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역, 옛 추억 그 맛집
서툴고 어설프지만 소중했던 스무살의 추억 ‘오두막’
이병욱 | 입력 : 2010/05/24 [13:11]
‘독수리 다방’ 무렵부터니까 신촌엘 드나든 것도 꽤 오래된 일입니다. 홍대 근처 사는 친구녀석 덕분에 이곳 출입을 하기 시작했으니 그도 그럴 법합니다. 그 무렵에도 신촌은 젊은이들의 거리였었습니다. 시절이 무거웠던 탓이었겠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시위가 벌어졌고 또 그런 날이면 신촌 깊숙한 골목 술집에서 막걸리 한 사발씩 들이키고서야 잠을 청할 수 있었습니다.
괴로웠고 그만큼 뜨거운 시절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아마 스무살이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가끔 그 시절이 생각나곤 합니다. 이제는 추억이 된 시간들이지만 그때 마셨던 막걸리 맛이나 화끈한 닭도리탕도 문득문득 떠오릅니다. “그 집은 아직도 있을까?”하는 생각에 언젠가 한번쯤은 찾아가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곤했지만 이제는 워낙 많이 변했을 신촌 그 골목들이 괜히 낯설게 느껴질 것 같아 망설여 지게 됩니다.
그러던 얼마 전 오랜 추억이 묻혀 있던 신촌 거리를 찾았습니다. 홍대 살던 친구녀석과 오랜만에 만나기로 했고 약속 장소를 신촌으로 정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벌써 세월이 십수년이 흐른 탓인지 이제는 아저씨 태가 역력한 모습입니다. 배도 나오고 말입니다. 그래도 예전엔 날렵하던 녀석이었는데 오랜만에 옛 기억이 되살려 보기로 했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이 골목을 꽉 잡고 있는 친구덕분에 우리는 ‘오두막’이라는 주점으로 들어갔습니다. 십칠년이나 됐다는데 아마 ‘오두막’이 막 생길 무렵에 우리가 이 골목을 많이도 헤매고 다녔던가 봅니다. 늘 허기지고 빈 주머니가 아쉬웠던 청춘들. 그때도 이 ‘오두막’같은 분위기의 주점이 우리의 아지트였습니다. 신촌의 예쁘고 새침한 아가씨들에게 번번히 딱지를 맡아 씁쓸했던 우리를 반겨주던 주인 아주머니도 문득 보고 싶습니다. 인심 하나는 엄마 못잖았는데 말입니다.
머리 숱도 예전만 못하고 배 나온 친구는 “이 집 옛날 거기 같지 않냐?”며 키득 거립니다. 그러고보니 살얼음이 떠있는 막걸리는 목구멍을 넘어가면서 서걱거리고 눈물 한방울이 뚝 떨어질 것 같은 칼칼하면서도 달달한 닭도리탕도 예전의 기억을 떠올리게 합니다. ‘오두막’이라는 주점을 찾아낸 친구의 눈썰미가 기특해 집니다.
아마 그 날도 친구가 소개팅했던 불문과 아가씨에게 딱지를 맞았다는 핑계로 우리는 막걸리와 닭도리탕을 시켰을 겁니다. 그날따라 묵묵히 막걸리만 마시던 녀석의 눈에서 굵은 눈물이 ‘툭’하고 닭도리탕에 떨여졌습니다. 덩달아 나도 왈칵했지만 “아~ 왜 닭도리탕에다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냐며”며 막 뭐라했던 기억도 생생합니다. 친구도 그때 일을 기억하는 가 봅니다.
그때 나는 감자전 한 조각에 닭도리탕 국물을 찍어서 친구 녀석 에게 주었습니다. 울지 말라고. 한데 그 와중에도 녀석은 ‘어? 맛있네’라는 소릴해서 사람을 웃게 만들었었습니다. 그러고보니 여기 ‘오두막’ 아주머니도 옛날 그 집처럼 인심이나 솜씨가 참 좋은 듯 합니다.
황도 한 사발을 ‘공짜’라고 주고 갑니다. 다른 집에서는 육칠천원 할 텐데 말입니다. 그리고 문제의 감자전. 아마 아줌마가 강원도 사람인지 감자를 직접 갈아서 만든 감자전입니다.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감자만 갈아 만든 반죽을 부치면 가장자리가 약간은 투명한 전이 완성됩니다. 밀가루를 섞은 전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맛입니다.
그리고 감자전과 뗄 수 없는 한 묶음, 닭도리탕. ‘오두막’도 오래된 주점이어서인지 내공 깊은 화끈한 닭도리탕이 맛있습니다. 감자전 한귀퉁이를 떼어내 닭도리탕에 찍어 먹으니 친구가 피식하고 웃습니다.
‘오두막’이라는 이 술집 참 마음에 듭니다. 닭고기도 푸짐하고 감자와 당근도 넉넉하니 넣어주는게 왠지 정겹고 푸근한 느낌입니다. 예전 추억의 그 집은 찾을 수가 없지만 대신 새로운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단골집 하나를 찾아낸 듯 합니다. 문의 : 02-324-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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