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즈와 스위스와의 관계

영국도 아닌 스위스에 셜록 홈즈 박물관이 두 개나 있는

이성훈 | 기사입력 2014/07/08 [11:18]

셜록 홈즈와 스위스와의 관계

영국도 아닌 스위스에 셜록 홈즈 박물관이 두 개나 있는

이성훈 | 입력 : 2014/07/08 [11:18]
원래, 이 세기의 탐정은 죽을 운명이었다. 그러나 모리아티(Moriarty) 교수와의 대결에서 용케 살아남으며, 셜록 홈즈(Sherlock Holmes)는 불멸의 존재가 되었다. 셜록 홈즈를 만들어 낸 아서 코난 도일(Arthur Conan Doyle) 조차도 홈즈를 떨쳐내버릴 수 없었다.

그의 팬들 대부분이 저지르는 실수는 런던 중심부에서 홈즈를 찾고자 한다는 것이다. 혹은 코난 도일이 은퇴 후, 양봉을 했다고 전해지기도 하는 서섹스(Sussex) 지방을 찾는 경우도 있다. 정답은 바로, 스위스다. 그의 흔적은 바로, 로잔(Lausanne)과 베른(Bern) 사이에 위치한 뤼성(Lucens)에서 찾을 수 있다.

▲ Lucens_Musee Sherlock   

이 유능한 탐정이 등장하는 코난 도일의 4편의 소설과 56편의 단편에서는 베이커 거리(Baker Street)의 221b호 빨간 문 뒤의 방이 묘사된다. 빅벤(Big Ben)이 다섯 시 정각을 알리면서 묘연의 방문자가 나타나 셜록 홈즈와 왓슨(Watson)은 갑자기 사건을 맡게 된다. 장미빛 오일램프에는 여전히 불이 켜져 있고, 차 주전자는 테이블에서 식어가고 있지만 컵 두 잔은 여전히 가스 불 옆에 놓여진 상태로 남아 있는 장면이 등장하는 것이다.

▲ Lucens_SherlockMuseum  

신문들이 여기 저기 흐트러진 상태다. 보통 폴리스 뉴스(Police News), 더 스트랜드 매거진(The Strand Magazine), 더 일러스트레이티드 런던 뉴스(The Illustrated London News)다. 이 탐정은 어느 정도의 변장에도 능했던 듯 싶다. 붉은 벽에는 헌팅용 캡과 긴 트위드 코트, 정장용 실크 모자와 망토가 거무죽죽한 드레싱 가운 옆에 걸려 있다.

석고상 하나가 창가에 놓여 있다. 블라인드가 쳐진 상태에서 이 석고상이 만들어 내는 그림자는 멍청한 인간이라면 밖에서 보기에 셜록 홈즈가 여전히 그의 과하게 푹신해 보이는 소파에 앉아 있을거라는 추측을 하게 만든다. “그의 입술 사이로 오래된 찔레나무 파이프를 문채로 그의 눈은 천정의 한 코너를 멍하니 주시하고 있었고, 푸르른 연기는 그에게서 뭉게뭉게 피어올랐으며, 조용하고, 꼼짝없이 앉아있는 그의 독수리 부리를 연상시키는 코와 강인한 인상 위로 빛이 비추어졌다.”고 코난 도일이 홈즈를 묘사했던 것 처럼 말이다.  

▲ Meiringen_11_5507_bydavidbirri.com    

묵직한 커튼, 아프가니스탄 숄, 나무줄기로 된 등받침이 있는 의자들, 말 털로 만들어진 소파와 자수가 놓여진 쿠션 등 빅토리아 시대의 빈티지로 장식된 방이었다. 벽난로 한 쪽에 놓여진 무기 중에는 실내 연습용 후장 리볼버와 “심각한 사태에 대비한” 작은 웨블리(Webley) 권총이 있었다. 벽난로 선반에는 파이프 재털이와, 타바코 주머니, 약물용 주사기, 주머니칼, 리볼버 카트리지를 비롯한 기타 자질구레한 물건들이 놓여 있었다.

보조 테이블에는 크리스탈 디캔터와 사이펀(Siphon)이 있었는데, 산으로 물든 테이블은 테스트용 튜브와 병들로 마치 작은 화학 실험실을 연상시켰다. 책장은 참고용 서적과 회색 빛깔의 바인더들로 빼곡했다. 홈즈의 런던 집주인이었던 허드슨(Hudson) 여사가 잉글랜드를 떠나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에 현재는 스위스 여인들이 이 물건들의 먼지를 털어내는 일을 담당하고 있다.

▲ Meiringen_Holmes_Statue_Meiringen_Full_by_Stephan_Boegli  

장소는 전 세계에서 몰려들 수천명의 관광객과 덴마크, 런던, 일본의 셜록 홈즈 협회(Sherlock Holmes Societies)에 소속되어 있는 그리고 미국 대부분의 도시에 있는 베이커 스트리트 이레귤러즈(Baker Street Irregulars)에 속한 수백명의 팬들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야만 했다.

순례길에서 홈즈의 팬들을 매혹시키는 것은(그러나 청소를 담당하는 여인들은 전혀 괘념치 않는) 바로 유리로 된 캐비넷으로, 피로 물든 단도와, 포커, 피클된 뱀, 푸줏간 칼, “구명” 경찰봉, 두 개의 절단된 사람의 귀, 피로 가득찬 거머리, “개도 고양이도 원숭이도 아닌” 것의 석고 프린트를 비롯한 기괴한 물건들로 빼곡하다. 홈즈가 유명한 케이스에서 기념품으로 간직한 것들이다.

병 하나에는 이런 라벨이 붙어있다. “진품 런던 안개(Genuine London fog): 신원 미상의 행인에 의해 인증(certified by a lost passerby).” 이것이 이 방을 사용했던 남자를 그토록 기쁘게 만들었던 집요한 디테일이다. 코난 도일의 막내 아들, 아드리안(Adrian)이 어떤 이유에서 스위스의 작은 숙소를 결정했는지는 모르지만, 그가 관찰력이 뛰어난 눈썰미와 유머 감각, 역사에 대한 사랑과 혈통에 대한 자부심을 아버지로부터 물려 받은 것은 분명하다.

▲ Meiringen_reichenbachfall_2011_bydavidbirri.com    

그는 샤또 드 뤼성(Château de Lucens)을 택했다. 북으로부터 무동(Moudon)과 로잔(Lausanne)을 방어하고자 지어진 황량한 성인데, 아버지의 역사물 소설에서 튀어나올법한 생김새였다. 16세기에 주교 용사에 의해 한쪽 구획이 추가된 것으로, 도난 가문이 소유하고 있던 그림과 갑옷 등을 전시하기에 완벽한 장소였다. 중앙 홀에 있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돌로 된 벽난로가 있었는데, 아드리안은 벽난로 후드에 선조였던 스코틀랜드 가문의 문장을 그려 넣었다.

셜록 홈즈는 아치형 천장이 있는 지하에 정착하게 된다. 아드리안이 사망한 뒤, 그의 친구 프랑소와 뤼종(Fraçois Lugeon)은 코난 도일 재단(Conan Doyle Foundation)을 설립하고, 장기간의 고재정의 보수를 위해 진 빚을 탕감하고자 성을 부동산 시장에 내놓는다. 이후, 뤼성 마을이 셜록 홈즈의 상설 전시로 사용할 수 있도록 아름다운 메종 루즈(Maison Rouge)의 일부 공간을 내어주자, 재단은 유럽 최대 규모의 도일 관련 소장품을 대여해 주게 된다.

▲ Meiringen_SH_Statue_Weg_Muesum 

전시품 중 고난 도일이 독자들로부터 영웅 대접을 받을 수 있게 만든 그의 강한 캐릭터에게 점차 지쳐갔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있다. 바로, 그의 어머니에게 또박또박 써 내려간 편지들이다. 그는 어머니에게 까다로운 줄거리를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 지겨워졌음을 불평한다. 1891년 11월 11일, 그는 어머니에게 홈즈를 죽일까 생각중이라 편지를 쓰지만, 그의 어머니는 겨우 아들을 설득한다.

그의 자서전에서 코난 도일은 스위스로의 여행에 대해 기술한다. 스위스에서 라이헨바흐(Reichenbach) 폭포를 발견하게 되는데, 홈즈에게 어울리는 무덤을 만들어주기에 “훌륭하지만 끔찍한 장소”라고 생각한다. “내 계좌 번호도 그와 함께 묻어 버려야지.” 했단다. 같은 해 그의 일기에서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등장한다. “1893년 12월: 홈즈를 살해하다.”

▲ Meiringen_SHPilgrimage2012_ReichenbachfallSherlock   

코난 도일은 이 탐정이 “더 낳은 것들”로부터 자신의 마음을 빼앗아 간다고 느꼈다. 중세 궁수, 청교도, 과학자, 나폴레옹 군인들, 우스운 이야기 등에 대한 소설을 위해 조사를 할 시간을 원했다. 그러나 그의 다채로운 관심에도 불구하고, 그는 홈즈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셜록 홈즈의 사망은 대중의 분개를 사고, 협박 편지를 받기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은 상복을 입고 애도를 했고, 편집자는 그에게 엄청난 인세를 제시하며 압박을 가했다. 어쩔 수 없이 코난 도일은 1901년 홈즈를 부활시키기에 이른다. 실제로 셜록 홈즈가 공식적으로 책에 다시 등장한 것은 “귀환(The Return)”에서 였다. 홈즈는 코난 도일이 사망하기 3년 전인 1927년까지 21편의 이야기에 등장한다.

그 중 몇 편의 이야기는 스위스가 무대가 되거나, 스위스에서 집필되었다. 그의 부인의 건강이 악화되자 다보스(Davos)를 찾은 것이다. 운동을 좋아했던 그에게 스키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노르웨이에서 스키를 주문해 호텔 앞에서 스키를 타다가 넘어지는 그의 모습에 관광객들로부터 비웃음을 사기도 했지만, 그는 앞으로 수백명의 사람들이 알프스로 스키를 타러 올것이라는 호언장담을 했다. 그래서 그의 흔적은 스위스 곳곳에 가득하다.

▲ Meiringen    

* 뤼성(Lucens)의 셜록 홈즈 박물관, 2월 중순부터 11월까지, 토요일 및 일요일 14시-17시 혹은 예약제로 오픈(최소 2일 전에 다음 전화로 예약: +41 21 906 73 33 혹은 +41 21 906 15 59) / 입장료 : 성인 CHF 5  / http://www.lucens.ch/TOUR/Sherlock.html 

* 마이링엔(Meiringen) 셜록 홈즈 박물관, 두 번째 셜록 홈즈 박물관이 런던 셜록 홈즈 소사이어티에 의해 1991년 라이엔바흐 폭포 근처에 있는 마을, 마이링엔에 열렸다. 코난 도일의 딸도 참석한 자리였다. 박물관 마당은 코난 도일 광장이라 이름붙여졌는데,1988년에 만들어진 최초의 홈즈 동상이 있다. / 2014년 5월 1일 – 10월 19일: 매일 1.30 pm - 6 pm / 2014년 12월 1일 – 2015년 4월 30일: 수요일 및 일요일 4.30 pm - 6 pm / 입장료 : 성인 CHF 4 
http://www.sherlockholmes.ch

* 로이커바트(Leukerbad)의 겜미(Gemmi) 고개, 로이커바트의 겜미 고개는 코난 도일이 셜록 홈즈와 왓슨을 3일간의 알프스 대장정에 보낸 곳이다. 이 둘은 칸데르슈텍(Kandersteg)와 뮈렌(Mürren)을 거쳐 마이링엔(Meiringen)과 라이헨바흐 폭포까지 힘든 하이킹에 도전해야 했다. 참고자료 : Petit Guide de la Suisse insolite/Made in Switzerland, Mavis Guinard, Metropolis / 스위스 정부관광청_자료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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