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다이스를 테마로 개최하는 스위스 루체른 페스티벌(Lucerne Festival)

우리는 얼마나 멀리 온 것일까 전쟁과 기후 변화, 기근과 전염병으로 근심인

이성훈 | 기사입력 2023/07/14 [02:33]

파라다이스를 테마로 개최하는 스위스 루체른 페스티벌(Lucerne Festival)

우리는 얼마나 멀리 온 것일까 전쟁과 기후 변화, 기근과 전염병으로 근심인

이성훈 | 입력 : 2023/07/14 [02:33]

[이트레블뉴스=이성훈 기자] 에덴동산 그 너머. 창조주가 선악과 나무에서 금단의 열매를 따먹고 만 아담과 이브를 파라다이스에서 쫓아낸 이후, 인간은 자기 뜻에 의지해 살아야만 했다. 이 아름다운 지구에서 대대손손 살아갈 수 있게 되었지만, 창조물을 보존하고, 평화를 수호하며, 조화를 이루며 함께 살아가야 할 책임은 우리 모두에게 있다. 이중 쉬워 보이는 것은 하나도 없다. 

 

▲ Lucerne Festival KKL Lucerne  © 스위스 정부관광청

 

파라다이스로 되돌아가고자 하는 갈망이 인류를 움직인다. 전쟁과 기후 변화, 기근과 전염병의 시대에는 더하다. 하지만 파라다이스가 의미하는 바는 실제로 무얼까? 우리는 그것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답은 고대에 있다. 고대 페르시아어와 히브리어에 파라다이스라는 단어가 있었고, 그리스 신화 엘리시움(Elysium)을 통해 창조주의 왕국과 같은 의미를 지니게 되었으며, ‘천국’은 기독교와 이슬람에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이상향이 되었다. 그 누구도 걱정 없이 행복할 수 있는 평화와 고요의 공간을 의미한다. 

 

▲ LUCERNE FESTIVAL KKL  © 스위스 정부관광청

 

루체른 페스티벌은 2023년 여름, 파라다이스라는 테마를 공표했는데, 그 결과는 무척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도출되었다. 구스타프 말러는 죽음 뒤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끊임없이 자문했다. 오프닝 콘서트에서 연주될 그의 교향곡 3번에서 그는 가장 파라다이스 다운 형태이자 가장 고결한 존재로서의 사랑으로 우주를 설명한다. 반면, 축제의 막을 내릴 그의 교향곡 2번에서는 부활을 약속하고 그로써 이 지구상에서의 존재 이후에 이어질 삶의 연속을 이야기한다. 교향곡 4번에서 말러는 파라다이스로 우리를 초대한다. 7번에서는 다시금 의심이 고개를 들게 만드는 대단히 의기양양한 피날레를 선보인다. 

 

▲ Lucerne Festival Orchestra  © 스위스 정부관광청

 

창조주의 전능함과 천국에 대한 의심은 안톤 브루크너에게 생경한 개념이었다. 대단한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그에게는 신앙이 일상에 지배적이었다. 그의 교향곡은 그래서 종교적인 순간을 담고 있다. 그가 오르간 같은 오케스트라를 다루거나, 합창 같은 멜로디를 좋아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의 교향곡 7번 2악장 클라이맥스에서 그는 테 데움(Te Deum)에서 “제가 결코 혼돈에 빠지지 말게 하소서(Let me never be confounded)”라는 부분을 인용한다. 4번 교향곡에서 그는 신성한 창조를 음악으로 표현한다.  8번 교향곡에서는 천사의 악기라 불리는 하프의 아르페지오를 통해 천국으로 향한 참된 사다리를 놓으며 파라다이스 한복판으로 우리를 이끌어 준다. 

 

역사적 작곡가들은 음악이 감동적인 방식으로 자연을 표현하고, 자연과 교감하는 행복을 표현해 왔다. 그 예로, 요제프 하이든(Joseph Haydn)은 이상적인 세상의 그림 같은 파노라마를 그의 오라토리오 사계로 표현했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Richard Strauss)는 알파인 교향곡에서 산세를 특히 인상적인 방식으로 그려냈다. 요하네스 브람스(Johannes Brahms)는 그의 교향곡 1번 피날레에서 상상의 알프호른으로 고산 지대의 천상 세계를 음악적 상징으로 창조해 냈다. 안토닌 드보르자크(Antonín Dvořák)는 새소리를 8번 교향곡에 삽입하였고, 레오시 야나체크(Leoš Janáček)는 오페라 교활한 작은 암여우에서 마법의 숲을 그려냈고, 베드르지흐 스메타나(Bedřich Smetana)는 블타바강을 따라가며 보헤미아의 아름다움에 경의를 표했다. 

 

▲ Paddle Steamer City of Lucerne cruise on Lake Lucerne  © 스위스 정부관광청

 

하지만, 인간이 신성한 창조에 반하면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 리하르트 바그너(Richard Wagner)는 오페라 라인의 황금을 통해 자연 착취를 그리며 시대를 훨씬 앞선 염려를 표했다. 자연 자원을 강탈 당하고, 결국 세상의 질서를 파괴하는 이야기다. 파라다이스에서의 추방은 자연의 약탈과 기후 변화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세계 1차 대전이 가져온 참사는 모리스 라벨(Maurice Ravel)이 라 발스(La Valse)를 작곡하게 만들었는데, 구유럽 왕가의 영광과 영화가 비엔나 왈츠로 상징되며, 라벨은 그 찬란함이 붕괴되는 마지막 순간까지 끝까지 밀어붙인다. 

 

우리는 우리만의 파라다이스를 만들 수 없는 것일까? 이미 이런 질문을 던진 이들이 있었다. 이 세상으로부터의 탈출구를 찾았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좋은 예다. 그의 교향시 영웅의 생애에서 마지막 부분에 영웅의 은퇴를 그린다. 도취는 다른 방식일 수 있다. 알렉산더 스크랴빈(Alexander Scriabin)은 법열의 시(Poème de l’extase)를 통해 같은 질문을 던진다. 루드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은 7번 교향곡에서 이런 흥분 상태를 황홀경으로 이끌어 가는데, 이런 음악은 만취 상태에서만 만들어질 수 있었을 거라고 짐작되기도 한다. 

 

이번 축제의 프로그램에 선정된 현대 작곡가들은 더 나은 세상이란 어떤 모습일지 자기 방식으로 상상했다. 올해의 프로그램은 젠더와 인종 밸런스를 구현해 평등한 권리와 동등성이 초점을 이룬다. 청년 스위스 작곡가, 제시 콕스(Jessie Cox)가 “파라다이스”라는 테마로 루체른 페스티벌 컨템포러리 오케스트라(LFCO)를 위해 새로운 작품을 작곡했다. 다채로운 앙상블로 클라라 이안노타(Clara Iannotta), 타니아 레온(Tania León), 레이 량(Lei Liang), 잘랄루 칼라버트 넬슨(Jalalu-Kalavert Nelson)의 작품이 연주된다. 이들의 작품은 인종차별과 차별을 다루고 있으며, 우리가 일상에서 지구상의 사회적 파라다이스로부터 얼마나 먼 거리를 두고 있는지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우리에게 파라다이스 상실 트라우마를 준 아담과 이브가 등장한다. 헨리 퍼셀(Henry Purcell)의 극음악, 요정 여왕을 통해 우리를 에덴동산으로 초대한다. 기쁨과 아름다움으로 가득한 천상에 사랑이 꽃피운다. 다시금, 모든 게 다 잘 될 거다. 티켓은 일찍 예매할수록 좋다. 페스티벌 홈페이지에서 온라인 예매가 가능하며, 현지 KKL에서도 티켓을 구매할 수 있다. 티켓 가격은 무료부터 CHF 350까지 다양하다. KKL은 프랑스 건축가 장 누벨(Jean Nouvel)이 건축한 건물로, 콘서트 장내는 최대의 어쿠스틱을 위하여 메일플 원목으로 마감되었다. 

서울 종로구 송월길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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