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먹거리 수난

과학적으로 규명되지 않은 항암식품 등의 속설과 잘못된

황창연 | 기사입력 2009/08/14 [18:21]

전통 먹거리 수난

과학적으로 규명되지 않은 항암식품 등의 속설과 잘못된

황창연 | 입력 : 2009/08/14 [18:21]
▲ 푸드투데이 발행인 황창연
최근 대한암협회와 한국영양학회가 공동으로 3년에 걸쳐 연구한 결과를 토대로 ‘항암식탁프로젝트’라는 책자를 발간하여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책자를 읽은 독자들로부터 그동안 많은 국민들이 김치 된장을 항암식품으로 알고 건강에 좋다기에 먹어왔었는데 이게 무슨 청천벽력 같은 소리냐며 대한암협회 등에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고 한다.

대한암협회에서는 일반 국민들이 알고 있다고는 하나 과학적으로 규명되지 않은 항암식품 등의 속설과 잘못 된 식품지식을 바로 잡기 위하여 식품의 발암작용과 항암효과를 정확히 규명한 국내외 연구논문들을 기초로 하여 암 예방을 위한 국민식생활지침을 만들고 암과 음식과의 특별한 관계를 일반인들의 눈높이에 맞춰 총 정리한 ‘항암식탁프로젝트’를 펴내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다른 나라들의 경우에는 암의 약 30퍼센트가 먹는 음식과 연관이 있는데 비해 우리나라는 암의 약 41퍼센트가 음식과 관련되어 발병하고 있다며 일상의 음식이 암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므로 음식의 잘못된 섭취에 따른 암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국민의 식생활 지침과 건강레시피를 제시하였다고 한다.

책자 내용을 살펴보면 제1부에서 암과 음식의 특별한 관계를 밝히면서 그 중 김치와 된장 등 전통식품에 대한 언급이 눈길을 끌고 있다. 우리 식탁에 빠지지 않는 김치는 염도가 2.2% 정도의 경우 발효 중 생성되는 생리활성물질과 유산균 등으로 정장작용 및 대장암 예방효과가 있지만 염도가 7-8%의 고농도인 김치는 암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된장의 경우도 생리활성물질이 암 예방에 상당한 효과가 있지만 과다 섭취 시에는 염분함량이 높아 발암의 위험이 있으므로 발효된장은 하루에 81g(4큰술) 이하로 섭취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그 이외에도 쌀 등 주식류, 구이 조림류, 무침 생채류, 유제품류, 음료 주류, 과일 채소류 등에 대해서도 암 발생 여부와 예방 요령 등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제2부의 암 예방을 위한 식사가이드에서는 가공되지 않은 신선하고 다양한 색깔의 채소와 과일을 먹을 것과 가공육류는 가급적 먹지 말고 붉은 색 육류는 일주일에 2회(1회 200g)를 넘지 않을 것을 당부하고 있다. 그리고 동물성지방이나 포화지방산이 다량 함유된 음식을 과다 섭취하면 대장암, 유방암, 전립샘암, 자궁내막암 등의 발생 위험률이 증가하므로 과도한 지방 섭취는 줄이고 식이 섬유소의 섭취를 권장하고 있다.

이 밖에도 암 예방을 위한 새싹 비빔밥, 닭 가슴살 샌드위치, 콩밥, 아욱국 등의 건강 요리법을 소개하고 있다. 선진국 사회로 가는 문턱에 서 있는 우리나라도 이제 민간 학회나 협회 단체가 정부에 앞서 국민의 건강을 위한 새로운 지식과 정보제공을 활발하게 하는데 대해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국민들에게 책자에서 밝힌 식품별 시중유통관련 데이터의 검출결과를 제시하여 발암대상 식품 여부를 명확하게 알려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소비자들은 현재 시중에 유통 중인 김치나 된장의 염도가 얼마나 되는지 잘 몰라 불안해하기 때문이다. 김치협회 측의 주장에 의하면 현재 시중에 유통 중인 김치의 염도는 1.2% - 2% 정도로서 고농도의 7%대 김치는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시중에 유통 중인 김치에 대해서는 소비자들이 불안해 할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된장의 경우도 제시된 양에 맞도록 먹는 양을 줄인다면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에서 김치 등의 전통식품을 육성한다는 취지로 추진 의욕만 앞세웠지 전통식품이 염도 등의 문제로 발암관련 안전의 위험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을 쓰지 못한 것 같다.

기업도 과학적인 근거에 충실한 식품의 기능성이나 품질을 확보해야지 막연하게 전통식품은 무조건 몸에 좋다는 식의 광고는 하지 말아야 한다. 살기가 어렵고 굶주렸던 시절에 적게 아껴서 먹던 식생활 행태에서 경제적인 풍요로 음식을 즐기는 생활환경으로 바뀐 현 시점에서 전통식품에 대한 시각과 태도에도 변화가 수반되어야 한다. 특히 전통식품을 위시한 모든 식품의 기준 규격은 위생과 안전을 중심으로 손질하고 이는 철저하게 과학적으로 규명된 근거를 기초로 해야 한다.

미국, 영국 등의 선진국에서는 암뿐만 아니라 비만, 당뇨 등의 질병을 예방하기 위한 국민 식생활지침을 알기 쉽게 만들어 홍보하고 있다. 우리도 금번 대한암협회가 과학자적인 양심과 용기를 가지고 전통식품에 대한 평가를 한 것을 바탕으로 정부는 국민들이 암을 비롯한 질병의 예방이 음식을 통해서도 스스로 실천할 수 있도록 간단하면서도 명료한 식생활지침을 만들어 주기를 기대해마지 않는다.
www.foodtoday.or.kr / 푸드투데이 황창연 발행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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