료를 받았다.이 즈음 노씨의 일기장에는 심한 복통의 흔적을 볼 수 있다. 군 동료들은 당시 노씨가 복통으로 밥도 제대로 못 먹고, 고통 때문에 새벽에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였다고 증언하고 있다. 두번째 진료를 받은 뒤인 5월 6일 노씨는 이렇게 적었다.

"그나저나 이놈의 복통은 언제나 나으려나. 태어나서 이렇게 오랫동안 아픈 적이 없었는데. 휴가 가서 푹 쉬면 좀 나으려나. … 얼마 남지 않은 군생활, 제발 건강하자."노씨가 세상에 마지막으로 남긴 유품인 일기장을 꼼꼼히 살펴보면 그는 전역 직전까지 '위암'을 의심해보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3월부터 몸에 이상증세를 호소했지만, '위암'이라는 단어도, 또 '위궤양'이라는 단어도 찾아볼 수 없다. "얼마 남지 않은 군 생활, 제발 건강하자"  

제대 2주만에 위암말기 판정을 받고 투병하다 27일 세상을 떠난 고 노충국씨가 군시절 쓴 일기장, 2005년 5월 6일 부분. 

2004년 10월 17일
우리 부대도 이제 완연한 가을이다. 산들은 울긋불긋 옷을 입고 있다. 여긴 산이 많아서 단풍은 실컷 보는 것 같다. 그러고보니 밖에 있을 때는 단풍놀이를 한번도 못 갔었다. 산에서 맑은 공기도 마시고 밥도 먹고 하면 기분이 무지 상쾌해질 것 같은데. 어렸을 때는 아버지가 많이 데리고 다녔었는데 이젠 추억이 돼 버렸다. 내가 이젠 부모님 모시고 좋은 곳 많이 가야지. 그나저나 우리 ○○이 너무 보고프당.

2004년 10월 25일
10월도 슬슬 가고 군 생활도 슬슬 간다. ㅋㅋ. 요새는 딱 가을 날씨다. 밖에 사람들은 뭐하고 있을까. 우리 ○○이도 잘 지내고 있겠지. 우리 부모님도 내가 어디 단풍놀이라도 모시고 가고 싶다. 아버지 눈 아프신 것 때문에 많이 걱정된다.

2004년 12월 31일
과연 세상에서 시간만큼 공평한 게 있을 까.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가 인생에서의 성공과 실패가 나눠지는 것 같다. 2005년에 나는 얼마나 시간을 소중히 쓸라나. 우리 ○○이 항상 옆에 있을 때는 그 사람의 소중함과 고마움을 잘 몰랐다. 도대체가 내가 잘 해준 기억이 없다. 조금만이라도 아껴주고 잘해줄 껄. ○○이 2005년에는 제발 행복해라 마음속으로 간절히 빌께. 사랑한다 ○○○!! 오빠가 옆에 없을 때는 제발 슬프지도 아프지도 마라. 아듀 2004년

2005년 3월 20일
요새는 다리를 다쳐서 그런지 몸이 어째 답답하다. 역시 나는 돌아댕겨야 하는 팔자인가 보다. 요새는 잠도 많이 없어져서 기상나팔 소리가 울리기 전에 창문에 비치는 햇살을 보고 먼저 잠에서 깨어난다. 날씨도 많이 포근해지고 그런데 봄이라 그런지 몸은 여전히 나른하고 만사가 귀찮아진다. 우리 ○○이는 미국 가서 잘 살고 있을려나. 어디서든 잘 지낼 수 있는 사람이니까 근데...

2005년 3월 31일
기나긴 겨울이 지나고 푸근한 봄볕이 가득한 봄이다, 3월의 마지막 날! 내일은 4월의 시작이다. 지난 몇 주 동안 다리가 아파서 많이 불편하고 짜증도 났었지만 거의 다 나았으니까 내일부터는 좀더 새롭고 가벼운 맘으로 생활하자. 남은 군 생활은 반드시 건강하게 활기차게 지내봅시다!

2005년 4월 11일
엊그제 드디어 봄꽃의 상징인 개나리가 활짝 피었다. 다른 곳보다 조금은 늦은 것 같지만 그래도 노란 개나리를 보니 괜시리 기분이 가벼워진다. 내 군 생활에도 봄날이 오다니 ㅋㅋ 병장 된지도 벌써 3개월(3호봉!). 이제 나만의 시간도 많아져서 하고 싶은 일들도 맘껏 한다. 일단은 운동을 계속 꾸준히 해서 훌륭한 몸도 만들고 건강해져야지. 전역 후에 사회에서도 활짝 핀 개나리처럼 내 인생도 활짝 피겠지? 꼭 그렇게 만들테다. 화이팅!

2005년 4월 22일
어제 당직을 서서 그런지 조금은 피곤한 하루였다. 햇살은 따뜻한데 무슨 놈의 바람이 심하게 부는지 거기다 황사까지 목이 다 칼칼하다. 요즘 들어 시간의 아니 세월의 무상함이 느껴진다. 무언가를 하는 것 같으면서도 그냥 무의미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군 생활도 이제 두 달 남짓 남았다. 일단 다이어트에 목표를 두고 열심히 운동하자! 휴가 18일 전. 갔다 오면 1달 남는다. 더욱 더 열심히 신나게 살자.

2005년 5월 6일
봄비가 하루종일 주룩주룩 내렸다. 봄의 상쾌함이 느껴졌다. 그나저나 이놈의 복통은 언제나 나을려나. 태어나서 이렇게 오랫동안 아픈 적이 없었는데. 휴가 가서 푹 쉬면 좀 나을라나. 5월인데 날씨가 벌써 덥다. 밖에는 여름 패션이 유행인 것 같던데. 나도 휴가가면 반팔 t 입구 다녀야지. 얼마 남지 않은 군 생활 제발 건강하자. 
기획설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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